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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피터팬 Nov 13. 2021

#지금 이 열차는 [카지노 게임 추천구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버티는 게 장땡이라는 말. 인생의 몇몇 구간은 버티는 시간이었다."

-최인아 책방 안방마님-


벌써 입동이 지났다. 찬 공기에 혀를 데이며 찔끔찔끔 마시는 핫초코가 좋고, 종이봉투에서 눅눅해지지 않은 바삭한 붕어빵을 반 잘라 덜 뜨거운 꼬리 부분을 먼저 베어 무는 순간이 좋고, 추운 곳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 몸이 녹으며 세포가 간질거리는 그 느낌이 좋다. 추운 건 싫어하지만 추운 겨울은 또 좋다.


도심 한복판은 벌써 연말 분위기다. 번쩍이는 조명을 두른 건물과 카페에서 들리는 즐거운 캐럴. 그러나 잠깐의 기쁨을 헛헛한 기분이 이내 밀어낸다. 두루마리 화장지 맨 끝 두 칸을 남겨둔 심정. 벌써 이만큼이나 썼구나. 두루마리로 갈아 낀 게 엊그제 같은데 너무 낭비했나 싶다.끝에 남은 두 칸을 보니 허투루 쓴 나날들이 하나 둘 생각나 후회스럽다. 좀 더 열심히 살 걸, 좀 덜 게으를 걸, 좀 더 사람들을 만날 걸.바뀐 바깥공기만큼이나 공허하게 날려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들이 마음을 시리게 한다. 올해 내내 '카지노 게임 추천 하자'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그냥 시간이 가기를, 시계를 보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한 것 같아 후회스럽다.


추운 겨울이 왔다. 그리고 나는 아직 카지노 게임 추천 중이다. 이 열차가 햇볕 구간으로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움츠렸던 몸을 조금씩 펼 수 있도록 꼼지락 거려본다. 카지노 게임 추천 구간이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연말은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든다. 밤이 되면 하루를 반추하며 오늘 일어난 일들과 들은 말, 내뱉은 말들이 생각나듯이, 연말은 일 년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회상한다. 작년 이맘때부터 2021년에 이룰 것들을 써 내려갔었다. 야심 찬 계획이었다. 운전을 할 것이고, 자격증을 딸 것이며, 연애와 언어 공부, 운동도 하고, 봉사활동을 어떻게 할 것이다 라는 계획들. 21년을 한 달 반 남겨둔 이 시점, 나는 허탈함을 느낀다. 올해, 카지노 게임 추천 이룬 것이 없다. 정말 이룬 것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 시기의 2021,흔히들 잃어버린 1년이라고 부른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친구들 얼굴도 못 보고 새로운 그룹 형성의 기회도 없었으며, 비대면 강의에 비싼 등록금을 내야만 했다. 우리 회사 신입들도 그 재밌다는 그룹 연수도 못 가고, 퇴근 후 팀 전체 회식을 가져본 적도 없다. 어떤 신입은 첫 달부터 재택근무를 하게 됐고, '위드 코로나'가 되어서야 팀원 얼굴을 처음 봤다는 이야기를 웃픈 얼굴로 털어놓는다.


그러나 모두가 잃어버린 시기를 살아가진 않았다.펜데믹,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위에는 이 시기를 기회로 삼아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재택근무로 본인의 시간이 늘어 운동을 꾸준히 하여 몸을 만든 친구,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 직무 관련 자격증을 딴 동기, 취미에서 더 나아가 전문성을 키워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만든 친구, 재테크에 시간을 더 많이 들여 자산을 많이 불린 지인. 이런 사람들 주위에 둘러 쌓여 나의 한 해를 돌아보았다. 카지노 게임 추천 무엇을 이루었는가, 이전에 비해 더 많이 늘어난 자기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였는가.


카지노 게임 추천 올해,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허탈하다. 자괴감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올해 이룬 것들을 떠올리면 나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그 많던 나만의 시간을 나는 놀고먹으며 흘려보냈다. 그렇게 나는 힐링이라는 명목으로 올해를 다 써버렸다. 차라리 운동이라도 해서 체력과 몸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배달음식으로 몸은 오히려 망가졌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습관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올해 그럴싸한 이룬 것이 없다. 그저 카지노 게임 추천 하며 지냈고, 카지노 게임 추천를 위해 그 모든 시간을 썼다. 어쩌면 카지노 게임 추천, 그것이 내가 이룬 것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초,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였다. 마음 둘 곳 없는 팀에서 너무 다른 상사와 그 간극이 불러오는 에너지와 감정 소비, R&R이 불명확해 떠넘겨지는 감당 안 되는 업무들, 그리고 피드백과 배움이 없음에서 오는 불안감. 나는 올해 초 우울증 직전까지 갔었다(출근길, 차에 치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도입되었고, 겨우 나는 살 수 있었다. 이 시기 사실상 자기 계발을 했다면 더 성장했을 것이고, 회사 밖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나은 미래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살아내는 것, 카지노 게임 추천만이 목적이었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기 위해 많은 쾌락으로 도피를 했다. 그래서 견뎌낼 수 있었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카지노 게임 추천 느꼈다. 그 잃어버린 시기가 충분히 휴식이 되었구나. 객관적으로 어떤 것을 이루진 못했지만 다시 안정감을 찾게 되었구나. 회사에서 일어카지노 게임 추천 상황들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회사 안과 밖을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커리어적으로 중요한 시기다. 그 시간에 카지노 게임 추천 쉼을 택했다.물론 업무시간에는 최선을 다했다. 재택근무 때도 점심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준수했고, 일이 많을 경우 야근 재택근무도 많이 했다. 범생이 기질 탓으로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열심히 일 했다. 그냥 흘려보낸 시간은 근무 외 시간,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말한 것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늘어난 자기만의 시간들 말이다. 그 시간들을 커리어적 발전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지만, 내 생존과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온전히 사용했다. 그래서 객관적으론 이룬 것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그 시간이 중요했고 필요했다. 나를 돌보는 시간으로서. 덕분에 카지노 게임 추천 견딜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새로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데이터 분석과 코딩이라는 배우고 싶은 분야가 생겼다. 책을 구매해 읽기 시작했고 독학은 좀 어려울 것 같아 학원도 알아보려 한다.



어느덧 연말이 되었고, 얼마 전 이를 체감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트렌드 2022. "누구도 나를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은 자기 능력을 키우는 데 더 매몰될 수밖에 없다"라고 한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끊임없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주변과 비교하며 조급해지는 나를 이해하게 되는 문장이었다.


2주 전에는 하반기 채용 관련해 후배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자소서를 첨삭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스물다섯, 아직 많이 젊은 친구가 지난 상반기에 최종 합격을 못했다며 올해 취업을 못하면 늦은 나이가 된다고 불안해했다. 뭐가 부족한지 여기서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미 충분한 스펙들을 나열한다. 내가 보기에 그 친구는 정말 많이 젊고, 아직 기회가 창창한데 너무 조급해했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나도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주어진 것들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본은 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뭔가를 해내지 못하거나 남들보다 덜 하고 있으면 괜히 불안하다. 내가 만들어낸 조급과 불안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배는 00 자격증도 따고 동기는 회사 지원받아 00 교육도 받는데, 너도 뭔가 배워보라는 압박.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지적했듯이 능력만 있으면 뭐든 될 수 있다는,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노력과 책임에 버거워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쉼'은 안 그런 척 죄책감을 심는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에 숨겨진 '못 해내면 너의 책임'론. 쓸모 중심 사회에서 끊임없이 스스로의 쓸모를 정의하고 검증해야 한다. 자발적 도구화. 불안과 무기력이 잠재된 시대다.


인정한다. 나는 올해 객관적으로 이룬 것이 없다. 대신 열심히 카지노 게임 추천 했다. 남들은/회사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을지라도, 내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한 해였다. 오히려 올해의 쉼이 앞으로 성장하는 데 거름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가끔은 정신승리도 필요하다.2021년이 한 달 반 남은 시점, 나는 올해를 카지노 게임 추천의 해로 기리기로 했다. 그래서 남은 시간도 뭘 이뤄내리라!라는 마음이 아닌 내년을 위해 땅을 다지는 휴작기로 쓸 예정이다. 올 한 해는 세계인 모두가 새로운 변수와 어려움을 마주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았고, 그 와중에 힘과 여건이 되어 전환과 발전에 성공한 사람들도 잘 살았다. 우리 모두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박수받을만하다. 스스로를 쓰담 쓰담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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