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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신해욱, 한정원, 김현, 안희연, 안미옥 | 저자(글)
픽션들(fictiondle) | 2023년 11월 20일
이날이 기억난다. 고모와 안산을 산책, 아니 등산 같은 산책을 하고, 동네 산책으로 고른 연희동. 그 코스에서 우연히유어마인드로 향했던 그날. 안산에서부터 뺑글뺑글 주변을 돌고 돌고, 근처지만 근처가 아닌 곳들을 다녔던 하루. 그리고 유어마인드에서 고모가 선물해 준 책.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 이 책을 아껴두었다가 느지막이 읽었다.강아솔의 2023년 12월에 발매된 앨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와 함께 쓰였다는 소개만 봐도 사랑스러운 책. 나는 강아솔 아티스트의 음악도 사랑하고 최진영 작가도 사랑하니까, 고모가 선물해 준 책. 그리고 내가 아끼는 책 중 하나가 된 책.
목차
최진영 〈이 겨울이 끝나면 당신을 잊겠습니다〉
신해욱 〈이제 양쪽에서〉
한정원 〈노래가 되기까지〉
김현 〈물결과 별〉
안희연 〈해가 진 뒤에〉
안미옥 〈선잠〉
작품 해설_양경언 〈사랑의 예술가들〉
최진영 《이 겨울이 끝나면 당신을 잊겠습니다》
이 겨울이 끝나면 당신을 잊겠습니다.
사랑했었다고 말하겠습니다.
.....
헤어지기 위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없는 곳으로 떠난 적이 있다. 그곳에 마음과 시간을 버렸다. 그리고 돌아왔다. 무언가를 버린 자리가 있어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었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 수 있었다. 그러므로 헤어지기 위해 떠난다는 건, 다시 사랑하기 위해 돌아오겠다는 것.
그러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새 마음으로 돌아오기를.
- P.47
신해옥 《이제 양쪽에서》
소설 속에는 섬망 말고도 모르는 단어가 많았는데 왜 하필 그 단어에 붙잡혔을까. 어떤 말들은 뒤늦게 도착한다.
- P.81
한정원 《노래가 되기까지》
'허름하구나, 의지라는 건. 내가 이야기를 떠나는 걸까, 이야기가 나를 떠나는 걸까?'
히브리어의 첫 번째 철자인 알레프는 누구도 발음할 수 없다. 그것이 묵음이기 때문에.
묵음. 소리 나지 않는 음. 소리 나지 않는 소리. 검은 소리.
묵음은 슬픔의 처소이다. 실어가 모여드는 곳이다. 세상에 슬픔과 상실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 묵음은 쓸모가 있다.
- P.105
김현 《물결과 별》
마음이 소란한 나날이다......사람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마음은 언제든 소란해지고 또 언제 가랬냐는 듯 잠잠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사람이 참 어렵다.
- P.115
물결이든 마음이든 무언가가 '인다'라고 끝나는 문장에는 선율이 흐르는 것 같다.
말은 물결이고 속삭임은 말의 잔물결이 더.
- P.123
마음은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다.
마음은 상자가, 빈 상자가 아니다. 마음은 가꿀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이다.
- P.131
마음에 식물을 품어본다. (......) 식물을 가꾸듯이 마음을 가꾸자. 마음먹으면 정말 가꿀 수 있을 갓 같고, 가꾸게 된다.
- P.133
바람보다 밤바람이 좋다. 밤이 붙으면 단어에 이야기가 생긴다. 밤비, 밤눈, 밤길, 밤이슬, 밤하늘, 밤소리... 밤뒤에 밤을 하나 더 붙이면 어떨까?
밤밤.
- P.145
안희연 《해가 진 뒤에》
(식물들에게) 대화는 주로 날씨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늘은 해가 쨍쨍하네. 오늘은 좀 흐리구나. 마음에 온도계를 밀어 넣어 슬픔의 온도를 재듯이. 날씨 이야기인 척 실은 내 마음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 P.171
"원래 세상은 이해할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로 가득하잖아."
정수리로 기억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와 숨이 막힐 땐 감정의 일시 정시 바튼을 누르고 산책을 나선다.
밤의 볼륨을 높이자 적막이 연주된다. 너의 휘어짐은 율동 같아. 나도 그렇게 부드럽게 휘어지고 싶구나.
- P.189
나는 이 책을 겨울에 읽었다. 2024년의 끝과 2025년 시작의 겨울에... 겨울과 닮은 책이기도 하고, 강아솔의 음악 또한 그렇게 느꼈다. 앨범 표지와 책 표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차가운 겨울이라기보다, 포근한 겨울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잠시, 양경언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의 글을 빌려오면,
하얗게 비어카지노 게임 사이트 들판에 어둠과 빛을 들이는 일이 곧 사랑이라고 쓴다. 사랑과 예술이 한 몸일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유는 사랑 또는 예술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텅 빈 자리에 모두가 다닐 수 카지노 게임 사이트 길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길을 씩씩하게 나서기로 한 우리는 모두 사랑의 예술가들이다.
작품 해설에 제목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을 좋아한다. 이 책에서 작품 해설의 제목은 "사랑의 예술가들"이다. 멋진 표현들이 담겨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해설까지... 사랑을 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난 사랑을 기억하는 우리는 모두 사랑의 예술가들이다. 예술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부피를 늘려가고 있군요!'라고 양귀자 작가의 표현을 살짝 데리고 와서 표현해 보고 싶다. - LMJ
[앨범 전체 듣기] 강아솔 (Kang ASol) -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 (와우산레코드)
한 명의 음악가는 앨범으로, 여섯 명의 작가는 산문으로 완성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
이 여정의 시작은 음악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문학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음악가강아솔의 질문에서 비롯되었다. 음악가는 동명의 앨범을 만들고, 여기에 최진영, 신해욱, 한정원, 김현, 안희연, 안미옥 작가가 저마다의 음표를 엮어 아름다운 산문으로 답해주셨다. 목정원 작가의 표지 사진 또한 이 여정의 완성을 도왔다. 음악가, 소설가, 시인이 겪어낸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의 여정에서 만난 삶의 명암들과 함께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 봄으로 나아가길. - 출판사 책 소개
우리가 함께 노래할 때
사랑이 가르쳐 준 삶의 비밀은 잊히지 않을 거라고.
그러므로 여기 모인 글들은 ‘홀로’ 그리고 ‘함께’ 쓰였다. ‘홀로’와 ‘함께’는 따로 쓰는 말이 아니라 글이 쓰이는 과정에서 동시에 수행되는 말. 그러니까 여섯 명의 작가가 모니터 앞에 홀로 앉은 채 사랑의 노래와 함께 여러 얼굴을 한 글자, 한 글자 새겨나갔듯이, 우리가 홀로 이 책을 읽어나가는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잠시나마 그와 더불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간을 마련했듯이, 오롯이 혼자인 사람은 누구도 없다. 누군가와 진심으로 함께하는 사람 중에 그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사랑이 이루는 세계는 언제나 풍부해지는 방향을 따른다고.
사랑하는 마음을 사랑의 언어만으로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의 난감함이 이 책에 모인 이 글들을 쓰게 했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언어를 가득 채우고도 더 채워낼 사랑을 가진 이들이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게 했을 것이다. 사랑의 언어는 우리 자신으로 인해 이전엔 없던 소리로 더 널리 발음된다. ‘나’와 연결된 ‘너’로 인해 더 깊어진다. - 출판사 서평 중
소재: 음악, 문학, 그리고 삶(사랑)
추천 여부: 추천! 이 책은 아름답다. 슬픈 글과 음악이어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강아솔의 음악도 아름답고, 작가들의 표현도 마음에 쏙 들어와 음표가 되고 음악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프란츠의 음악소설집과 픽션들의 이 책 중 선택을 하라면, 망설임 없이 픽션들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곳으로》이다. 이 책이 더 음악과 어울린다고 느꼈기에...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강아솔의 음악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컴필레이션 앨범(음반) 같은 책이다. (책+음반=같이 받으면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