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카 키에는 남탕 몇 번, 카지노 게임 몇 번 하는 식으로 락카 번호가 적혀있게 마련이다.
이걸 두고 괜히 고민했네.
답은 손 안에 있었는데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손을 펴서 쥐고 있던 락카키를 확인했다.
‘1086번’
어.
카지노 게임 1086번이 아니고.
키를 뒤집어보기도 하고, 옆으로 세밀히 관찰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번호 어디에도 남탕이니, 남자니 하는 말은 적혀있지 않았다.
달랑 1086번이다.
이러면 알 수가 없는데.
하지만.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이번엔 락카키의 끈이다.
끈 색깔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있다.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빨간색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전통이고, 통념이고, 관습이다.
아담은 파란색, 이브는 빨간색.
이몽룡은 파란색, 춘향이는 빨간색.
민주당은 파란색, 국민의힘은 빨간색.
여기까지 오니,
신랑 이재명, 신부 한동훈 상상이.
으웩토했다.(정치완 무관, 정말)
아무튼.
이 락카키의 끈 색깔은.
검정색이다.
태권도 검정띠?
잠깐.
아니지.
흑백이라는 소리다.
어느쪽이 과연 흑이지.
남자야, 여자야.
느낌으론 남자가 흑일 것 같기는 하다.
흑심을 품으니까.
여자는 백이고.
백여우니까.
너무 어설픈가.
그럼 다른 식으로 보자.
바둑에서 하수가 흑이고, 고수가 백이다.
이건 어떤가.
그래서 남자는 흑이지 않을까.
남자가 하수 맞지 않나. 난 그렇게 사는데.
다들 어떤가.
아니 말 잘못 말했다. 빽도 하자.
없다로.
(“이 양반아! 어디서 집안 문제를!”)
(수습이 안되네.에궁.)
저기요. 이 문젠 그냥 넘어갑시다.
이러니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혼란이다.
난 다시 안을 살폈다.
카지노 게임만 있는 컨텐츠.
이발소나 구두 닦는 곳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이곳은 정말 카지노 게임인가.
속단할 건 아니다.
요즘은 이발소나 구두닦이를 두지 않는 곳도 많다.
그렇다면 남탕인지, 카지노 게임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게 또 뭐가 있을까.
파우더룸의 스킨과 로션일까.
아니다.
경비때문에대용량 구매로공용을 쓰는 추세다.
고급 호텔 사우나가 아니고선 말이다.
다시 안을 빙 둘러보았다.
시간이 흐른다.
누군가 탕에서 불쑥 나올 것 같다.
정말 나오면 어쩌지.
그런데 도통 모르겠고. 아그야.
붙잡고 물어볼 사람도 없고.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가.
이젠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대로 탕 안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것 밖에는.
그게 답이지.
안그래도 탕 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물을 첨벙첨벙하는 소리다.
누군가 있다는 거다.
탕 안으로 들어가.
“이봐요, 당신 여자요, 남자요. 어디 봅시다. 설라무네. 니나노.”
“끼아아악!”
"짜아악!!!"
살금살금 탕 입구 쪽으로 소리나지 않게 걸어갔다.
탕과 락카룸 사이는 투명한 도어가 가로 막고 있다.
그걸 열고 보면 알게 되겠지.
자동문일까.
구두쇠 사장이 돈 쓸리 없다.
나쁜 놈.
수동이다.
뚝.
헌데 본능적으로 걸음이 멈춰졌다.
내가 미쳤다.
이건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왜냐고.
다시 긴급 가정을 해볼까.
모여, 모여.
만약 정말 이곳이 카지노 게임이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난 바로 성추행범으로 붙잡히고 경찰이 출동해서 물어보겠지.
어떻게 카지노 게임에 들어오게 됐냐고.
표지판을 잘못 보고 들어왔다고 나는 말하겠지.
내 옷차림을 보고 다시 물을 것이다.
“근데 왜 옷을 입고 탕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습니까.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당신이 카지노 게임으로 잘못 알았다면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고로 당신이 옷을 입고 들어가려고 했다는 것은, 뭔가를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 밖에는 보이지않습니다. 그렇다는 건이미 당신 머릿속에 이곳이 카지노 게임이라는 가정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내 말이 맞죠.(나 쫌 똑똑하지)”
끄덕끄덕.
맞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내 자신이 정말 모르고 들어온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두고 전문 용어로 알리바이 라고 한다.
난 분명히 이곳을 남탕으로 알고 들어온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만약 카지노 게임이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면.
옷을 벗었다. 자연스럽게.
훌러덩 다 벗었다.
맨몸이다.
볼 것 없다.
상상하지 마라.
헌데 일이 좀 이상하게 꼬여가기는 한다.
내가 왜 옷을 벗고있지.
이게 맞나 싶다.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
닭살이 돋았다.
“아이, 추워라.”
밖은 제법 추운 날씨다.
그걸 떠나 으스스하다.
이제 드디어 카지노 게임인지 남탕인지 확인할 거니까.
알몸인 나는 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조심.
아니다, 자연스럽게.
정말 이곳이 남탕인 거를 착각하고 들어온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웃을까.
안된다.
누가 웃으면서 탕을 들어가나.
그냥 무표정으로 들어간다.
아닌가.
웃나.
에이 모르겠다.
울자.
“엉, 엉, 엉.”
탕 입구 손잡이를 잡았다.
울면서.
“드르륵”
문이 바닥에 끌린다.
경첩에 기름칠좀 하지. 그건 다잇소에도 다있어, 이 사장놈아!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데. 썩을놈.
사장 탓을 하며, 난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눈 앞에 화악끼쳐왔다.
대관령 양떼목장 안개속 같다.
안에는 양떼가 있을까.
차라리그랬으면 좋겠다.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잠시후.
김이 걷히고, 눈이 익숙해졌다.
탕이 천천히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 목욕을 하고 있는 양떼, 아니 알몸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첨벙, 첨벙.”
“부욱, 북.(때 미는 소리)”
이곳은 과연 카지노 게임이냐, 남탕이냐.
난 그들을 보았다.
두눈으로 똑똑히.
그러나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그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잔인하지만, 다음편에 계속, 흐흐흐.)
# 한가지 스포하면, 글 속의 할머니는 치매가 아니십니다.
저분이 저러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미스테리하죠.
그게 다음편에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편으로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근데 과연 제가 들어간 곳은 남탕일까요, 카지노 게임일까요. 다음편까지 기다리면서 상상해보시면 어떨까요.
이거 순 사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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