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결혼한 지 24년 차, 지금까지 시부모 생신상을 집에서 차리고 있다. 시부모 모두 음력 생일로 지내고 있는데, 아버지 생신은 동짓날 무렵이고 어머니 생신은 추석 일주일 전이다. 생일은 지나서 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 있어(지나서 하면 제사라고) 날짜를 헤아려 주말에 미리 당겨서 지내고 있다. 올해는 아버지 생신 날짜가 주말과 딱 맞았다.
늘 그렇지만 생일 음식도 어머니가 며칠 전부터 미리 장을 보고 전날부터 준비해 놓으신다. 동서 말에 의하면, 들보다 산에서 더욱 날렵하다는 어머니는 사계절 선산에서 채취한 고사리며 주워 모은 도토리로 묵까지 미리 만들어 놓으신다. 계절에 따라 기르거나 채취해 저장할 수 있는 식재료는 틈틈이 준비해 놓고 공산품등 부족한 재료는 장을 봐 준비해 두시는 거다. 어찌 보면 어머니는 아버지 생일을 위해 일 년 내내 준비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라곤카지노 쿠폰 당일 아침에 버무리고 무칠 잡채나 무침요리에 들어간 부재료를 미리 볶아두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두는 정도다.
어머니 카지노 쿠폰 때는 가족끼리(그래도 사십 명쯤 된다) 모여 먹는 정도지만, 아버지 카지노 쿠폰은 오전에만 총 3부로 진행된다. 1부_동네 어르신들(열 분정도) 2부_가족, 3부_계모임 순으로~ 이렇게 3번의 상을 차리고 치우면 오전 11시가 훌~쩍 넘긴다. 그러면 슬슬~ 다시 점심 상을 차린다 ^ ^ 놀랍지만 사실이다.
"니미 얼어 죽겠네. 하필 추운 날 태어나서 사람을 이렇게 고생시키나 몰라!"
"허허... 참나! 내가 추운 날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
"아, 그니까! 기왕 태어나려면 나처럼 따뜻할 때 태어나면 좀 좋냐고!"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어머니는 바쁘게 집 안팎으로 들락날락할 때마다 카지노 쿠폰를 향해 퉁을 날리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어머니가 퉁을 날리든지 말든지 내내 텔레비전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카지노 쿠폰는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리모컨을 바닥에 퉁! 내려놓고.
"그러게 편하게 밖에 나가서 자장면이나 한 그릇씩 먹고 말자고 했잖아!"
카지노 쿠폰의 말 끝에 어머니는 눈을 흘기며 말한다.
"어구~ 우리 식구만 모여도 버스로 한찬데 그 사람들을 다 어떻게 사 먹인대! 어휴~ 내가 그때 괜히 내 무덤을 팠지! 팠어."
그러니까, 어머니가 스스로 팠다는 당신 무덤의 서사는 이렇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 명절에나 쌀밥 조금에 고기 한쪽에 비린 것 좀 맛볼 수 있고 귀하다는 과일 한 조각 먹어볼 수 있던 그 시절.
어머니가 첫 아이를 임신했던 그 해, 당신의 생일(음력 어머니 생신 일주일 뒤는 정확히 추석이다). 제사상에 올릴 명태? 코다리? 가 처마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그 비린내가 코끝으로 스치자 먹고 싶다는 마음에 눈물이 다 났다고 했다. 여느 날처럼 리어카를 끌고 놉(하루하루 품삯과 음식을 받고 일을 하는 품팔이 일꾼)을 가려던 카지노 쿠폰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그날 카지노 쿠폰가 리어카를 끌고 걸어가던 카지노 쿠폰의 마음은 어떠셨을까.. 꼴을 베다 나를 때는.. 그 꼴을 푸푸 콧바람 내쉬며 소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는.. 어떤 마음이셨을지라는.
일꾼밥시간이 되어 밥을 차러 갔더니 나물 몇 가지에 고등어 구이가 나왔다. 국과 나물은 자율배식(?)이지만, 고등어구이만큼은 개개인에게 한 토막씩만 배식처럼 주었다고 했다(밥밑에 고등어를 숨기고 태연하게 다시 줄을 서는 일꾼도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도 밥밑에 고등어를 묻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덜 모인 곳에 앉아 밥을 다 먹은 뒤, 콩잎인지 옥수수잎인지에 그 고등어를 쌌다.
배운 것 없지만(카지노 쿠폰는 늘 '내가 배운 건 없지만'이라 말하지만 더 많은 지혜와 지식을 가진 분이다) 단 한 번도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던 카지노 쿠폰는 혹여나 팔불출 소리 들을까, 당신의 몫인 고등어를 수줍게 몰래 챙겼던 것이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두 분의 신혼방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으며 속으로 다짐했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남편 생일은 맛있는 거 잔뜩 만들어 차려줄 거라고.
놀랍도록 놓을 곳 없어 반찬 서너 가지가 빠진 상차림이다
어머니가 준비한 아버지의 생일상엔 남편을 향한 사랑과 마음뿐 아니라 가족 한 명 한 명에 대한 마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들과 손주들이 잘 먹는 갈비, 조카가 따로 한 대접 떠다 먹는 사라다, 동서가 좋아하는 홍어무침, 며느리가 환장(?)하는 장터 구이김, 이모(언니)를 위한 토리묵무침 등등. 상에 놓을 곳 없다고 제발 다음엔 반찬 가짓수를 줄이자 해도 "00 이가 잘 먹는거라 안된다~"라며 차단하신다.
홍천에 사시는 이모(어머니 언니)가 거의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직접 쑨 도토리 묵에 새로 한 양념을 넣어 무쳤다. 시이모는 평소 밥맛이 없다가도 도토리 묵무침만 보면 밥 한 그릇 뚝딱하신다고 했다.
시이모는 작년 여름 둘째 아들을 먼저 보냈다. 사인은 심장마비였다. 한참 단잠에 빠진 새벽에 아들의 심장은 멈췄고, 손을 쓸 틈도 없었다고 했다. 장례식 이후다시 뵌 시이모의 눈꺼풀과 볼은 더욱 꺼져 있었다. 접시에 반찬을 담는데 자꾸만 내 마음도 함께 담겨 접시마다 작은 봉우리가 솟아났다. 카지노 쿠폰 물린 뒤,다시 한 번깊은 애도와 긴 위로의 시간이 이어졌다.
음식을 하지 않는다 해도 상을 차리고 치우는 것도 일이어서 어느 해는 몸이 고단하지만, 그래도 형제들은 또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자~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자~라는 마음으로 해마다 집에서 카지노 쿠폰을 치르고 있다.
사촌부턴 남보다 못하고 이웃엔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그런 세상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친인척들 복작복작 모여 맛있는 음식도 나누고 그동안 살았던 날들을 나누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일상에 소소한 행복을 나는 또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