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꿈
"직장이 어디세요?" 수영강사님이 물었다. "무슨 일 하세요?" 남자친구의 지인이 물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 저..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 찾아보고 있어요" 라고 얼버무렸다.
작년 말 퇴사한 이후 3개월이 조금 넘었다. 회사 사람들이 퇴사하고서 뭘 할거냐고 물었다. 그 때에도 얼버무리며 "그냥 좀 쉬기도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거 찾아보려고요" 하면서 에둘러서 말하곤 했다. 마음속에 혼자서만 품었던 꿈이 있었지만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다. 회사 사람들과 굳이 불필요한 대화를 하는게 싫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나의 속마음은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장 친했던 과장님에게만 슬쩍 털어놓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싶다고 말이다. 과장님은 부럽다고 하시면서 응원해 주셨다. 내가 보낸 이메일을 볼 때에도 글을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그러고보니 이전에도 이 차장님이 내게 글을 잘 쓴다는 평가를 해 주시면서 관련 업무를 맡아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해 주었다. 종종 큰 세미나를 마치고 나면 잡지나 신문에 기사를 게재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다른 업계도 비슷한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업계의 경우에는 기자들이 세미나 주최사에게 기사 초고를 써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말이 초고지 주최사에서 보내는 기사를 거의 그대로 싣는다). 그런 일들을 내가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모든 자료가 영어였기 때문에 한국어 자료를 따로 만들어야 했다. 대부분의 고객의 경우에는 텍스트를 읽는걸 선호하지 않아서 만나서 구두로 설명해주기를 원했지만 몇몇 고객들 (우리 제품에 호의적이거나 정말로 공정하게 이해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고객들)의 경우에는 텍스트로 설명하는 편이 나에게는 훨씬 좋았다. 제품 자료나 공인 분석기관의 분석 결과 혹은 논문을 정리한 피피티 자료를 첨부하면서 그에 대한 설명을 표와 산문글 형태로 이메일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냈을 때 반응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
도표와 그래프 혹은 이미지만 가지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글로 설명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을 하게 됐다. 회사에서 교육해주었던 스토리텔링 이외에 내가 조사하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논리와 스토리텔링의 경로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최선을 다해 일했던 것은 아니어서 논리는 빈약하기 그지 없었지만, 어쨌든 문헌들과 마케팅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 적어도 학술적으로는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고객들의 성향을 접하면서 어떻게 글을 적어야 그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런 글들이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다른 업무들에 비해 글을 쓰는 업무를 할 때 조금이라도 더 흥미와 보람을 느꼈다.
친한 친구들과 스승에게 퇴사를 할 거라고 털어놓자 뭘 할거냐고 물어왔다. 이거 어떡하지.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괜히 이야기 했다가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좋은 글을 못 쓰면 어떡하지. 작가가 되지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서면서 머뭇거렸다. 글을 써 보려고요, 라고 했다가, 조금 비겁한 것 같아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써 보려고요, 라고 하기도 하고. 조금 더 자신 없는 날에는 그냥 하고 싶은것 이것저것 해보고 찾아보게, 하며 퇴사 직후 특유의 불안과 홀가분함이 뒤섞인 태도로 언어를 뭉개기도 했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글을 더 많이 쓴다거나 잘 쓰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어떻게든 하게 된다고. 직장이 바쁘다면 욕을 먹는것을 감안해서라도 일을 줄이고 글을 쓰게 된다고. 어느 정도 욕 먹을 용기를 내고 (실제로도 욕을 좀 먹기도 하면서 회식에 불참하고 야근을 안 하면서도) 직장을 다녔음에도 나는 그게 잘 안됐다. 시간이 나면 글을 쓰는게 아니라 운동을 했다. 물론 짬짬이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거나 일기를 쓰기도 했지만 깊은 생각을 할 수 없었고 문제는 수렁에 빠져 헛돌고 있었고 마음은 더 고통스러워져만 갔다.
몸과 마음이 닳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는 분명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걸 하지 못하니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면 적어도 몸이라도 덜 혹사시키면 됐을것을 그러지 못했다. 어쩌면 그 모든것들이 카지노 가입 쿠폰 쓰는 것이 진짜 내 욕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증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욕망은 행동으로 나타나니까. 그 무렵 직장 사람들이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호들갑 떨고 근엄한 척 하는것이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아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직장을 그만 뒀다. 나는 내 욕망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그게 무슨 결과로 나타나던간에 말이다.
퇴사를 하고 가장 걱정되었던 건 아무도 통제하지 않는 삶을 내 스스로 가꾸고 다루는 것이었다. 떠올려보면 이십대 때 호주에 1년 살았던 시기와 취업 전 6개월을 제외하고는 조직에 속해있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사실 그 시기들 마저도 적을 두고 있던 곳은 있었으니 완전한 백수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호주에서도 역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취업 전 6개월도 학교 실험실에 간간히 나가며 취업을 준비하던 때라 퇴사 후 나에게 주어진 완전히 자발적인 시간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월, 수, 금은 새벽 7시 수영을 마치고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오전 9시정도가 된다. 화, 목은 7시에 기상해서 도서관이 문을 여는 8시까지 도서관에 간다. 8시 혹은 9시부터 12시까지는 글쓰는 시간.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낮잠을 잔다. 다시 도서관에 간다. 오후 시간에는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철학 수업 녹화 영상을 보며 공부한다. 저녁 6시쯤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 운동을 간다. 밤에 와서는 읽었던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필사를 하고 짧은 견해를 덧붙여 올린다. 때론 오전에 쓰던 글을 오후나 밤에 이어서 쓰기도 한다. 주말도 가능하면 이틀 중 하루라도 오전 글 쓰는 시간은 사수하도록 한다.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인 약속으로 시간을 보냈다.
퇴사 이후 삶은 이 루틴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특별히 평일에 약속이 잡히거나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오전과 오후 그리고 밤 시간을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철학 공부에 투자한다는 나의 원칙에서 어긋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글쓰기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겠다고 직장을 박차고 나왔지만 정작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란 걸 써본적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 쓰려고 직장을 그만뒀다고 말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문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장르카지노 가입 쿠폰과 순문학의 차이는 무엇인지, 엽편카지노 가입 쿠폰/단편카지노 가입 쿠폰/중편카지노 가입 쿠폰/장편카지노 가입 쿠폰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카지노 가입 쿠폰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경로로 단행본을 내게 되는지, 카지노 가입 쿠폰가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 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면 카지노 가입 쿠폰가로 등단하는 거라는 정도. 그런 대책없이 막연한, 사실은 스스로에게 무책임했던 정보가 전부였다.
사실 약 이삼년 전에도 회사를 다니며 카지노 가입 쿠폰 수업을 한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처음으로 강의를 처음으로 해 보시는 젊은 남성 작가셨다. 그 수업에서 뭘 배웠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 자신이 생각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같은 것들을 말해 주셨던 것 같다. 사실 카지노 가입 쿠폰 작법에 관한 '강의'는 하루 정도에 그쳤던 것 같고, 나머지 시간들은 학생들의 작품에 대한 합평으로 이루어졌다. 그 때 나는 한 편의 단편카지노 가입 쿠폰을 미처 다 완성하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불안했던 나는 또 다시 카지노 가입 쿠폰 쓰기 수업에 등록했다. 이번 선생님은 오래 전에 등단하신 여성 카지노 가입 쿠폰가이셨다. 해당 수업의 기수는 60기를 넘어갈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수업이었다. 선생님의 단편카지노 가입 쿠폰집 한 권과 학생들의 수업 후기를 읽어보았다. 사실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할 때에도 꼼꼼히 따지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수업에 들어갔다. 선생님이 예쁘셨다. 그리고 카프카를 무척 좋아하셨다 (선생님이 쓴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도 드러났다). 쉽게 단정짓거나 가식적인 예의를 차리는 스타일이 아니셨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건 우선 쓰는 거라고 하셨다. 이 세상에 작법서는 넘쳐나지만 (학생들은 스티븐 킹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작법서를 많이 이야기 했다) 그런 걸 읽지 않는게 카지노 가입 쿠폰 쓰는데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수업에서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들이 최초의 아이디어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알려주었다. 개연성과 필연성, 캐릭터, 시점, 어조, 그리고 당대성을 중심으로 미니픽션 창작 과제를 내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유 주제로 단편 카지노 가입 쿠폰 합평으로 진행됐다. 총 12주의 강의 일정동안 2편의 엽편카지노 가입 쿠폰과 2편의 단편카지노 가입 쿠폰 초고를 완성했다.
무척 막막했다. 과제에서는 개괄적인 주제가 있었음에도 막막함은 마찬가지였다. 가장 막막했던 것은 이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그게 왜 꼭 카지노 가입 쿠폰의 형태여야만 할까? 수업을 들으면서 만났던 동기 중 한명과 대화하다가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나에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띄지 못한 채 덩어리로 떠다니는 것 같았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였다. 그래서 과제 외에 완성한 2편의 단편카지노 가입 쿠폰은 대상이 있는 편지 같은 느낌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썼다. 그러나 여전히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쓴다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면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쓰지 않으면 되지 않는가, 생각도 해 보았다. 나는 어쩌면 내 마음을 더 잘 전달하는것은 내가 생각하는 어떤 형태의 문학이라고 생각하는것도 같았다. 정작 문학이라는 게 무엇인지 (인터넷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찾아볼수도, 그에 관련된 노골적인 제목을 가진 책을 읽어볼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르면서.
문학적인 글과 문학적이지 않은 글, 나는 그 언어와 분류에 갇혀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카지노 가입 쿠폰은 완성해야 했다. 나는 그 글을 선물하고 싶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끙끙대며 첫 단편 카지노 가입 쿠폰을 완성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어조와 분위기와 어쩌면 소재까지도 비슷한 어설픈 카지노 가입 쿠폰 (그러나 그 소재는 어쨌든 내 개인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다. 소재 선정에서까지 내가 그 작가를 따라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 소재를 마음에 두었던 이유와 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결을 같이 하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게다가 순문학적으로 써보겠다고, 내가 비난해 마지않았던 문학허세가 잔뜩 들어간, 상징과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카지노 가입 쿠폰.
그걸 완성해 놓고 프린트를 해서 퇴고를 겨우.한 번 하고서는 더 이상 잘 쓸 자신이 없어 마무리했다. 문학 허세를 좀 덜기 위해 상징과 은유를 덜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도 되었지만 또 그렇게 쓰는 것을 상상해보니 그런 표현과 소재가 아니면 나의 마음과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 나는 그런 느낌들로 구성되는 글이 문학적인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파고가 큰 감정을 겪으면 그걸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 중에서도 운문 혹은 그와 비슷한 형태의 어떤 글 같은 것이 떠오른다. 스승을 통해 좋은 시라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기에 (이창동 감독의 '시'를 보며 한없이 부끄러웠다) 함부로 시를 논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말이다. 시가 '짧으니까' 심적 부담이 적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세상과 삶을 몰라 그렇다. 음악 연주로 치자면 시는 공연장에서 감정이 올라왔을 때 하는 즉흥 잼 같은 느낌이고 카지노 가입 쿠폰은 시간과 마음을 들여 지은 자작곡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은, 너무 내 느낌에 취해 쓴 바람에 정작 그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왜곡 시키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을 완성하자마자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통 내 시선에서 왜곡시키고 덧칠한 그 사람의 모습만 잔뜩 늘어 놓았고 심지어 그렇게 만들어진 카지노 가입 쿠폰 속 인물조차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의 상에 부합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단편적인 느낌과 감정과 어떤 이미지 같은 것들을, 그 파편적인 조각들을 어떻게든 누더기처럼 기워서 엮어놓았고, 그것을 겨우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을 뚫어 놓듯이 가까스로 초점을 그러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 사람도 알았을 것이다.
두 번째 단편 카지노 가입 쿠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카지노 가입 쿠폰 역시도 누군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담긴 편지였다. 이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도 역시나 나는 일종의 순문학적인 접근방식을 취했다. 다만 조금 방법을 달리했다. 첫번째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첫 번째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는 나의 비이성적인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거라면 두 번째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는 비이성적인 너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주인공 화자를 너로 삼았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는 것보다도 자료 수집을 하고 그것을 공부하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9백여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매일 9시간씩 한달을 읽었다는 것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사실 한강 작가 뿐만 아니라 모든 작가가 그럴 것이다. 나는 처음에 자료 조사가 필요한 이유가 카지노 가입 쿠폰에 필요한 개연성과 핍진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가벼이 생각하기도 하였지만, 진짜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강 작가를 통해 알았다. 진짜 자료 조사는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너'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이다. 너를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너'를 둘러싼 사건과 소재와 장소를 비롯하여 세상에 대해 공부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카지노 가입 쿠폰로 표현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그러나 역시나 이번 글에서도 나는 문학적인 색채의 글이 가장 알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용한 소재와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너의 단독성을 나는 어떻게든 엮어주고 싶었다. 아니, 전복시켜주고 싶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단편 카지노 가입 쿠폰 두 편을 쓰며 느낀 것은 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고싶은 말과 그 대상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인 스토리로 담아낼까. 너의 단독성을 발견하고 그 단독성과 연결된 내 안에서의 어떤 단독성을 발견하고, 그리고 그 단독성이 겹쳐지는 어떤 소재를 찾았다 (생각해보면 그 과정은 환유의 과정과 닮았다). 배경과 캐릭터와 소재는 어느 정도 갖춰졌는데 어떻게 스토리를 구상할 것인가가 나의 큰 고민이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사건이 있어야만 했다. 그래, 사건. 그런데 도대체 어떤 사건이어야만 가장 효과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너에 대해 더 잘 알수록 사건을 구성하기에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나는 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역시나 너에게 미안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실들만으로 사건을 구성하는건 쉬울 순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진짜 쓰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서사가 아니었다.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같은 서사.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는 걸 쓰고 싶었다. 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갔을 때 감독이 GV에서 답했던 답변이 떠올랐다. 때로는 진짜 사고 현장보다 사고 현장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장면이 더 끔찍할 수 있다고. 그런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싶었다. 너의 마음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에.
12주의 강의가 끝났다. 강의를 들으면서도 끊임없이 자각했던 것은 나의 절대적인 독서량 부족이었다. 동기들이 수업시간에 이런저런 작품과 작가들을 언급할 때에도 모르는 것들이 80프로 이상이었다. 부끄러웠다. 말로만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고 싶다고 했지 실제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읽거나 글을 쓰는데에 투자한 시간은 무척이나 빈약했다. 수업을 들을 당시 마감기일에 맞춰 글을 써내느라 독서할 시간이 부족했다. 두 개의 마음이 상충했다. 일단 지금 있는 것들을 가지고 무조건 쓰는게 먼저다. 아니다, 독서를 먼저 해내고 나서 글을 써야 한다.
두 가지를 적당히 균형잡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나 강의가 끝나고 혼자 글을 쓰는 시기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에는 특히 더 그랬다. 무엇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지 - 덩어리는 있는데 그것을 세부적으로 깎아나가는 과정에서 - 고민할 때에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어떤 주제에 대해 검색하다보면 발견되는 책 (그게 카지노 가입 쿠폰이든, 에세이든, 철학책이든) 을 읽다보면 아이디어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 책에서 파생된 다른 영화, 책, 다큐, 연극, 음악... 등등을 타고 들어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궁에 빠져 있곤 했다. 어떨 때는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엉뚱한 곳에 도착해 있었고 원래 찾으려던 주제가 뭔지 까맣게 잊기도 했다. 징검다리들을 모두 기록해 보고 싶어서 엑셀이나 브런치 작가의 서랍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다시 찾아보는 일은 매우 드물었기에 그만두었다 (물론 큰 랜드마크들은 기록해 두긴 하는데, 그렇게 해두지 않아도 그런 것들은 내 마음속에서 필요할 때 꺼내진다는 것도 안다. 이 모든게 조바심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게 하루종일 빠져 있다보면 글 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오전의 글 쓰는 시간에도 카지노 가입 쿠폰의 시놉시스를 간단히 써 두거나 거기에서 글을 시작해서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자꾸만 호기심이 다른 곳으로 튀었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도 있었지만 사실 요즘 더 고민인 부분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허구성과 재현의 윤리에 관한 부분이다.
책을 선정할 때 유명 작가의 유명 작품을 고르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주제나 소재를 우선적으로 고른 뒤 거기서 파생되는 것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우선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것이 아무나 바보같고 남들이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가 개인이 느끼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 같은 것들을 당당하게 (어떻게 보면 뻔뻔스럽게 강요하는) 적어 내는 카지노 가입 쿠폰들이 좋았다. 때론 그와 맞물려서 지나치게 미신적이게 호감의 감정이 증폭되기도 했다. 내가 아니 에르노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더욱 눈에 들어오게 된 건 내가 얼마 전 프랑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라든지. 누군가 읽으면 그건 그저 미신적인 억지 연결일 뿐이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관심과 호감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작동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겪었던 일을 기반으로 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였다. 그런 그녀의 글을 오토픽션이니 자전카지노 가입 쿠폰이니 하는 용어로 부르는 것 같았다. 사실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들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많은 카지노 가입 쿠폰가들이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 즉 자전적인 일들을 카지노 가입 쿠폰로 쓰니까. 박완서 선생님처럼 자신이 겪었던 일을 거의 수필같은 형식으로 적어낸 카지노 가입 쿠폰도 있으니까. 그녀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특별히 다를게 무엇인가. 아마 그건 그녀의 삶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지 말이다.
에르노의 글을 읽으면 글이 쓰여지는 순간, 과거 어느 순간 파리 어느 아파트에서, 방 안에 놓인 책상에 앉아 열심히 글자를 휘갈기고 있는 여자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더 먼 과거로부터 조금 더 가까운 과거로 시간이 흐르면서 원고에 줄을 긋고 교정을 하고 그 순간에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그 과거보다 더 먼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 그리고 이 책의 몇몇 페이지에서는 불연속적으로 (이 책은 연대기 순으로 쓰이지 않았으므로) 비교적 현재에 가까운 순간을 떠올리며 써 내려갔을 그녀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그녀가 했던 표현대로 이 책은 그녀의 삶의 나이를 두루 돌아다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사실 아니 에르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레벤느망이라는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카지노 가입 쿠폰이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작가의 이름을 스쳐가듯 들었었다. 그리고 친구가 어머니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 <한 여자를 추천해 주어서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을 읽게 되며 다시금 기억이 재소환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2022년에 노벨 문학상을 탔을 때, 그래 그런 이름을 들었던 것 같다, 라는 기억과 함께 어렴풋이 느껴지는 친숙함과 함께.
그녀 자신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인터뷰집과 이메일 서간문을 모은 책을 읽어보고 있다. 더불어 그녀의 작품들도 아직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내가 그녀의 글을 읽고 느낀 것은 충격이었다. <레벤느망의 원작이 되었던 <사건 이라는 카지노 가입 쿠폰책이 특히 그러했다. 여성의 낙태가 불법이었던 시절 한 여자 대학생이 홀로 그 과정을 겪어내야만 했던 그녀 자신의 진짜 경험이 담긴 이야기. 그녀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영화보다 더 커다란 충격을 몰고왔다. 문장과 문장 사이, 그리고 문단과 문단 사이에 숨겨진 것들, 그녀가 의도적으로 숨기지 않았기에 더 숨막히게 느껴지는 것들에 나는 압도됐다. 그녀의 문장은 간결했다. 그걸 단정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간결하고 삐죽빼죽했다. 감정이 배제된 그녀의 글에서 나는 진짜 잔혹함과 불행을 만났다.
그녀는 문학 교수의 신분으로 유부남과 불륜을 하고 그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썼다. 그리고 쉰다섯살 때에 30살이나 어린 남성과 연애를 하고 그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썼다. 사람들은 거세게 비난을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출간된 그녀의 다른 카지노 가입 쿠폰, 아버지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해서 문단은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출신 성분 (노르망디의 소도시의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이라는 하층계급의 출신)과 이후 신분 상승을 위해 애를 쓰며 문학교수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겪은 계급과 사회적 구조에 대한 인식을 다룬 카지노 가입 쿠폰들 역시 호평을 받았었다.
그녀가 자신의 카지노 가입 쿠폰을 다루는 방식, 정확히 말하면 '허구성' 에 대한 그녀의 신념에 대한 관점을 사람들은 다르게 대한다. 부모에 대한 혹은 신분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평할 때에는 솔직하게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칭찬하지만 불륜이나 낙태 혹은 젊은 남성에 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평할 때에는 그것을 문제 삼는다. <단순한 열정에서도 불륜 상대자였던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아니 에르노는 이렇게 그녀의 생각을 밝혀 놓았다. "나는 그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 사람은 이것을 읽지 않을 것이며, 또 그 사람이 읽으라고 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이 글은 그 사람이 내게 준 무엇을 드러내보인 것 뿐이다."
얼마 전 한병철 선생님의 <서사의 위기라는 책을 읽었다. 스토리텔링과 서사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하게보게 되었다. 세상에 흥미로운 스토리들은 많다. 쏟아져나오는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그렇다. 내가 다녔던 센터에도 흥미로운 시나리오나 스토리텔링의 '공식'을 가르쳐주는 곳은 많았다. 스토리텔링과 서사의 차이점은 어쩌면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 나에게 의미있는 기억들을 뽑아내어 직조하는 것이 서사이다.
베르그손의 <물질과 기억 수업을 듣고 있다. 기억은 진실이지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 (사실)을 놓고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진실, 기억을 갖고 있다. 스토리가 사실과 정보의 기술적인 나열이라면 서사는 진실의 배치이다. 아니 에르노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하고 전율했다. 낙태에 관한 카지노 가입 쿠폰을 쓰면서 30년 전 겪었던 그 사건에 대해 복기하며 글을 써내려가며 그녀는 이렇게 썼다.
"글을 쓰면서 증거가 필요할까, 매번 자문한다. 이 시기 일기장과 수첩을 제외하면 내 머릿속을 지나간 것들은 물질적이지도 않고 점진적으로 사라져 버렸기에, 감정이나 생각은 그 무엇도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사물들에 품었던 감정을 기억하기만 해도 사실적인 증거가 나타난다. 유일한 진실한 기억은 물질적이다."
그녀는 그녀의 모든 카지노 가입 쿠폰을 일관된 신념 하에 썼다. 결국 사람들이 그녀의 작품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그녀 잘못이 아니라 기억의 물질성 때문이고, 나아가 금기와 도덕관념에서 비롯한 선악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녀의 카지노 가입 쿠폰에 드러난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 그 묘사를 통해 충분히 유추 가능한 실존하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과 그들의 주변 인물들이 겪게 될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건 비단 카지노 가입 쿠폰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역시도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는 그 대상에게 동의를 구하고 수위를 조절하거나 간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상징적인 표현으로 대체하는 경우를 선택하는 것 같다. 아니 에르노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의 존재로 인해 나에게 전해진 것을 쓴 것이므로 이건 그에 대한 글이 아니라고. 어떤 세계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폭력적인 말로 보이는 그녀의 대답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글이 좋은 글일 수 있는 이유는 글이 곧 삶이기 때문이며, 삶이 곧 글이 되지 않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의 순환 고리 속에서 말이다.
그녀는 글에 대해 더 지독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어쩌면 내가 상징과 은유로 첫 카지노 가입 쿠폰을 썼던 이유 중에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쓰기를 할 용기가 없어서였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런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마음을 전달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것도 같고,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내 욕망으로 이용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런 것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머뭇거리고 주춤댄다. 주제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썼다가 지웠다가 하면서. 유일하게 내가 잘하는 것이라면 - 아니 에르노처럼 - 직접 그 장소에 가보거나 해보는 것. 몸을 움직여 기억을 일깨우거나 그로 인해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튀는 생각의 자락들을 따라가는 것이다.
12주 수업이 끝나고 불안한 마음에 카지노 가입 쿠폰 강의 하나를 더 신청했었지만, 스승의 말을 듣고 고민하다가 환불을 받았다. 스승은 창작자들에게 진짜로 어려운 것은 창작 그 자체가 아니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하는 것. 그것이 창작자들의 불안과 고통과 외로움의 근원이다. 실제로 그 다음 수업을 들으며 합평의 무용함을 느꼈고 '신춘문예식'의 순문학을 추앙하는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자니 불편했다.
매일 아침 도서관에 앉아 노트북의 빈 화면을 바라보는 두려움과 공포를 견디고 나면 엷게 서려있는 서리같은 설레임을 발견하기도 한다. 글이 써지지 않아서 한두줄만 쓰더라도, 혹은 뭐라도 쓰려고 일기라도 쓰다보면 글이 써지기도 하고, 자료 조사를 명목으로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보면 뭔가가 반짝 떠오르며 저마다 외따로이 떨어져있던 섬들이 연결되기도 한다. 명상같은 독서의 세계에 있으면 시간을 잊는다.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소중하다. 이 시간들이 나를 글로 데려가든, 카지노 가입 쿠폰로 데려가든, 문학으로 데려가든, 아니면 엉뚱한 곳에 데려다놓든, 후회하지 않을 것임을 알겠다.
"백수라서 돈도 없으면서"라는 주변 사람들의 애정어린 농담을 들을 때면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사실을 나도 안다. 그래도 있는 힘껏 가오를 부리는 삶으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 길은 걸어가야만 보이는 것이니까.
어제 다시, "무슨 일 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 떨리지만 용기내어 말했다. "글 써요. 카지노 가입 쿠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