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와 화가들
성노동을 카지노 쿠폰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내 마음 속에 있는 부끄러움과 수치심 때문이었다. 나는 성노동자와 남성에게 폭력을 당해온 여성들에게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한때 나는 창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나의 성을 돈을 주고 모르는 남자들에게 팔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내 몸이 함부로 굴려지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 몸을 함부로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성매매 여성들 중 일부가 스스로를 '성노동자'라고 주장카지노 쿠폰 마음을 알 것 같다. 내 몸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그런 마음으로 내 몸을 함부로 다루고 싶었던 것이었다. 내 몸을 함부로 굴리고 싶지만, 그건 '나의 선택' 이어야 했다. 그러니까, 내 마음 속에는 '주체성'과 '주체성 파괴'가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순적인 마음이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끄러웠다. 성노동자 여성들이 스스로를 성노동자라고 규정카지노 쿠폰 것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서린 현실을 어떻게든 이겨내고자 카지노 쿠폰 강한 의지로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자기모순과 기만은 그런 그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관조하며 안전한 스크린 밖에서 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반감을 가졌던 남성들의 시선 (male gaze)과 관음증적 시선, 즉 그녀들을 성적으로 대상화카지노 쿠폰 시선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진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이런 마음에 대해 듣는다면 얼마나 분노할까?
최근 근현대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 중 유독 나의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와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에드가 드가의 <무용수업과 <꽃다발을 든 무용수와 <기다림, 툴르즈 로트렉의 <물랭 가의 살롱과 <의학검사와 <침대 위의 키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바로 매춘부의 삶을 담았다는 것이다.
마네가 활동했던 1800년대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술과 과학이 융성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것은 근대의 태동을 의미했다. 이에 따라 시대를 대표카지노 쿠폰 화풍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회나 국가의 위상이 약해지면서, 왕립아카데미에서 개최카지노 쿠폰 권위주의적 살롱 위주의 종교화나 역사화 위주의 작품이 쇠퇴하고 당대에 부상하던 부르주아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와 <올랭피아에 등장카지노 쿠폰 여성은 매춘부로 상징된다. 그는 여성의 나체를 당대 유행하던 방식과 다르게 그렸다. 당시에는 비현실적이고 신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여성의 누드화가 주를 이루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회화의 평면성이라는 특징을 강조하며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누드화를 그렸다. 이 두 그림 모두 미술계에서 엄청난 비난과 파장을 일으켰다. 당대 부르주아 남성들의 치부를 폭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부르주아 남성들은 겉으로는 고상하고 품위있는 삶을 유지카지노 쿠폰 척 했지만, 드러나지 않는 일상에서는 매춘부에게 돈을 주고 그녀들의 몸을 사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그림에서 등장카지노 쿠폰 나체의 여성은 그런 그들의 기만적인 일상을 폭로라도 하듯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림을 감상카지노 쿠폰 관찰자는 그런 그녀의 시선을 마주치고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드가의 <무용수업, <꽃다발을 든 무용수, 그리고 <기다림은 무용수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이다. 당시 무용수는 현대처럼 존중받는 예술가가 아니었다. 대부분 가난한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가 가지고 있는 몸 하나로 밥벌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당대의 부르주아들은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비밀리에 무용수들의 몸을 샀다. 무용학원과 공연장은 그들이 미래의 매춘부를 고르는 경매장과 다름 없었던 셈이었다. 드가는 무용수들의 일상을 조망카지노 쿠폰 구도에서 그녀들의 삶을 그려냈다. 그 시선 자체가 부르주아 남성들의 이중적인 시선을 폭로카지노 쿠폰 셈이었다.
로트렉의 <물랭 가의 살롱, <의학 검사, <침대 위의 키스는 오랫동안 사창가에서 머무르며 매춘부들의 삶을 그려낸 그림이다. 그는 부유하고 유서 깊은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십대 때 계단에서 넘어진 뒤 다리의 성장이 멈추게 된 로트렉은 상반신은 성인, 하반신은 아이의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갔다. 그의 키는 154 cm에 불과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술과 매춘에 탐닉하게 되었다. 자신의 신체적 결함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던 그는 매춘부들의 삶에 깊이 공감했다. 로트렉은 매춘부의 모습을 남성적인 시선으로 성적 대상화하여 바라보지 않고 카지노 쿠폰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그들의 그림을 보며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들었다. 일상의 삶에서 마주치는 여성들의 몸들을 정말 잘 그려냈구나 카지노 쿠폰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 목욕탕에 가면 마주치는 몸들을 마주할 때의 생생한 느낌이 전달되었다. 살이 찌기도 하고, 주름이 지기도 하고, 축 늘어지기도 하고, 짧고 길고, 검고 하얗고, 거칠고 부드럽기도 한 몸들. 반면, 내 마음 어딘가에서 실망카지노 쿠폰 마음이 있었다. 저런 몸들은 아름답지 않아. 관능적이지 않아. 카지노 쿠폰 목소리들. 마치 당대 남성 화가들이 여성을 수동적이고 대상화된 뮤즈로서 소비했던 것 같은 시선이 내 안에서 느껴져 괴로웠다.
사실 내가 끌리는 누드화들은 여성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낸 누드화보다 여성의 부드럽고 관능적인 몸매를 강조한 누드화들이었다. 티치아노의 <우르노의 비너스나 고야의 <벌거벗은 마하 와 같은 그림들. 그런 그림들을 보면 카지노 쿠폰의 몸을 어루만지고, 키스하고, 포옹하고 싶었다. 여성의 음부와 체모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야생적이고 방탕한 느낌을 주는 그림들도 내 마음을 끌었다.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히에로니무스의 <타락의 정원, 그리고 에곤 실레의 소녀 누드화들이었다. 나는 이 그림들을 보면 고통스러운 갈증이 느껴졌다. 그건 목마름도 아니고, 배고픔도 아니고, 욕정도 아니고, 탐욕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건 에로티시즘이라고 표현될수도 있고 에로스와 타나토스라고도 표현될 수 있는 아득한 충동이었다.
많은 화가들이 매춘부의 몸을 화폭에 담았다. 마네와 드가 그리고 로트렉은 매춘부들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아 주었지만 그렇지 않은 화가들도 많았다. 그들에게 매춘부는 욕정 해소의 대상이자 그들의 욕정을 영원히 지속시키고 증폭시켜줄 피사체에 불과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매춘부는 욕정을 마구 부려놓을 수 있는 창녀였지만, 그들의 욕망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성녀여야만 했다. 그렇게 경멸과 탐욕의 시선이 뒤섞이게 된다. 마치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그림처럼 말이다. 당시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에밀 졸라는 그 그림에 대해 이렇게 비평했다. "젖의 강에 빠진 이 여인은 맛있어 보이는 고급 창녀와 닮았다".
내가 성노동자들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부채감은 이 그림이 보여주는 시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괴로웠다.
누드 모델과 화가, 관통, 그리고 사랑
대학 학부시절 교양과목으로 <미술의 이해 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강의하시던 교수님은 미학을 전공하신 분이었다. 당시 나는 미학이라는 학문이 있는줄도 몰랐을 정도로 미술에 문외한이었다. 그럼에도 그 과목에 호기심이 생겼던 이유는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전시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작곡가가 꿈이었다. 그 무렵 고등학교때 단절되었던 관계가 다시 이어지면서 그 친구와 만나게 될 때가 많았다. 친구는 종종 나에게 이런 저런 전시를 보러 가자고 했다. 어릴적 엄마의 손에 이끌려 음악회나 연극 극장에 간 적은 있어도 미술관은 생소해서 어색했다. 반면 친구는 디자인을 전공한 언니를 따라 어릴적부터 전시장에 오는 것이 익숙하다고 했다. 미술관에 갈 때마다 나는 위축된 채 친구 뒤를 졸졸 쫓아다니곤 했다. "뭘 어떻게 느껴야 카지노 쿠폰지 모르겠어". 전시를 보고 나올 때마다 풀이 죽어서 친구에게 토로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는 "그냥 너에게 느껴지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따라가 봐" 라고 격려해 주었다.
떠올려보면 그 친구가 나에게 미술에 대한 최초의 관심을 이끌어 주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듣게 되었던 <미술의 이해 수업은 그 학기 중 내가 가장 열심히 들었던 수업이 되었다. 전공 수업보다도 더 열심히 듣고 과제를 하며 열을 올렸다. 그러던 중 하루는 수업 시간에 자끄 리베트 감독의 <누드 모델 이라는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중간 5분의 인터미션을 포함하여 장장 4시간에 달카지노 쿠폰 장편 영화였는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서 보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랬다. 배경은 프랑스 남부 예술인촌. 그곳에 기거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 에두아르 후텐호페르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에두아르는 자신의 과거 모델, 연인이자 현재의 아내인 리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젊은 남성 화가인 니콜라와 그의 애인 마리안느가 미술상이자 화학자인 포러비스를 만난다. 포러비스는 후텐호페르에게 연인을 소개한다. 후텐호페르는 자기 영혼에 깃든 다시없는 걸작을 남겨야겠다는 강박관념과 집착으로 붓을 놓은 채 십년동안 예술적인 광기에 휩싸여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그는 니콜라의 제안으로 인해 마리안느를 모델로 십년전 미완성으로 남겨둔 작품 La Belle Noiseus (미녀 말썽꾸러기)을 완성시키기 위해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화가들의 뮤즈, 즉 니콜라의 애인이자 후텐호페르의 모델로 등장하는 마리안느 나체가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몸은 아름다웠다. 적당히 그슬린 피부색, 매끄럽고 탄탄하면서도 인간적인 피부결, 건강해 보이는 허벅지, 육감적인 골반과 엉덩이와 가슴, 잘록한 허리, 예쁜 얼굴, 어딘가 도발적이고 깊은 듯한 눈, 때론 야성적이고 때론 여성스러운 머리카락까지. 그녀의 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의 몸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단순히 그녀와 섹스하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10년 전 사랑했던 리즈와 그림을 마무리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후텐호페르는 "그만두지 않았으면 둘 중 하나가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 그 때 끝내지 못했던 것, 그것이 10년동안 그를 저주처럼 옭아매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너무 늙어버린 그에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그는 마리안느를 통해 그것을 완성하고자 한다. 그는 강박적으로 부자연스러운 여러가지 포즈를 마리안느에게 강요한다. 그가 그녀를 통해 그림에 그려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당신이 아닌 당신. 당신이 상상카지노 쿠폰 이상의 당신. 그녀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화폭에 담아내고 싶다고 말한다. 작업을 카지노 쿠폰 중간중간 그는 종종 이상한 환영에 말을 걸듯 헛소리를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그녀의 몸을 마치 정물을 대하듯 거칠고 함부로 다루기도 한다. 마리안느는 그런 화가의 태도에 상처받고 지쳐가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난데없이 폭소를 터뜨린다.
나는 마리안느가 작품 중간부터 단순한 대상이나 모델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모델을 서면서 자신의 동의도 없이 후텐호페르에게 자신을 모델로 세우겠다고 약속한 애인 니콜라에 대한 감정을 돌아본다. 그녀가 중간에 울음을 터뜨릴 때, 후텐호페르가 "니콜라 생각이 나서 우느냐"고 묻자 그녀는 "저 때문에요" 라고 말한다. 후텐호페르는 아내 리즈와의 쌓여온 시간과 사랑 때문에 작품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포기하려 하지만, 마리안느는 분노한다. 그리고 그를 격려한다. 이렇게 끝낼수는 없다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결국 마리안느의 부추김으로 인해 후텐호페르는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10년 전 그리기 중단했던 아내의 얼굴 위에 마리안느가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취한 그녀만의 자세를 그려넣는다. 리즈의 얼굴은 마리안느라는 새로운 여인의 엉덩이로 짓눌렸다. 그림을 본 리즈는 괴로워하지만 남편을 이해카지노 쿠폰 모습을 보인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 마리안느는 크게 충격받는다. 카지노 쿠폰는 니콜라를 찾아온 그의 여동생에게 좌절하며 말한다. "차갑고 메말랐어". 영화에서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카지노 쿠폰는 그림을 관통한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포즈를 취할 때 화가를 잡아먹을 듯 이글거리던 카지노 쿠폰의 눈동자가 뇌리에 깊게 남았다. "남편은 보호해주지 않을 거예요" 리즈가 마리안느에게 말했고 마리안느는 공격적인 모습으로 대꾸한다. "제가 방어할 거예요" 카지노 쿠폰와 후텐호페르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 그건 무엇이었을까? 섹스와 죽음과 식인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누드 모델과 나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십여년 전쯤 보았던 이 영화가 떠올랐고, 최근 다시 그 영화를 보았다. 내가 왜 이 영화에 끌렸었는지 다시 떠올랐다. 이 영화의 원작은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라는 소설이었다. 추상화를 글로 묘사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일까. 화가가 그토록 화폭에 그려내고 싶었던 보이지 않는 그 무엇, 카지노 쿠폰이기도 하면서 카지노 쿠폰가 아닌 그 무엇, 카지노 쿠폰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카지노 쿠폰는 무엇일까. 내가 글로 드러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은 무엇일까.
십여년 전쯤 이 영화를 보고서 누드 모델을 서 보았던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반쯤 잊혔던 기억이 떠올랐다. 누드 모델을 서고 싶었던 이유가 다시 상기되었다. 나는 나의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 내 몸 구석구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언제나 꽁꽁 가리고 다녔다. 몸 뿐만이 아니었다.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를 사귀더라도, 언제나 그들에게 맞춰주고 나의 욕망을 억누르고 가면을 쓰던 내 모습이 싫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군중들 속에서 나는 안개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생각. 내가 사라져 버릴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은 그 모습을 보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나 절실히 내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내가 왜 이 영화에 꽂혔었는지 알것도 같았다. 주인공인 마리안느는 문학을 좋아하며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내 안에 그녀와 같은 강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모델을 서기 전 그녀는 니콜라 위주로 맞춰주던 여인이었다. 그런데 모델을 서는 도중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녀의 모습에서 내 안의 어떤 모습을 발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누드모델을 서게 되었던 기억을 되짚어 본다. 장소는 한국누드모델협회를 창립한 하영은씨의 작업실. 하영은씨는 최초로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활동한 한국의 첫 누드모델이자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최장수 누드모델이다. 첫날 상담을 하고 그 다음주였던가 모델을 섰다. 첫 경험이라 많이 신경써주시는게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체로 선다는 건 쉽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 기억이라 희미하고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는다. 아마 정면 벽의 전면이 거울이었던 것 같고, 나머지 삼면에 책상이 놓여 있었던 것 같다. 그곳에 화가들이 앉아서 나를 그렸다. 옷을 벗고 있어서인지 그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원카지노 쿠폰 노래를 선곡해서 그 곡을 틀어놓을 수 있었는데 한 자세로 몇분씩 유지카지노 쿠폰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노랫소리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자세를 카지노 쿠폰데 겨드랑이에서 땀이 송글송글 솟아나서 팔뚝으로 흘러내렸던 기억이 또렷이 남아있다. 나를 그린 그림을 보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런 요청을 하면 안될 것 같았다.
누드모델을 한 번 서고 나서 그 때의 감정을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해 놓은 것이 있었다. 2014년 11월 29일자의 기록. 그 때 당시 인터스텔라가 개봉했던 때인지, 머피의 법칙에 대해 써 놓은 내용이 있었다. 그 내용을 보니 처음 누드모델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전시를 같이 보던 작곡카지노 쿠폰 친구가 자신의 젊은 시절 육체를 누드화로 남겨놓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나에게 막연한 끌림이 되었고, 그 때부터 이미 미래는 결정되어 있었다고.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그 때 만큼 내 몸과 몸짓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운동도, 무용도, 섹스도 모두 몸으로 카지노 쿠폰 일이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행위지만 무언가 달랐다. 누드모델을 서는 행위는 내 몸 그 자체와 그것에 의미를 담아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의 몸은 무엇을 담을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행위였다.
나는 나의 '몸'이다.
나를 정의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몸이다. 몸에는 그 사람의 나이, 평소 성격과 습관은 물론 은밀한 욕망까지도 배어있다. 내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까지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간의 기억력이란 완벽할 수 없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기억을 저작하고 편집하는 불순함이 있다. 그러나 몸은 거짓이 없고 순수하다. 몸에 기록된 '나'는 정신이나 영혼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하영은
우연히 하영은씨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30여년간 모델로 활동하며 느낀 감정들을 적어낸 에세이였다. 그녀에게 누드 모델은 날 것 그대로의 내 몸을 마주하는 행위이자, 예술가의 욕망을 읽고 가장 잘 읽혀지는 몸이 되거나 때로는 예술가조차 몰랐던 영감을 불러일으켜주는 소통의 행위였다. 그녀가 얼마나 투철한 직업 의식과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모델일에 임해 왔는지, 그 자부심이 그녀의 삶에 담백하고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의 몸이 그녀의 자부심 그 자체였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을 정의카지노 쿠폰 가장 확실한 증거는 몸이라고 했다. 거울에 서서 나의 벗은 몸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의 나의 몸은 어떠한지 되물었다.
나의 몸을 스쳐간 많은 기억들을 떠올린다. 때로 나는 나에게 너무 많은 나의 모습이 보여 혼란스러웠다. 그런 자각은 격기 종목 운동을 하게 되면서 자주 느꼈다. 그 이전까지의 나는 소위 '여성스럽다고' 생각되거나 정적인 운동 위주의 운동을 즐겨 했었다. 요가, 무용, 발레와 같은 것들. 조금 더 격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수영과 달리기 혹은 사이클 정도였다. 그러나 복싱과 주짓수와 레슬링을 접하면서 나에게도 남성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물학적인 남성이 느끼는 원초적인 남성성만큼은 아닐지라도, 때때로 그런 운동을 할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투쟁심같은 것을 느낄 때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마치 남성적인 나의 모습에 거울을 비춰보듯, 그런 운동들에 심취하면서 종종 여성성을 갈구카지노 쿠폰 마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마다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런 나의 마음이 훈육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상술했듯, 나는 창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안에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을 바라보듯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며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카지노 쿠폰 남성적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서 나의 몸의 아름다움과 관능적인 곡선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그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피사체가 우리의 몸이다.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하영은
폴댄스를 해 보았다. 폴댄스를 직접 하기 전까지 그것은 나에게 스트립댄서들이 카지노 쿠폰 외설적인 춤이나 다름없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걸 직접 해보고 알았다. 외설과 아름다움은 아슬아슬한 한끝차이라는 것을. 나는 내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이 좋았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조각을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하영은씨의 글귀와 다시 보게 된 자끄 리베트의 영화를 보며 느꼈다. 어쩌면 내가 그토록 괴로워했던 성노동자에 대한 부채감과 죄책감은, 나의 여성성을 긍정하지 못해서 생긴 부산물 같은 것이었을수도 있다고.
나는 나아가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나의 모습 있는 그대로 나아가고 싶은 강렬한 마음을. 나는 그런 충동에 나를 내맡기며 살고 싶다. 창녀의 몸은 곧 나의 몸이기도 했고 그녀들을 배반한 후에는 나의 몸이 아니기도 했다. 그 배경처럼 깔렸던 수많은 기억들에 대하여 생각한다. 고통스럽다. 말을 그치고 싶다. 그것들에 대하여 속죄하고 나아가고 싶다.
매일매일 지속되는 고통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떨쳐내야 할 나의 기만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나를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카지노 쿠폰 부끄러움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나의 모습, 나의 몸, 나의 나체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아름답게 살고 싶다. 나는 거짓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죽고 다시 살아가고 싶다. 내 몸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뜨겁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