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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별 Mar 17. 2025

새 신발, 새 옷, 새 책 다 좋은데

새 학기는 왜 이리 싫은 걸까...

새 학기 첫날, 교실 문을 열자마자 소리가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책상을 옮기는 소리,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까지. 자극이 너무 많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집중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이 점점 시끄러워지고, 어떤 소리도 떼어낼 수가 없다. 마치 모두가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정작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 같다. 머리가 아프다.


내 자리는 어디지? 선생님께 물어봐야겠다. 가방은 어디에 둬야 할까? 선생님께 또 물어봐야겠다. 입학식은 언제 시작하지? 아, 강당으로 가야 하는구나. 의자가 너무 많은데 내 자리는 어디일까? 선생님께 물어봐야겠다. 입학식 준비를 하는데 방송 소리가 너무 크다.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방송 속 선생님 발음이 뭔가 웃기다. 크하하! 어? 왜 다들 나를 쳐다보지? 종이에 적힌 글을 다 같이 읽어야 한다는데, 다른 사람들과 나의 읽는 속도가 다르다. 그래도 열심히 읽어야지. 어, 왜 또 다 나를 쳐다보지?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 있기가 힘들어서 자주 조퇴를 했다. 중학생이 됐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 하지만 수업 종소리가 너무 크다. 어지럽다. 카지노 게임 추천 들어오셨다. 중학교는 새로운 선생님들이 너무 많다. 난 새로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가려다가 문장을 잃어버린다.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선생님께 물어봐야겠다. 설명을 놓치면 실수할 테니까. 정말 잘하고 싶은데, 선생님은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다. 설명이 자꾸 끊기니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기다리다 보면 궁금한 것들을 잊어버릴 것 같은데. 지금 바로확인해야 하는데.


그런데, 선생님이 설명하는 규칙은 왜 이렇게 많을까? 어지럽고 숨이 막힌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앞이 흐릿해지고숨이 안 쉬어진다. 여기서 당장 나가고 싶다. 아, 그냥 나가면 안 되니까카지노 게임 추천께 말씀드려야겠다. 뭐라고? 안 된다고? 왜! 나가야 살 수 있는데! 너무 화가 난다. 책상을 쾅쾅 내리친다. 소리를 지른다. 죽을 것 같은데 왜 나를 여기에 가두는 걸까? 수백 개의 화살이 내 머리를 스치듯이 빠르고 날카롭게 몰려온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어제 받아간 서류를 제출하려고 저녁부터 가방에 챙겨 두었다. 그런데 어떤 선생님께 내야 할까? 우리 반 선생님 어디에 계세요? 네? 카지노 게임 추천 우리 반 카지노 게임 추천라고요? 제가 어제도 카지노 게임 추천한테담임 카지노 게임 추천 어디 있냐고 물어봤다고요? 중학교는 카지노 게임 추천 너무 많아서 헷갈렸을 뿐인데, 왜 놀란 표정을 짓는 걸까. 그래도 서류는 잘 냈으니 됐다. 엄마, 아빠 연락처랑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서 제출했다. 그런데 친구 이름은 적을 수가 없어서 '친구가 없어요'라고 적었다. 다른 애들은 모여서 웃고 떠드는데, 나는 늘 혼자다. 나도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먼저 말을 걸면 된다고 해서마음에 드는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짧게 대답하고 멀리 가버렸다.


체육 시간은 정말 싫다. 아이들은 마구 뛰어다니고 공이 날아다녀서 너무 어지럽고 무섭다. 구석에 앉아 귀를 막고 큰 소리를 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동아리 수업도 정말 싫다. 겨우 교실에 적응했는데 또 다른 교실로 가서 다른 아이들과 앉아야 한다. 심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하는데 처음 보는 선생님이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겨우겨우6교시까지 참았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다. 빨리 나가고 싶은데, 선생님이 나를 붙잡고 또 이야기를 시작한다. 으아아아, 너무 화가 난다. "X발, 닥치라고!" 쿵쾅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이제야 살 것 같다.



글은 나에게 많은 고민과 배움과 성장을 안겨준 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그 아이의 입장에서 담아 본 새 학기의 혼란스러움이다.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고, 왜 이런 행동까지 보듬어줘야 할까'라는 억울하고 우울한 감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그 아이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마음의 매듭도 조금씩 풀려갔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는 파스텔빛 봄이어야 할 3월이 해가 갈수록 회색빛으로 우중충하게 나를 짓누른다. 매년 새로운 업무를 맡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움, 수업은 3월부터 시작인데 담당 학년은 2월 중순에야 알게 되는 답답함, 학급 명렬표에 적힌 이름을 바라보며 느끼는 긴장감까지.


매년 3월이면 반복되는 사이클이지만 [업무+수업+담임]의 3 콤보를 마주하는 마음가짐은 결코 가벼워지거나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근무한 기간보다 앞으로 근무할 기간이 적은 베테랑 선배 카지노 게임 추천조차 '아직도 새 학기가 다가오면 지각하거나 학생들 앞에서 실수하는 꿈을 꾼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이신다. 타고난 새가슴인 나라고 별수 있겠나. 그저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해 담임을 맡은 아이들과의 인연이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헤어진다'는 홀가분함 보다는 '헤어져서 섭섭하다'는 아쉬움이남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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