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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련 Apr 23. 2025

카페 데이즈

‘이번 토요일 3/24, 3시, 정자역 2번 출구에서 만나’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날짜를 확인하며 카톡을 보낸다. 잠시 후 답장이 온다.


‘언니, 지하가 아니라?’

‘차 가져가게. 나 함 믿어 봐.’

‘언니, 경기도 아줌마들 서울 나가면 힘듭니다. 자식들도 있는데 대중교통 이용하죠. 신분당선 타면 강남까지 16분이람서요.’

‘치~ 알았어. 지하에서 만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장롱 면허 17년 만에 작년 3월 차를 샀다. 꼭 1년 차 운전자였다. 안 그래도 차를 가져가려면 압구정동 ‘제주물항’이란 식당까지 내비게이션 하나에 의지해 가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것도 토요일 오후 서울 번화가였다. 게다가 옆에 사람을 태워 간다는 부담이 더욱 컸던 터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녀의 시원스러운 답장에 차라리 잘되었다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다빈이 다워.’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혼자 말을 하며 그녀를 만난 게 2년도 넘었음을 언뜻 깨닫는다. 참 신기한 사람들이다.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사람들을 매일 만난 사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하고 만난다는 것이…...

다빈이는 죽전에 사는 그녀의 후배다, 라기 보다는 정신적 스승이다,라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생각한다. 분명 다빈이는 다빈이가 아니다. 그녀의 첫 아이 이름이 다빈이인 것이다. 헐, 그러고 보니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빈이라는 아이의 성도 모르는 것이었다. ‘김다빈? 이다빈? 모르겠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고개를 젓는다. ‘이때까지 김현희 씨의 남편 성을 모르고 지냈군. 하기야 남편 성을 알 만큼 깊은 사이, 여기서 ‘깊은’은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런 사이인지 아닌지…… 그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고개를 흔든다.

아무튼, 그녀, 다빈이 엄마의 이름은 칼기 폭파범(사실이든 아니든) 김현희다. 무료 카지노 게임와 김현희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이이다. 그것도 무려 11년 전 사연이다. ‘다빈’은 그녀 김현희가 사용한 아이디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인터넷의 바다를 유영할 때 사용하는 또 다른 자신의 이름을 ‘아이디’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디’를 아이 이름으로 정하는 아이 엄마들을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예가 많은 것을 보면 무료 카지노 게임, 그녀가 특이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다빈이, 김현희가 그 사례에 속한 것이었다. 다들 현희를 ‘다빈이’로 부른 지가 오래되어 ‘현희야’ 보다는 ‘다빈아’가 익숙한 호칭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빈이의 걸쭉한 입담을 좋아했다. 나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보다 어리지만, 그러고 보니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빈이가 자신보다 몇 살 어린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다빈이는 성숙했다. 그런 면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상대의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경찰 공무원을 남편으로 두고 고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남매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이다. 직장 다니는 여동생의 어린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다. 이것이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알고 있는 다빈이의 외적 상황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근 2년 만에 만나는 다빈이를 생각하다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음을 깨닫고 놀란다. 그러나 친근한 감정은 그 누구보다 강함에 또다시 놀란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녀는 다시 되뇐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11년 전의 그 이상한 ‘홀림’을 생각한다. 그녀는 당시 SBS TV 모니터 일을 하고 있었다. 첫아기 젖을 떼고 TV 화면 하단에 흐르는 ‘SBS 방송 모니터 모집’ 자막을 보고 밤새 원고를 썼다. 막 시작했던 ‘한밤의 TV연예’에 대한 방송 평과 자기소개서였다. KBS에서는 ‘그곳에 가고 싶다’의 방송 평을 써내서 1차 합격을 했었다. 소설가 임철우 원작, 박광수 감독의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를 제목만 차용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유명 인사와 외딴 우리 지역을 여행하는 형식이었다. 외주제작- 방송사 자체 제작이 아니라 독립 프로덕션의 프로그램을 계약해서 방송해 주는 – 프로그램으로 문인들의 고향을 둘러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면접에서 떨어졌었다. 단순 면접인 줄 알고 갔다가 각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적인 구술을 요구해 당황했었다.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 경험을 살려 SBS는 1차 원고 합격 후 면접 준비를 나름 했었다. 신문의 TV편성표를 요일 별로 오려 스테이플러로 묶은 후 SBS의 모든 프로그램들에 대한 평가를 준비했고 최종 합격 했다. 아이를 키우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이 잘할 수 있을 일이라 생각했다.

ㄷ 시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학교 신문에 막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비판이 한 면 가득 실린 것을 읽었다. 국문과 대학원생이 쓴 글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말도 많았던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앨범을 샀었다. ‘난 알아요, 이 밤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그 이유를……’으로 시작되는 가사를 그녀는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그 가슴을 때리는 비트와 상표를 떼지 않은 옷, 고졸의 학력, 뚝뚝 끊어지는 춤사위, 그 신선함과 반항을 사랑했다. 1집에 실린 모든 노래, 환상 속의 그대, 너와 함께 한 시간 속에서, 이 밤이 깊어 가지만, 등의 가사를 다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비판은 주위에 널렸었다. 학부생들과 조교 자격으로 같이 간 MT에서도 교수님들이 ‘악마의 음악’이라느니 하며 열띤 언쟁을 했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그곳에서 그녀는 입도 껌벅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학보의 그 글에는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실험실에서 밤새 반대 글을 써서 학보사에 갖다 주었다. 글이 실렸고 그 일을 계기로 학교 신문에 어쭙잖은 영화평, 이라기보다는 감상문도 고정적으로 싣게 되었다. 그러면서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감을 얻는 일에 매력을 느꼈었다. 하물며 그 매개체가 그녀가 사랑하는 대중문화라면야……

무료 카지노 게임의 글과 영상에 대한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실험실에서 조우했다. 책이야 좋아라고 나름 읽고는 있었지만, 영상에 대한 광적인 사랑은 라디오를 통해서 시작되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유전공학 실험실의 조교로 있었다.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며 콩과 식물의 뿌리 혹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는 여러 정밀기계들을 만지며 매시간 실험 데이터를 내고 종합하는 것보다는 지도 교수님께서 맡기신 원서 번역본을 교정하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다른 교수님들은 원서 번역을 아예 대학원생들에게 맡기고 교정을 자신이 하는, 혹은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지도 교수님은 당신이 초벌 번역을 하시고 그 교정을 그녀에게 맡기셨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런 교수님이 좀 의아하긴 했었다. 하지만 원칙을 지키시는 것 같아 더욱 존경스럽기도 했었다. 지도 교수님은 그녀의 교정을 좋아하시는 듯했다. 예를 들어 ‘See the Table 7.’을 교수님은 ‘표 7을 보라.’로 해석해 놓으셨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것을 ‘표 7 참조.’로 고쳐드렸는데, 교수님께서 눈을 동그랗게 뜨신 것을 보면 만족하실 만한 교정인가 보다 생각했었다.

그렇게 실험 데이터 내기보다는 활자와의 교류를 더 좋아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며 라디오를 듣다가 MBC FM의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을 듣게 되었다. 1990년대 영화광들의 고전이 되어 버린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고혹적이고도 우아한 목소리와 영화 평론가 정성일의 영화 평에 무료 카지노 게임는 전율했다. 나중에 어느 매체인지는 모르나 사진으로 확인한 정운임 아나운서는 목이 긴 터틀넥 스웨터를 한 번만 접어도 되는 사슴 같은 긴 목을 갖고 있었다. 갸름한 얼굴형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의 미인이었다. 게다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경원해 마지않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이었다. 정은임 아나운서가 리버 피닉스의 죽음을 전하며 말끝을 맺지 못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그녀의 교통사고 소식, 자동차 전복, 다음날 사망, 2004년 8월 4일, 은 더욱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카세트에 60분짜리 스마트 카세트테이프를 끼워놓고 새벽 한 시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정성일이 출연하면 녹음 스위치를 눌렀다. 정성일이 순번을 정한 ‘저주받은 걸작 100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비디오 100선’ 등을 녹음한 테이프를 반복해 들으며 스프링 노트에 받아 적었다. 정성일의 평론은 어려웠다. 모르는 낱말이 한 문장에서 수도 없이 나왔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무료 카지노 게임의 알고자 하는 욕구를 불타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발은 다분히 선동적이었다.

정은임 : 새로운 무료 카지노 게임 읽기를 가르쳐 주시는 무료 카지노 게임 평론가 정성일 씨, 오늘도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정성일 : 안녕하세요.

정은임 : 제가 소문에 듣기로는요... 정성일 씨가 오늘 아주 비법을 가지고 오셨다고 들었어요.

정성일 : 비법이라면 좀 이상하고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몇 배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는데요.

정은임 : 과연 무엇일까요......

정성일 : 우선 그 제가 이 프로를 통해서 꼭 이 프로 청취자들 통해서, 특히 무료 카지노 게임를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반복해서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관한 그 가장 커다란 미신 중의 하나는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무료 카지노 게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본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또 그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 더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만약에 바쉴라르였다면 그 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라고 부를 법한데요...(드디어 어려워지기 시작! 오히려 귀를 더욱 쫑긋 세우게 된다.) 이 행복한 욕망을 근거로 해서 비평 산업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추리소설로 읽으셔도 상관없고 마르셸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멜로드라마로 읽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룹 U2를 New Kids on The Block과 같이 들으셔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다행히 이건 다 아는 거다)

그러나 문화는 다른 상품과는 달리 그것을 소유하는 사람을 거듭 벗어나거나 배신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도 마찬가집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능 있는 감독들이 삼류 시나리오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들어야 하는 경우는 무료 카지노 게임사 100년 속에 무수히 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능 있는 감독들은 대중을 만족시키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딜레마에 부딪히게 됩니다.

정은임 : 아.... 청취자 분들이 굉장히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과연 오늘 무슨 얘기를 해주실지......

정성일 : 우선 첫 번째 조항입니다. 그 첫 번째 조항은 그 무료 카지노 게임를 재미있게 보기는 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두 번 볼 때 시작됩니다. 이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니라 프랑소와 트뤼포라는 감독의 얘깁니다. 트뤼포 감독의 무료 카지노 게임광의 단계는 3단계가 있는데요.... 첫 번째 단계는 한 무료 카지노 게임 두 번 보기, 두 번째 단계는 무료 카지노 게임평 쓰기, 세 번째 단계는 무료 카지노 게임 찍기, 이것이 최고의 단계라고 얘기합니다. 또 아무리 위대한 무료 카지노 게임 평론가라도 삼류 감독만큼 무료 카지노 게임를 알지 못한다. 이것도 제 얘기가 아닙니다. 고다르라는 감독의 얘깁니다.

저도... 그... 50번 이상 본 무료 카지노 게임들이 있습니다. 장 르노와르의 ‘게임의 규칙’이라든가 막스 오피스의 ‘롤라몽떼’, 임권택감독의 ‘길소뜸’, 로베르 브레송의 ‘무쉐뜨’,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새’, 이 무료 카지노 게임들은 제가 50번 이상을 보면서도 여전히 대단하다고 무릎을 꿇게 만드는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이 부분에서 이 무료 카지노 게임 다섯, 게임의 규칙, 롤라몽떼, 길소뜸, 무쉐뜨, 새는 어떻게든 봐야만 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두 번째 조항, 무료 카지노 게임 자막 끝까지 읽기. 이건 아마 한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일 중에 하난데요. 그것은 무식한 그 무료 카지노 게임관 영사 기사와 관객들이 야합한 것입니다. 여러분 한번 무료 카지노 게임가 끝나고 나서도 앉아 보십시오. 뒤이어 다음 회 손님이 달려와서 내 자리 왜 안 비키냐고 눈에 도끼질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무서워서 어떻게 앉아 있겠습니까? 그러나 비디오 때문에 이제는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스텝과 캐스트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가끔 아주 의외의 이름이 등장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풀어낼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 퀴즈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매드 맥스 ’ 2편과 ‘늑대와 춤을’과 ‘파워 오브 원’의 공통점은?

정은임 : 무엇이죠?(머리를 쥐어짜지만 아는 것이 없다)

정성일 : 촬영기사가 동일 인물입니다. 젠 세 미러. 또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미션’ 그리고 오늘부터 개봉한 ‘집시의 시간’의 공통점은?

정은임 : 우연히 제가 아는 것이군요. 제작자 데이비드 포트넘아닙니까? (역시 정은임이다!)

정성일 : 예, 맞습니다.

정성일 : 그리고 ‘케이프 피어’와 ‘배트맨 2’과 ‘최종 분석’의 공통점은?

정은임 : (작은 목소리로) 케이프 피어, 배트맨 2, 최종 분석..... 모르겠는데요.

정성일 : 예, 같은 시나리오작가 웨슬리 스트릭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다이 하드’와 ‘붉은 시월’과 ‘블랙 레인’과 ‘토털리콜’과 ‘원초적 본능’의 공통점은?

정은임 :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정성일 : 네, 같은 촬영기사 얀 드봉입니다. 이런 것들을 여러분 자막으로 한 번 보시면서 쾌감을 만끽해 보십시오.

세 번째로 뒤의 무료 카지노 게임로 앞의 무료 카지노 게임 다시 생각하기가 있습니다. 감독들이 만든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면서 두 가지 선택의 고민에 빠져듭니다. 첫 번째는 내가 속은 것은 아닐까? 두 번째는 걸작인데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이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보면 명백히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코엔 형제인데요, ‘분노의 저격자’, 그 우리나라 비디오 출시명이고요, ‘블러드 심플’과 두 번째 무료 카지노 게임 ‘애리조나 유괴 사건’은 그 무료 카지노 게임만 갖고 보자면 B급 상업 무료 카지노 게임입니다. 그런데 혹시나 이 무료 카지노 게임 속에 담긴 현란한 재능이 그저 깜짝 쇼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평론가들 사이에 늘 붙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바통 핑크’를 보니 말끔히 씻어졌을 뿐만 아니라 ‘블러드 심플’과 ‘애리조나 유괴 사건’에서 정말 코엔 형제가 하고 싶었던 그 유머가 무엇인지 오히려 ‘바통 핑크’를 보면서 그 앞 무료 카지노 게임들이 분명해지는 것입니다.(다행히 블러드 심플, 애리조나 유괴사건, 바통 핑크 다 보았다. 정성일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프로 청취자들과 무료 카지노 게임광들의 가장 궁금한 것. ‘첫사랑’은 성공작인가? 실패작인가? 여러분들, 그것을 판단하시기 전에 ‘첫사랑’을 보시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다시 보십시오. 그다음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진짜 걸작이었나, 아니면 우리는 혹시 평을 과장한 것은 아니었을까를 판단해 보십시오.(배창호 감독의 ‘첫사랑’을 의심하란 얘기 맞지? 아닌가? 헛갈린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정성일의 선동적 말발에 자발적 숭배자가 되었다. 정성일이 불러 준 리스트를 들고 순례자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시네마 떼끄를 찾아 시외버스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시네마 떼끄는 프랑스 말로 ‘필름 보관소’란 뜻인데, 금서가 많았던 당시 우리의 정치 상황에서 상영 금지 영화도 많았고, 수입도 되지 않은 영화도 부지기수였다. 금지하는 것이 많을수록 음지에서 피어나는 꽃이 많듯, 영화도 찾아내면 볼 수 있었다. 시네마 떼끄가 그런 곳이었다. 주로 영화 동호회가 찾는 곳이었으나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혼자 그러고 다녔다. 시외버스를 타고 청주의 허름한 지하 사무실에 찾아가 돈을 내면 그녀만을 위해 비 오는 흑백 필름을 돌려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화광 노릇을 하며 글을 쓰는 재미에 빠져있었다.

석사 논문을 마치고 그녀는 ㄷ시 출신으로 서울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남자와 선을 봐서 결혼했다. 그녀의 지도 교수님도 추석 선물로 티스푼 세트 같은 것을 주셨던 걸로 보아, 그녀에게 공부한다고 폼 잡지 말고 그만 결혼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하시는 것 같아 그녀는 씁쓸했었다.

그렇게 결혼 후 다시 찾은 그녀의 일이 방송 모니터였다. 대중문화와 글, 이 두 가지가 조직과 보수로 엮인 그녀의 첫 역사였다. 집에서 TV를 매일 3시간 정도 보고, 2시간 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방송국 심의실에 팩스로 보내는 일이 모니터가 하는 일이었다. 2000년 즈음에는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방송국에서 ‘원 클릭’이라는 CD를 주어 전화선으로 연결된 인터넷을 지루하게 기다려 사용할 수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일을 5년째 하고 있었다.

그 2001년 4월 초의 어느 일요일 낮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정보 프로그램’(사실은 개봉 무료 카지노 게임 줄거리 미리 알려주기 프로그램) 후 이어지는 10분짜리 뉴스와 스포츠 프로그램, 농구였던가,를 보고 난 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TV를 계속 켜 놓은 상태였다. TV 화면에서 이병헌이 최지우의 흰 셔츠 단추를 풀려고 손을 들어 단추를 만지고 있었다. 최지우는 민박집 방안 미닫이 문에 기대 서 있었고 이병헌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것이었다. 최지우는 떨고 있었다. 이병헌은 단추를 만지던 손을 멈추고 씩 웃더니 손을 내렸다.

SBS에서 당시 방영 중이던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일명 ‘정동진’ 씬이다. 이 장면을 보고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벌렁대며 마구 뛰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반응에 화들짝 놀랐다. 작은 방에 박혀 일하던 그녀에게 갑자기 거실에 있는 남편이 신경 쓰이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TV 한 대와 컴퓨터와 팩스가 있는, 일명 그녀가 일하는 방에서 일어난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무심하고 힘에 부치기만 했던 일상에서 그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놀랍기만 했다.


유치원 다니는 큰 녀석과 이제 두 돌 지난 둘째, 사내아이 둘을 키우며 모니터 일을 하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집에서 꼼짝 못 하고 사는 일상에 놓여 있었다. 남편은 새벽에 들어왔다 새벽에 나가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바쁜, 지금 생각하면 한참 잘 나갔던 때였다. 쉬는 날이면 큰 녀석을 끔찍이도 아끼시는 시부모님이 계신 ㄷ시에 다녀오기 바빴다. 일요일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의 모니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다 바람 한번 쐬어 봤으면, 하는 바람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이제 ‘정동진’은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이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 있던 그 바닷가 기차역이 아니었다. 이병헌이 최지우의 단추를 풀려했던 민박집이 있던 곳이 그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는 ‘정동진’이었다.

지금도 그녀는 왜 그렇게 그 장면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을까 의아해한다. 남자의 손에 유난히 민감한 취향 탓일까? 손등에 우둘투둘 굵게 튀어나온 손가락 뼈와 길게 뻗은 손가락을 좋아하는 그녀였다.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서도반의 한의과 선배의 손도 그랬다. 무료 카지노 게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긴 터틀넥 스웨터가 너무도 잘 어울렸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도 그런 손을 터틀넥 스웨터 위로 올렸었다. 이병헌도 그런 손으로 여자의 옷 섶을 풀려다 말았다. 푸는 것과 풀려다 마는 것이 주는 감정의 차이는 다르다. 그녀는 그런 자제의 순간을 더욱 선정적으로 받아들이는지도 몰랐다. 그것은 백 허그, 여자를 뒤에서 껴안는 장면에서 느끼는 간절함과도 같은지도 몰랐다. 여자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여자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는(이 장면에서 남자들은 한결같이 눈을 감는다.) 장면이 그녀는 절절하게 느껴졌었다. 극장에서 울며 뛰쳐나온 캔디,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녀를 따라 달려 나온 테리우스가 그랬고, 무료 카지노 게임 ‘화양연화’에서 양조위가 장만옥을 그렇게 뒤에서 껴안았었다.

그렇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시청자 게시판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 명이 다빈이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들 만의 스타가 있었다. 당일 방영분 평, 화면 캡처 및 대사 재구성, 이어질 내용 대본처럼 써서 올리기, 이병헌의 과거 작품과 작품 평 등 나름의 재능으로 게시판을 달구었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또 다른 둥지를 틀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프리챌에 둥지를 튼 ‘데이즈’로 찾아들었다. ‘아름다운 날들’의 영어 버전 ‘뷰티풀 데이즈’를 줄인 ‘데이즈’가 그 카페의 이름이었다.

‘중독, 나중엔 도기’ 언니는 지성과 유머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녀의 독설과 박학함을 사랑했다. ‘쿨’ 언니가 정기적으로 올리는 영화평을 읽으면 머릿속에 흑백 필름이 아련하게 돌아갔다. 작고하신 대중적 영화 평론가 정영일 씨의 푸근했던 모습도 떠올랐다. 끝내 자신의 신분을 안 밝히던 쿨 언니는 첫 오프라인 정모에서 자신이 현직 판사임을 밝혔다. 지금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신다. ‘젤리’ 언니는 오보에 연주자였다. 금난새와 수원 시향에서 일하면서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영화음악 작업도 하고 있었다. ‘찌부’는 ‘러닝’, 즉 메리야스를 일본말로 ‘시찌부’라 하는데, 그 말을 땄단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녀의 통쾌한 글빨에 빨려 들었다. 그녀를 보며 글도 사람 성격을 닮는다고 생각했다. 아이비는 목동 사는 조신한 아줌마였다. 두 딸이 아토피라며 연신 눈물을 흘리던, 무료 카지노 게임와 동갑내기였다. 지금은 미국 LA에 살고 있다. ‘불살러’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젊은 아가씨. 데이즈의 독립 홈페이지를 만들어 주었고, 나중에 무료 카지노 게임의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남자 친구와 결혼해 베트남에 가서 살고 있다. ‘달래’는 믿기 어려웠지만 진짜 이름이었다. 이 달래. 언니는 냉이란다. 외국계 은행에 일하는 남편을 따라 인도에 가서 살다가 작년에 귀국했다. ‘혜리’ 역시 자신의 딸 이름이다. 청담동 수입 가구점에서 일하면서 온갖 연예인 및 상류층 인사들을 만나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은 ‘루핀’이란 아이디를 사용했다. 바바라 쿠니의 동화 ‘미스 럼피우스’에서 평생 혼자 살며 세계를 여행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여인. 황량한 벌판을 루핀 꽃으로 가득 채워 ‘루핀부인’으로 불렸다는 주인공 이름에서 딴 것이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인간군상이 모이면 비슷한 양상이 일어나나 보았다. 여기저기 돈 빌려서 돌려 막다가 모임에서 잘린 언니, 스토커 마냥 질리게 달라붙어서 왕따 당한 언니, 이곳저곳 양다리, 삼다리 걸쳐 놓았다가 잘린 후배 등 30여 명이 넘었던 멤버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7명으로 압축되었다. 그녀들에게 이병헌은 이제 아련한 추억일 뿐이었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시사회에서 모인 기억도, 데이즈 정모에서 전화 연결을 해서 이병헌을 인터뷰한 것도 이들이 공유하는 추억이다. 다만, 아무도 모르는 추억을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갖고 있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이병헌의 집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냈었다. 데이즈 홈피에 들러 글을 남겨 달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이후 공식 팬클럽 외에도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난 팬클럽 들으러 정체성이 모호했던 상황에서 그녀는 ‘데이즈’의 위상(?)을 높이고 싶었다. 그 덕분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무료 카지노 게임가 편지를 보낸 며칠 후 정말 이병헌이 데이즈 홈피에 글을 남겼다. 못 믿겠다며 다른 홈에서는 아이피 추적 같은 것도 했나 보았지만 사실이었다. 그 달뜸을 공유했던 사람들이어서 일까. 그들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가 느끼는 친숙함은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었다. 그들은 왜 그때, 그렇게 모였던 것일까.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직판사였던 쿨 언니는 당시 이혼을 준비 중이었고, 혜리도 마찬가지로 이혼을 준비 중이었다. 그 당시 다른 멤버들의 외적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지치고 뻥 뚫린 마음을 서로 채워 준 것은 아니었나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생각한다. 그리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음 해 겨울, 유치원 다니는 큰 아이를 잃었다. 교통사고였다. 그때 제생병원 장례식장으로 찾아온 데이즈 식구들을 무료 카지노 게임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서울과 경기, 심지어 강원도에서도 와 주었다.

“언니 어디예요?”

“5분 안에 도착이야. 좀만 기다려.”


그녀들, 무료 카지노 게임와 다빈이는 ‘정자역’이라는 한 건물에 있기는 했다. 그런데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빈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우선 지하 1층, 지하철 타보는 게 얼마만인지, 교통카드가 없었다. 1회용 카드를 빼려고 기계 앞, 지갑을 열고 보니 설상가상으로 현금이 없다. 현금 인출기를 찾아 돈을 빼니 수수료가 1,200원 붙는다. 토요일이지, 생각하며 보니 만원을 천 원짜리 지폐로 바꿔야 했다. 다시 지폐 바꾸는 기계 앞, 천 원짜리를 빼 들고 전철 카드 뽑는 기계 앞, 더듬더듬 눌러야 할 것을 노안이 온 눈으로 살피며 간신히 신분당선용 카드를 뽑았다. 다음은 들어가는 구멍 찾기, 잘못 들어갔다. 신분당선이 아니었다. 다시 나오는데, 출구에서 카드가 삑삑거린다. 역무원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쭈글스럽지만 몸을 움츠려 기어 나왔다. 저 쪽에 ‘헬프’라는 영어 단어 ‘HELP’가, 그것도 세로로 쓰여있는 철제 막대기가 있다. 세로로, 대문자로 쓰인 그 ‘헬프’가 깜빡거린다. 마이크였다. 잘 차려입은 할아버지 한 분이 그 영어로 쓰인 막대기 근처에서 쭈뼛거리며 서있자, 대학생 나이로 보이는 남자가 먼저 그 막대기에 부저를 누르고 공손히 말을 한다.


“저, 신분당선 처음 타서 잘 모르겠는데요, 카드 에러가 나서요.”

“에러 몇 번입니까?”

“잠시만요.”


남자가 출구로 가서 다시 찍어보고 온다.


“에러 13번인데요.”

“출구 잘못 나오신 적 있죠. 다시 카드 끊으셔야 합니다.”


약속시간에 벌써 20분이나 늦은, 전화 통화만 7통을 넘게 한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철로 된 막대기를 쳐 버리고 싶다. 이놈의 자동화 세상, 거기서 목소리만 내지 말고 여기로 나와보라고 소리 지르고 싶다. 무료 카지노 게임도 구멍을 잘못 찾아 카드를 다시 끊어야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와 다빈이가 신분당선 정자에서 판교로 가는 지점에서 만난 건 약속시간 40분이 지나서였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자신이 바보가 된 듯했다. 코멕 매카시 원작을 코엔 형제가 만든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나이 들어가는 사람이 설 곳이 없는 곳이 도시라는 곳이었다. ‘철의 여인’에서 대처 수상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도 편의점에서 우유 하나를 간신히 사 들고 나왔었지……


압구정역에서 또 한 번 전화로 원격조정을 받아 그녀들은 20여분 넘게 걸려 ‘제주물항’을 찾았다.

“여기야, 여기!”


쿨 언니, 혜리, 달래가 푸짐한 상 앞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와 다빈이에게 손을 흔든다. 1년에 한 번 만나지만, 사정이 있어 서로 못 나가다 보면 2,3년 만에 보는 사람들이다. 달래는 작년, 친정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목동 이대 병원 장례식장에서 봤으니 1년 만, 혜리, 쿨 언니는 달래 장례식장에는 못 왔고, 그전 정모에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못 나갔으니 3년 만이다. 정말 그만큼 못 만난 것이 맞나? 이 친숙함은 뭐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참 희한하단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는다.

‘오늘도 배 속이 좀 놀라겠군.’ 자줏빛 장미가 갈치 회와 고등어 회 사이에 놓여있다. 요즘은 무를 이렇게 썰어 놓나 보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생각하며 막 나온 전복죽을 깔끔히 비운다. 연노랑 속살을 드러내고 예쁘게 깎인 생고구마를 젓가락으로 집는다. 좀 전에 도착한 찌부가 전복죽 그릇을 서빙받으며 말한다.


“지난주 결혼기념일이었잖아. 언니가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전화했더라. 내가 뭐랬게?”

“고맙댔냐?”

“미쳤냐? 지랄한다, 끊어!, 했다.”

“푸하하”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말을 꺼낸다.


“나 있지, 지난달에 남편이 담배 피우는 거 알았다. 10년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

“언니, 언니 나이는 중학생 아들이 담배 피우는 거 알아도 안 놀래야 되는 나이야!”


다빈이다. 이런 대답은 여기 모임에서만 들을 수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 맛 때문에 이 사람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젤리 언니가 연주 때문에 늦게 도착했다.


“루핀아, 너 살 많이 뺐구나. 섹시해졌는데? 남자 생겼니?”


자리에도 앉기 전에 쏟아내는 젤리언니 질문에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당황스럽다. 이런 질문도 여기 모임에서만 받을 수 있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생각한다. 젤리 언니도 작년 달래 장례식장서 보고 1년 만이다. 가녀린 체구에 솔직 담백한 성격, 연주하며 세계를 누비는 왕성한 열정, 대담한 패션 코드까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젤리언니를 좋아하다 못해 부러워하는 이유다.

“저, 저 변호사님, 전복하나 못 까고 저러고 있는 거 봐라.”

전복 껍데기에서 전복 익힌 살을 못 빼내고 있는 쿨 언니에게 찌부가 핀잔을 준다.

웃으며 눈을 흘기는 쿨 언니에게 또 찌부가 말을 던진다.


“저 언니는 우리한테 이런 대접받으면서 뭐가 좋다고 밥까지 사면서 여기 나오나 몰라.”


그러게, 매번 밥 값을 내는 쿨언니를 아무도 안 말리는 걸 또,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 모임이 또 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상하다. 다른 모임 같으면 생각할 수 없다. 더치페이가 익숙하고 편하다. 게다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데이즈 모임에서는 밥과 디저트를 늘 쿨 언니와 젤리 언니가 번갈아 샀다.

혜리가 집에 일이 있다고 먼저 일어서고 나머지는 쿨 언니가 예약해 둔 청담동 카페, 테이스팅룸이란 곳을 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콩고물을 뿌렸다. 팥빙수에는 유자 청이 들어갔다. 그릇들이 함지박만 하다. 커피도 사발에 나왔다. 옆 테이블을 보니 파스타가 작은 프라이 펜에 담겨 나왔다. 맛있는 것과 달뜬 분위기를 만드는 카페, 주위의 인형 같은 젊은 여자들, 질펀한 수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마음이 붕 떠감을 느낀다. 달래가 옆자리에 둔 진달래색 가방에 눈길을 주며, 달래가 진달래색 가방을 들었군, 생각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는 말한다.


“달래야, 가방 이쁘다. 어디 거야?”

“언니, 보테가 베네따잖아.”


다빈이가 거든다.


“보, 뭐라고?”

“보, 테, 가, 베, 네, 따.”


쿨 언니가 정확하게 발음해 준다.


“뭐야, 나만 모르는 거야?”

“언니, 나도 아는데, 언니가 왜 모르슈? 가죽 끈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게 왜 300만 원이 넘는 건지 나도 모르겠수.”

“허걱, 그렇게나?”

“언니, 이거 신랑이 이 색깔만 세일한다고 사다 준거예요.”


달래가 변명하듯이 말한다.


“그건 그렇고 나 다음 달에 영국가.”


젤리언니다.

“나한테 레슨 받다가 지금 영국에서 학교 다니는 애가 이번에 시험 있다고 나한테 봐달라는 거야.”

“대학생이?”

“아니,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생인 거지.”

“헐, 중학생이 영국서 학교 다니면서 시험이라고 언니를 불러요? 그래서 그 애 엄마랑 언니랑 가는 거예요?”

“맞아.”

“도대체 그 집은 경제력이 어느 정도길래 그러고 산대요?”

“말도 마라, 지난달에 남편이 말도 안 하고 차를 사줬다고 그 엄마가 화를 내었단다. 근데 그게 알고 보니 쉐보레 스포츠카였던 거야. 1억 3천짜리.”

‘쩝, 세상 참 요지경이다.’


싶으면서도 이리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만나는 것도 무료 카지노 게임는 참 신기하다.

“그나저나 가 봐야겠다. 남편이 자꾸 전화한다.”


젤리 언니가 일어서며 계산서를 챙겨 든다. 어느새 밤 9시가 넘어 있었다. 5시간의 만남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주차장에서 카페 앞으로 차들이 나온다. 벤츠 SUV, 젤리 언니 차, 검은색 체어맨, 쿨 언니 차, 마지막으로 지부의 덜덜거리는 구형 흰색 아반떼가 줄지어 섰다. 이 모임의 위상을 저 차들이 말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무료 카지노 게임는 웃었다. 각자 지하철 역으로 태워줄 차에 오르며 인사를 나눈다.


“야, 우리 인간적으로 1년에 두 번은 봐야 되지 않냐?”


헤어질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1년에 한 번 시간 잡기도 힘들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다빈이와 쿨 언니 차에 탄다. 말로만 듣던 삼풍 아파트에 사는 쿨 언니가 강남 역에 이들을 내려준다. 핵안보 관련 세계정상회의로 시내는 교통순경이 널렸고 신호는 길기만 했다.

“언니, 차 안 갖고 오길 잘했지?”

“그러게, 엄청 막힌다.”


다빈이 말에 무료 카지노 게임도 적극 동의한다. 신분당선 정자역에서 내려 다빈이는 환승역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는 출구를 향해 몸을 틀며 손을 흔든다.


“언니 1년 후 보는가?”

“그래, 1년 후 보자.”


‘그러고 보니 가까이 살면서 따로 만날 생각도 안 하고 살았구나, 것도 참 이상하군.’ 무료 카지노 게임는 혼잣말을 하며 출구를 찾아 걷는다. 나와보니 구멍이 이상하다. ‘저 구멍으로 나왔어야 덜 걷는 건데, 저긴, 어디로 나오는 거야?’ 또 낙담을 하며 집으로 걸어간다. 3월이면 봄이 맞을 텐데, 날씨는 예전의 봄이 아니다. 또각또각 구름다리 위를 걸어가며 탄천을 내려다본다. 검은 강물 위로 고흐가 덧칠해 놓은 듯한 가로등 불빛이 흔들린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때의 달뜸, 홀림의 감정을 요즘 다시 느끼고 있다, 고 생각한다. 다시 인터넷의 바다에 떠 있는 어떤 카페의 회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 카페에도 무료 카지노 게임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카페는 그 좌절감의 정도가 깊다. 단지, 같은 열망,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에 만족하자, 자위하지만, 그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 때문에 무료 카지노 게임는 밤마다 잠을 못 이룬다. 주체 없는 눈물도 흘린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켠다.


10년 전의 글, 10년 후의 그녀와 컴퓨터 좌판을 번갈아 보며 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녀 안에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쑥쑥 자라렴, 모두들 울면서 자란단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컴퓨터를 끈다. 끝내려면 시작을 눌러야 하는 아니러니라니…

한겨레 소설반 투썸이층 습작

2012. 4. 1. 이강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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