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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Apr 28. 2025

27일.한 여인과 같은 집에서 산지
28주년이 되었다.


금주 117일째, 오늘 아침,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살이 기분 좋게 방 안을 채웠다. 맑고 따뜻한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오늘은 괜히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간밤에 꿀잠을 자서 상쾌한 기분 만큼이나 날씨가 참 좋았다.

제목: 너도 그러냐

밥을 먹어도
얼른 밥 먹고 너를 만나러 가야지
그러고
잠을 자도
얼른 날이 새어 너를 만나러 가야지
그런다

네가 곁에 있을 때는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나 안타깝고
네가 없을 때는 왜
이리 시간이 더딘가 다시 안타깝다

멀리 길을 떠나도 너를 생각하며 떠나고
돌아올 때도 너를 생각하며 돌아온다
오늘도 나의 하루해는 너 때문에 떴다가
너 때문에 지는 해이다

너도 나처럼 그러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 나태주


일요일 아침 시합을 나가야 하는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는 어제 남은 김밥을 다섯 줄을 계란에 부쳐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카지노 게임 추천. 오후 1시까지 볼링장에 있어야 하니 간단하게 라도 끼니를 해결하고 참가를 해야 한다.


함께 볼링장으로 가려고 했지만 아내는 부담스럽다며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 혹시 어제 내가 잔소리 좀 카지노 게임 추천고 그런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말한다.


“내가 당신일 줄 알아!”


쿨하게 한마디 던지고 현관을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역시 난 결혼을 참 잘했구나 하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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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가 결혼한 지 28주년이 되는 날이다. 처음 서로를 알게 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고루한 표현일지 몰라도 아내와 나는 서로의 첫사랑이다.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키보드 위에 옮기자니 손끝이 조금 오글거린다. 그래도 사실은 사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다. 그리고 그렇게 결혼까지 왔다.


지난 30년의 시간을 오늘 하루에 다 글로 적을 수는 없다. 세상에 사연 없는 부부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도 그렇게 철없던 시절을 함께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아이 셋을 키워냈고 큰딸과 둘째아들은 이미 독립카지노 게임 추천. 큰딸과 나이 차가 9살 나는 막내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말로 다 하지 못할 순간들을 지나 아직 이렇게 서로의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히 축하할 만한 날이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자랐던 것 같다. 그때 장모님이 하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에이구 이것들, 소꿉장난하듯이 사는데 어찌 살려구 하누."


정말 소꿉놀이하듯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24살 동갑내기들이 전셋집 하나 마련할 돈만 간신히 모은 우리는 서로의 카드를 몽땅 긁어 혼수를 장만카지노 게임 추천. 결혼 비용도 모두 카드로 처리카지노 게임 추천.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고 철없던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5년 동안 맞벌이를 하며 쉬지 않고 일카지노 게임 추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 힘들었다는 기억보다 함께 여서 행복카지노 게임 추천는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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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를 업고 저녁에 호프집 2차를 가고 재미있다고 활짝 웃으며 찍었던 스티커 사진들을 보면 가끔 어이없기도 하다. 지금 같으면 누군가의 휴대폰에 찍혀 경찰에 신고될지도 모를 장면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웃으면서 철없이, 그리고 무모하게 어른이 되어갔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오늘을 결혼 28주년이 아니라 2주년으로 생각하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작년에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긴 시간을 지나 다시 곁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우리는 다시 신혼의 마음으로 살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물론 이제는 사랑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감정의 신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를 볼링장에 데려다 주고 기다렸다가 함께 외식을 하려고 카지노 게임 추천.


하지만 아내는 부담이 된다며 혼자 볼링장으로 향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아내가 편하다면 그게 나에게도 가장 좋은 일이었다.


어제 완독한 <나를 보내지 마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고 새로운 책을 준비를 한 뒤 아내가 끝날 즈음 볼링장으로 향카지노 게임 추천. 늘 그렇듯 입구에 나와있는 것을 보면 오늘 성적도 시원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내를 태우고 인근 경치 좋은 곳에서 커피라도 한잔하고 외식을 하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하지만 아내는 볼링장에서 지인이 준 떡을 먹어 배가 부르다며 산책이나 하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우리는 방향을 돌려 유원지로 향카지노 게임 추천.


사람이 많다며 아내는 좀 더 한적한 곳으로 가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집 근처의 연꽃습지를 제안카지노 게임 추천. 오늘은 늘 가던 곳 말고 사람이 좀 있더라도 여기서 걸어보자고 했지만 아내는 그냥 가던 곳으로 가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그 말에 나는 아무 망설임 없이 차를 돌렸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연꽃습지는 언제나 그랬듯 그러면서도 매번 새롭게 우리 둘을 맞이카지노 게임 추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딱딱하게 굳어 있던 땅 위로 황토색 줄기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뚜껑 없는 이쑤시개 통에서 삐져나온 이쑤시개들처럼 서툴고 불안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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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습지에는 물이 고였고 작은 연 꽃잎들이 동동 떠 있었다.


이제 여름이 오고, 햇살이 내리면 저 작은 잎들은 커다란 우산이 되어 연꽃습지에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이다. 시간은 그렇게 반복되듯 흘러가고 자연은 변함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습을 바꿔 간다.


아내와 잠시 벤치에 앉았다. 그 때 하늘 높이 늪지 위에서 정지한 채 날개 짓을 하는 새가 보였다. 개구리나 거북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말카지노 게임 추천.


"저 녀석들은 작년에 왔을 때도 저렇게 있었는데, 혹시 그 때 그 녀석일까?"

아내는 의하한 눈빛으로 물었다. "작년 이맘때 우리가 여길 왔었어? 그리고 거북이를 봤어?"

아내는 작년 이맘때, 재활을 위해 매일 이곳을 찾았던 기억을 하지 못한다. 아내의 기억 속에 작년 2월부터 약 3개월간의 기억은 거의 사라졌다.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저 깊은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쓰러진 것도 병원에 입원했던 것도 희미하게 떠오르는 흑백영상처럼 또렸하지 않은 기억이라고 한다.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픈 기억을 머리에 두고 사는 것 보다 잊고 사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다. 나에게는 가장 힘들었던 기억인데 정작 당사자는 기억하지 못하는 현실이.


그러나 이제는 그런 섭섭함이 의미없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곁에서 웃어주고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그나마 우리 가족이 운영하는 밴드에 남은 사진이 그 시간을 증명해 준다. 하지만 사진을 보여줘도 아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깜빡깜빡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많이 좋아졌다. 물론 재활은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추억을 회상하며 돌아오는 길, 저녁은 외식하기로 했지만 무엇을 먹을지는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고기를 먹고 싶기는 했지만 이 집은 이래서, 저 집은 저래서, 결정을 내리지 못카지노 게임 추천.


아내의 표정을 보니 마음속에는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쉽게 말하지 않았다.내가 물었다.


"그럼 이마트에서 장보고 집에서 구워 먹을까?"

아내는 웃으며 말카지노 게임 추천. "자기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나는 '집에서 먹자'고만 했지 내가 굽고 준비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내의 그 말은 결국 나에게 '구워라'는 말과 다름없었다. 뭐 평소에도 하던 일이다. 특히 오늘 같은 결혼기념일에 못할 것은 더욱 없었다.


흔쾌히 마트로 향카지노 게임 추천. 삼겹살과 목살, 야채, 간식거리를 샀다. 아내가 쟁반국수가 먹고 싶다고 해서 면과 야채, 비빔장도 추가카지노 게임 추천.


한 끼 외식할 돈으로 고기와 일주일치 간식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 아내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니 나도 괜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독서실에 갔던 막내가 돌아왔다. 함께 배불리 저녁을 먹고 뒷정리를 마쳤다. 그런데 막내가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왔다. 비싼 선물을 준비할 능력은 없지만 아이스크림에 초를 꽂아 조촐하게 축하라도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카지노 게임 추천.


생각지도 못한 깜짝 이벤트였다. 이제는 제법 컸다. 이런 걸 챙길 줄 아는 나이가 된 걸문득 실감카지노 게임 추천. 고마웠다. 그리고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조촐한 축하 파티를 마치고 부른 배를 부여잡은 채 소파에 앉아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로 카지노 게임 추천.


28주년 결혼기념일. 별다른 거창한 계획 없이 시작된 하루였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우리 둘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내와 함께한 산책 익숙한 연꽃습지에서 나눈 조용한 대화.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들도 있었지만 함께 견뎌온 시간만큼은 분명히 우리 안에 쌓여 있었다.


돌아오는 길 결국 고기 파티는 집에서 열렸다.


마트 한 바구니 가득 안고 돌아와 웃으며 고기를 굽고, 쟁반국수를 비벼 먹고 그저 이렇게 한 끼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카지노 게임 추천.


그리고 저녁 막내가 꺼내든 아이스크림 위의 작은 초 하나. 비싼 선물도 거창한 말도 아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 하나가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채워주었다.


사람은 결국 크고 특별한 것보다 이렇게 소박하고 다정한 순간으로 서로를 기억하고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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