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카지노 게임 신작 판소리극 《눈, 눈, 눈》
"여러분, 혹시 러시아나 일본 책 읽다가 사람 이름 나오면 긴장하지 않으세요? 이름이 너무 어렵고 기니까."
그녀는 자기도 그런 사람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늘 판소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이름도 어렵긴 하지만 몇 개만 외우고 나면 아주 쉬워지니까, 그리고 바실리의 풀 네임은 '바실리 안드레예비치 브레후노프'지만 앞으로는 그 엄청난 이름 다 떼어버리고 그냥 '바실리'라고 부를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객석에서는 안도의 웃음과 박수 소리가 같이 터졌다.
어제 LG아트센터에서 소리꾼 이자람의 신장 판소리극 《눈, 눈, 눈》을 보았다. 이 작품은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하인』(Master and Man, 1895)을 이자람이 각색해 대본을 쓰고 작창까지 마친 뒤 그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원래는 어제가 첫 공연이었는데 전석 매진될 정도로 팬들의 열기가 뜨거워 하루 먼저 오픈했다고 들었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이다. 부유하고 욕심 많은 지주인 바실리는 중요한 토지 매입 계약을 위해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하인 니키타와 함께 종마 제티가 끄는 마차를 타고 외딴 마을로 향한다. 기온은 영하 28도이고 바람이 몹시 사납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길을 떠나지 않아야 하건만 바실리는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한다.
친절한 자람 씨는 공연 도중 이 작품을 만든 계기도 이야기해 주었다. 이자람은 헤밍웨이 원작 소설로 만든 판소리 《노인과 바다》 공연을 끝내고 프랑스로 휴가를 가서 오랜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중에는 이자람이 '프랑스엄마' '프랑스아빠'라 부를 정도로 친한 사람들도 있다. 이자람이 시인이자 소설가인 프랑스아빠에게 "내가 다음에 공연할 만한 작품이 있으면 하나 추천해 줘"라고 했더니 대뜸 톨스토이의 이 작품을 권했다고 한다.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 멋진 교류가 아닐 수 없다.
소설을 판소리로 만들려면 먼저 원작소설을 해체해 각본을 써야 하는데 이자람은 바실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는 그를 무척 미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보여주는 바실리의 놀라운 이타적 행위에 마음을 풀었을 것이다.
바실리와 니키타, 그리고 제티는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텅 빈 무대 위 부채를 든 소리꾼과 고수 단 두 명뿐이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능수능란한 상황 묘사와 표정 연기, 설명과 소리를 넘나드는 내러티브 구현 능력은 당장 관객들을 영하 20도가 넘는 러시아 산과 골짜기로 데려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연기는 사람과 동물, 자연을 가리지 않는다. 욕심 많은 바실리를 연기할 땐 얼굴과 목소리에 꼰대력 가득하고 충실한 하인 니키타를 연기할 땐 무뚝뚝 그 자체다. 말 제타가 푸르르 콧방귀를 뀌고 끼이 소리를 지를 땐 너무 웃겨 다들 뒤로 넘어간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눈보라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이 쥘부채를 펴고 흔들 때마다 '쉬이이익'하고 눈보라 소리를 내달라고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누구의 부탁이라고 거절할까. 관객들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손에서 부채가 펴질 때마다 충실히 "쉬이이이익~"을 연발한다.
인터미션 15분 포함 두 시간의 공연 내내 이자람의 역량과 친절함이 빛났던 무대였다. 또한 바실리의 죽음을 통해 영적 구원과 깨달음의 순간을 전하려던 톨스토이가 판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인간의 오만함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역설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예술가가 어떻게 장르의 벽을 어떻게 힘 있게 허물어가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자람은 브레히트, 마르께스, 헤밍웨이 등 계속해서 외국 작가들의 작품만 판소리로 각색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삶에 완전히 가까운 이야기들을 판소리에 담아내면 관객에게 부담스러운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내가 몸담은 사회나 내 삶과는 공간과 시간의 거리가 있는 외국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이야기를 과장되게 표현할 때도 관객이 부담스럽기보다 안전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품 선정도 그냥 하지 않고 이렇게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할 수 있는 소리꾼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게 놀랍다. 게다가 친절하기까지 한 이자람 씨 아닌가.
어떻게 너는 맨날 그렇게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니고 자랑질을 일삼느냐 물으신다면 그저 부지런하게 찾아보고 예매를 시도하라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이자람의 공연은 국내는 물론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늘 전석 매진을 기록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