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봄을 카지노 게임하는 두 사람
고등학교 시절의 노랫길을 함께 걷던 은별이와 도윤이는,
예술고등학교 졸업 뒤 같은 대학에 입학하며 또 한 번의 계절을 맞았다.
아직 아침 공기가 차가울 무렵이건만,
캠퍼스 언덕마다 벚꽃이 하얀 눈처럼 눈부시게 날렸다.
“나, 정말 대학생이 된 게 실감이 안 나.”
은별이는 푸른 하늘 아래서 살짝 머뭇거렸지만,
도윤이는 기타 케이스를 매만지며,
“난 네 카지노 게임를 옆에서 받쳐 주고 싶어.” 하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 순간, 먼발치에서 벚꽃 잎이 소리 없이 떨어졌다.
둘의 가슴에서도 흐드러진 설렘이 피어나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키워 온 음악의 씨앗이,
이제 새내기 대학생의 봄바람을 타고 새롭게 꽃 피우려 하고 있었다.
처음 발을 디딘 대학 교정은 낯설고 복잡해 보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 시절 바다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편안함도 있었다.
학회와 동아리를 소개하는 천막들이 활기차게 늘어서고,
‘봄 음악제’ 포스터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두 사람의 마음을 간질였다.
“은별아, 우리 이 음악제에도 꼭 나가 보자.”
도윤이가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하자,
은별이는 쑥스러움에 작게 웃었다.
“아직 준비가 덜 됐잖아. 카지노 게임도 더 가다듬고, 엄마 카지노 게임에 대해서도 할 게 많은걸…”
그러나 도윤이는 고개를 흔들며,
“우리는 여기까지 이미 잘 걸어왔잖아. 할 수 있어, 충분히.” 하고 자신감 어린 눈빛을 보였다.
한편으로 둘은,
‘엄마의 마지막 카지노 게임’를 언제쯤 제대로 완성하고 세상에 들려줄 수 있을지
서로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그 답은 아직 멀리 있었지만,
이 봄을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날이 조금 풀리고,
캠퍼스 중앙 벚나무에서 꽃비처럼 잎이 흩날리는 오후,
둘은 오래된 벤치 근처를 카지노 게임 무대로 삼았다.
도윤이는 기타 줄을 조율하며,
“고등학교 땐 마을 축제 무대였지만, 이제 좀 더 큰 곳에서 부른다 생각하자.”라며 들뜬 목소리를 냈다.
은별이는 떨리는 입술을 다독이며,
‘바닷가 마을에서 느꼈던 파도와,
엄마 카지노 게임의 한 구절 같았던 시절을 이 무대에 옮기면 어떨까?’ 하고 상상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카지노 게임를 부르기 시작하자
벚꽃잎과 함께 맑은 목소리가 가볍게 공기를 타고 흘렀다.
카지노 게임가던 학생들이 발길을 멈추고,
소곤소곤 “신입생들이 버스킹 하나 봐.” 하고 호응해 주었다.
둘이 함께 만든 곡은,
바닷바람 속 노랫말과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서서히 녹아 있어
듣는 이에게 묘한 따뜻함을 선사했다.
도윤이의 기타 소리 역시, 호젓한 갈매기 울음처럼 부드러운 울림을 더했다.
카지노 게임가 끝나고,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 벚꽃 잎 몇 개가 은별이의 머리칼 위로 사뿐 내려앉았다.
도윤이는 살짝 웃으며, 그녀 머리 위의 꽃잎을 털어 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카지노 게임할 수 있지?”
은별이는 수줍게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의 마지막 카지노 게임, 언젠간 완벽히 밝힐 거야.
아빠 녹음테이프에 담긴 비밀도 함께 들여다볼 수 있겠지.”
도윤이는, 마치 오래전 바다 마을에서 은별이가 보여 준 고집 어린 눈빛을 떠올린 듯
가만히 그녀 손을 잡았다.
둘은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으로, 자신들이 어른이 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언젠가 우린, 이 카지노 게임를 전부 완성해 무대에서 부를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무대 아래에는,오랜 그리움과 사랑이 깃든 이야기들이 새로 피어날 거야.’
벚꽃이 하늘로 휘날릴수록,둘의 마음엔 보이지 않는 노랫말이 한 줄씩 새겨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