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 4월호 몰입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4월호 주제는 '몰입'입니다.
첫 째가 어린이집에 다닐 무렵 불현듯 '미싱'이 배우고 싶었다. 미싱과 원단만 있으면 가방도 뚝딱, 앞치마도 뚝딱 만들어 내는 게 신기했다. 취미 하나 가지고 싶었던 차 제일 저렴한 가정용 재봉틀을 구매해 동영상을 보며 연습했다.
제일 처음 원단을 자르고 일자 박기만 하면 되는 앞치마를 만들었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조금 더 어려운 양면 에코백을 만들었을 땐 미싱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 우쭐했다. 하다 보니 욕심이 났다.
'옷을 만들어 볼까?'
옷 만들기를 검색해 보니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것보다 돈도 시간도 많이 들 것 같았다. 돈과 시간을 자유로히 쓰며 취미 생활을 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기에 뭔가 명분을 만들어야 무료 카지노 게임.
'아이는 금방금방 크니까 비싼 새 옷 사 입히는 것보다 만들어 입히면 더 경제적일 거야.'
명분도 만들었겠다, 당당하게 원단과 패턴, 부자재와 고가의 오버로크 미싱까지 구입했다. 자세히 보면 박음질도 삐뚤빼뚤이고, 아이가 입고 나간 바지는 가랑이가 터지기도 했지만 내가 옷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재밌고 좋았다.
시간이 흐르자 만드는 옷보다 쌓여가는 원단이 더 많아졌다. 가랑이 터지는 옷 말고 제대로 된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력이 늘지가 않고 제자리에서 맴돌았다.옷 만드는 게 즐겁지가 않았다. 패턴 뜨기부터 미싱까지 쭈그리고 앉아하다 보니 허리에도 무리가 갔다. 재료는재료대로 사고, 아이 옷은 옷대로 또 사야 무료 카지노 게임. 방 안 가득 쌓인 재료들을 보며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저런 거 살 돈으로 애 옷이나 제대로 사서 입혔으면..'
쓸데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자 몸서리치게 미싱이 싫어졌다. 그렇게 원단과 부자재는 팔고 미싱은 지인에게 나눔 했다. 다신 돈 많이 드는 취미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워낙 정적인 사람이다 보니책상에 앉아서 하는 활동들을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글씨 쓰기와 다꾸는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카퍼플레이트에 빠져 펜과 잉크를 주문해 연습무료 카지노 게임. 너무 아름다운 글씨체라 실력이 좋아지면 부업도 할 수 있겠다는 기대도 살짝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지만 부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자 점점 흥미를 잃었다.
예쁜 스티커들을 모으고, 다이어리에 이리저리 붙이는 다꾸시간을 참 좋아무료 카지노 게임. 하지만 재테크공부를 시작한 뒤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모은 다꾸용품들을 조카에게 다 주었다.
그렇다. 나는 무용함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취미라 부르면서도 실익을 따지고, 나에게 뭔가를 남겨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빨리빨리 실력을 키우는 것, 그 실력으로 뭔가를 남기는 게 중요한 사람이었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데 이런 성향과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마냥 배울 수만은 없었다. 그랬기에 늘 명분이 필요했고 그 명분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불편한 마음이 들어 포기무료 카지노 게임.
거기에 재테크 강의를 들으면서 '취미도 돈이 되는 걸 해야 한다'와'다른 것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재테크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의식에 지배되어 버렸다. 그래서정말 아무 의도 없이 순수하게 뭔가를 한다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오글오글 1기 초반 모임에서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곡도님이이런 말을 무료 카지노 게임.
"마싸님. 뭔가 실력을 키워야 되는 거 말고, 경제적인 거랑 연결하지 말고, 순수하게 즐거워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져보세요."
스쿠버다이빙이라는 멋진 취미를 가진 곡도님의 조언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순수하게 즐거워서 할 수 있는 것. 내가 그것을 찾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꼭 그런 취미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반스케치를 아주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다. 클래스 101 연간 수강을 끊어 어반스케치 클래스를 즐겨찾기에 모조리 담았다. 한 달이 지났지만 완강한 수업은 없다. 매일 연습하지도 않는다.
예전의 나였으면 수강료 뽕을 뽑아야 된다며 하루 수강 스케줄을 짜서 대학 공부하듯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주 천천히, 실력의 성장보다 그리는 순간을 느끼며, 아주 오래 즐기며 할 생각이다.
여전히 불쑥불쑥 '이런 거 하고 있어도 되나?'싶은 마음이 생겨 난다. 그러면 스케치북 위로 흐르는 펜에 더욱 집중한다. 내가 긋는 선 하나하나가 모여 어떠한 형체가 되었을 때 오는 만족감과 성취감을 충분히 느낀다. 이렇게 무용함을 견디며 스케치에 몰입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언젠가, 여행을 가서 혹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멋진 풍경을 봤을 때 그 자리에서 슥슥 스케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잘 그리지 않아도 좋다. 나만의 느낌으로, 나만의 개성으로, 나 보기에 좋으면 그만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무료 카지노 게임 견디며 순수히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 하고 싶다.
※어반스케치 :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그리는 그림. 일상, 여행, 건물, 거리 등 어느 장소에서나 현장에서의 느낌을 그대로 즉석에서 그림으로 표현하는 회화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