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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브 Mar 19. 2025

나는 카지노 게임 싸울 때 영어부터 해석한다.


오늘은 우리 집 둘째, 카지노 게임 녀석에 대한 이야기다.


첫째와 둘째는 모두 영국에서 태어났다. 둘 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참 다른 성향을 가졌다. 첫째는 한국적인 성향이 많고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한국말에 전혀 어색함이 없고 나와의 대화에도 막힘이 없다. 하지만 둘째는 첫째와는 달리 영국식 마인드가 강하다.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한 아이이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보다 파스타나 피자를 먹을 때 더 감탄하며 즐겨 먹는다. 한국 친구들보다는 영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고, 영국식 마인드로 자신의 경계를 철저하게 지키는 아이이다.


분명 나와 남편은 아이에게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 음식을 해 먹이며, 한국 드라마와 한국 정서 속에서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둘째는 영국 문화에 더 익숙하고,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너는 한국 사람이니, 영국 사람이니?"



가끔 이렇게 물으면 카지노 게임은 주저한다.

왜 그런 질문을 하냐며 시큰둥하게 대답하지만, 월드컵에서 한국 경기가 있을 때는 마음을 졸이며 한국 선수가 골을 넣으면 환호성을 지른다. 그 모습을 보면 한국인의 정서를 가지고 있구나 싶다가도, 개인주의적인 태도와 냉정한 사고방식을 보면 영락없는 영국인이다.


좋게 보면 두 문화를 모두 경험하며 문화적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때때로 씁쓸할 때가 있다.


특히 어제 같은 날이었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마찰이 생겼는데, 사소한 문제였지만 주고받는 말과 태도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했다. 같은 언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듯이, 카지노 게임은 내 말이 강압적으로 들렸다고 했고, 나는 카지노 게임의 태도가 버릇없어 보였다. 나의 한국적인 정서 때문인지 나의 말투가 명령조로 들려 카지노 게임은 반항을 했고,카지노 게임은 배운 대로 정당하게 나에게 이유를 이야기하지만 그 모습이 버릇없어 보여 나는 더욱 화가 나서 목청이 올라간다.

우리는 가끔 이렇게 부딪힌다. 사건의 중요성보다 서로의 말투와 태도에서 싸우게 된다.


더 웃긴 상황은 이런 다툼이 벌어질 때 카지노 게임은 영어로, 나는 한국어로 이야기한다는 점이다.카지노 게임의 말을 들으면서 영어를 해석해야 하고, 한국어가 서툰 카지노 게임은 내 말을 이해하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논쟁다운 논쟁도 못 하고, 서로의 언어를 해석하는 사이 싸움이 금방 끝나버린다.


참 웃픈 상황이다. 싸우면서 영어 리스닝을 해야 하다니. 상대방이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감정만 앞서는 상황에서 "Pardon?"이라고 묻기도 참 애매하다. 속으로 답답해지는 순간이 많다.


이럴 때면 과거를 돌아보며 회상하게 된다.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교육을 위해 영국에 눌러앉기로 한 우리의 선택이 옳았을까? 가족과 친구들을 멀리하고 이곳에서 사는 것이 맞는 결정이었을까?


물론 한국과 영국, 두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집안과 집 밖에서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는 건 아닐까,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한다.


카지노 게임과의 다툼은 결국 시원한 소통이나 논리적인 해결이 아니라, 따뜻한 포옹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둘째와 함께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아직은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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