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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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Apr 11. 2025

베를린에서 카지노 게임 캐기

햇살이 찬란히 쏟아진 날의 기억은 어쩐지 실제보다 조금 미화되는 것 같다. 눈부시던 그날의 약 일주일 전, 베를린 플랜터발드(Plänterwald)에서 달래를 캐왔다는 제보를 건너 들었다. 딱 한번, 뉘른베르크에 살 때 기차를 타고 다녀온 명이나물이 자라는 밤베르크를 그리워하던 봄이었다. 나의 정보통 친구 M과 함께 봄나물 캐기 도구와 비닐봉지를 들고 달려갔다. 운 좋게 달래가 자란다는 숲은 지금 지내는 집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다. 얼마 전, 공원을 산책하다 본 나무사이에 쭈그려 앉아서 뭔가를 뜯고 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뿌리를 캐보고 달래를 찾았다. 뿌리는 달래를 연상케 하고 알싸한 향과 맛이 있으나 잎은 부추보다 약간 넓고 납작하며 명이보단 잎이 좁다. 이 나물의 이름은 베를린명이나물(Berlin Bärlauch)이다.

카지노 게임손질한 베를린명이

마침 만나기로 약속한 H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그도 역시 달래수확에 관심이 많았다. 약속 전날 파트너랑 공원과 숲 산책을 하며 벨린명이를 뜯기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기차역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파악했다. 벌써 물가의 그것들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달래수확의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도 아직까지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하고 밝았던 그날, 우리는 트랩토워공원(Treptower Park)역에서 만나 달래가 자라는 숲을 향해 강가를 따라 걸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 커다란 공원에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숲과 공원은 베를린명이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땅에 붙은 초록색의 95% 이상이 그것이다. 정말 지천에 널려있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장관이다.

카지노 게임공원을 장악한 카지노 게임

숲의 언저리에 다다르자 알싸한 향기가 먼저 코를 찔렀다. 더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이 강가와 가까운 부분에 이미 먼저 와서 풀을 뜯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도 산책로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 넘어져 있는 나무에 걸터앉아 달래를 뜯었다. 오랜만에 보는 H의 얼굴은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아 반짝였고, “짹짹”, “딱딱” 새들이 내는 신기한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지난번에는 요령 없이 마구 뽑아서 집에서 손질하는데 시간과 정성이 과하게 필요했다. 뿌리껍질 까는 게 힘들어서 나중에 남은 절반은 그냥 뿌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경험이 한 번이라도 생겼다고 이번엔 부추 굵기의 것들로만 뿌리를 빼고 잘랐다. 자잘하고 연한 것들이 더 맛있을 것 같긴 한데, 손질하기 편한 게 이겼다.

카지노 게임향긋한 카지노 게임장

반가운 H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운 건지, 야생에서 먹이를 채취하는 것이 즐거운 건지, 독일에도 봄나물이 있어 즐거운 건지, 그 모든 게 다 섞여 세배로 즐거운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명상하려고 눈을 감으면 그날의 장면들이 선명히 떠오르는 걸 보면 정말 신이 났던 모양이다. 우리의 비닐봉지들이 두둑해졌을 때, 강가 옆 야외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비건 마요와 케첩이 군데군데 올라간 감자튀김을 나누어먹었다. 서로의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감자튀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H는 맥주를, 나는 그가 골라준 무알콜 라들러(맥주+레모네이드)를 마셨다. 왠지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 즐기던 빈땅맥주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이번 여름에는 종종 라들러를 마시게 될 것 같다.


우리가 앉은자리와 윤슬이 반짝이는 강 사이의 산책로에는 수많은 자전거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어른들과 함께 온 아이들과 크고 작은 강아지들이 뽈뽈거리며 지나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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