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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May 11. 2025

도와줘요, 간다르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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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빚, 아니 빛에 눌러 앉은 사연으로 넘어가보자. 이전에는 일곱 색 빚쟁이를 만났다면, 이번에는 도레미파솔라시일곱 음계의 빚쟁이들이다.


첫 만남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동네 친구의 브런치 가게에서 열린 라이브 재즈 공연. 오랜만에 트럼펫을 부는 보석을 만나러 갔다. 어둠이 슬쩍 비껴간 자리에 악기 소리를 타고 달콤한 초콜릿 향이 흘러 다녔다. 고운 단발을 찰랑거리며 일렉 기타를 치는 원영, 도톰한 손으로 현을 튕기는 콘트라베이스 한결, 긴장을 훑으려는 듯 자주 머리를 쓸어 넘기는 보석. 보석은 코앞에 앉은 우리를 보고는 트럼펫을 내려놓고 다가 왔다.


“결혼 축하해요! 오늘 저희 공연 보고 괜찮으면, 결혼식 때 꼬-옥 불러주세요.”

싱긋 웃는 그의 얼굴 바로 앞에다으악!!!하고 냉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아니, 고민할 것도 없다구요! 실은 오기 전부터 살래 재즈 트리오가 결혼식장에 와서 연주하는 장면을 여러 번 상상했었다. 보석이 제안하자마자 속으로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구체적인 것이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를 순 없었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된 연주. 손가락이 우아하고 명랑하게 현 위를 뛰어다니고, 양 볼이 부풀었다가 작아지고, 머리칼은 찰랑찰랑 박자를 시소삼아 흔들렸다.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일렉 기타를 치던 원영은 스캣을 카지노 게임했는데, 어른들을 위한 자장가 같았다. 가게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도 어깨를 흔들고 손뼉을 치고 미소 지으며 박자와 하나가 되었다.


음악은 시간을 멈춘다. 공연이 끝나자 다시 초침이 흘렀다. 보석도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나와 우리에게 다가와 어땠는지 물었다.

‘말해 뭐해요! 최고야! 완벽해! 황홀해요!!!’라고 카지노 게임치고 싶었지만 예의를 차리느라 꾸욱- 카지노 게임를 가두어야 했다. 손님들이 나가고 트리오와의 즉흥 상담이 이어졌다.


친구들이 결혼식에 온다면, 주목을 받는 ‘공연’이 아니라 배경이 되는 ‘연주’를 해줘야 하는데 괜찮을까? 이 고민을 말하자 셋은 동시에 손으로 리듬을 타며 웃음을 터뜨렸다.

“저흰 사람들이 저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음악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맛있는 걸 먹으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흥이 나면 리듬을 타기도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렇게 편하게 음악을 즐겼으면 해요.”


듣자 하니 미국에서는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첫 순서가 라이브 밴드 섭외라고 한다.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분위기를 채운다. 박새 소리, 온라인 인기 차트 100, 시계 초침 소리, 재즈, 클래식, 비질소리, 말소리, 소리 없는 소리는 공간이 쉬는 숨이다. 이전에 예식장에 답사를 갔다 까무러치게 놀라 나온 데에는 음악도 한 몫 했었다. “신랑 입장!!!”과 동시에 흘러나온 음악은 귀가 뚫릴 듯 컸는데, 그것은 승일에게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되길 주문했다. 반대로 “신부 입장!”과 동시에 채워진 음악은 나에게 디즈니 공주님처럼 걷기를 요구했다. 그 리듬에 발을 떼기란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직접 의미를 찾지 못한 노래에 걸음을 맞추자니 둘 다 자꾸만 삐걱거렸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 더 빚을 지기로 했다.산 속에 살고 있는 트리오에게. 굽이굽이 산을 넘으면서 시작될 재즈는 들풀 사이를, 사람들 곁을, 나무 꼭대기를 오르내리겠지. 가장 적절한 그 순간! 멈추고~ 끼어들고~ 비틀고~ 지르며!솔직히 신부 역할보다 공연 관람이 더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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