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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 May 02. 2025

얼굴이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

남해로 간다. 여수에서도, 남원에서도 안 된다고 하니... 여긴 가능할까? 맛이 있을까? 예약이 꽉 차 있으면 어쩌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목을 쾍! 조이려는데 짝꿍이 걱정의 사슬을 턱! 끊어주었다.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가 보자~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흥얼거리며 남해안을 달렸다.


굽이굽이 바닷바람을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중학교 앞 치킨가스 가게. 한 겨울이었지만 햇볕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조그만 가게 앞에 세워진 그만큼 작은 봉고차. 뒤창에'출장뷔페'라는 동그란 글씨체의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치킨가스랑 출장뷔페? 웃음이 샐룩 나왔다.


“어서오세요호~~~”


문을 열자 사장님의 인사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안경 낀 푸근한 곰돌이 같은 사장님이 그의 얼굴만큼 동그란 쟁반을 들고 생글생글 웃고 계셨다. 우리가 오기를 예상했던 것처럼. 또 한 번 웃음이 샐룩 나왔지만, 괜히 흐흠-하고 표정을 다잡았다. ‘엣헴, 여기까지 최고의 무료 카지노 게임을 찾으러 왔는데!’ 이런 욕심이 잡초처럼 올라왔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자 사장님은 식사를 대접해 드릴 테니 원하는 메뉴를 골라보라고 하셨다. 치킨가스와 볶음밥을 주문하고 서둘러 눈알을 요리조리 굴렸다. 훤히 보이는 조리실 앞에는 ‘직접 담근 맛간장 팝니다.’라는 문구 아래에 맑은 간장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었다. 하얀 벽에는 오병이어라는 가게 이름에 걸맞는 성경 구절 하나가 나무판에 써져 걸려 있었다. 먼지 한 톨 찾아내듯 구석구석 살피는데 곰돌이 사장님의 움직임이 계속 시야에 걸려들었다. 이 쪽도 저 쪽도 동네 단골손님이었는지, 여기저기서 안부 인사를 주고받으며 따뜻한 차와 식혜를 여기저기 내어주셨다. 사장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온화한 기운 앞에서 나의 까칠한 탐정놀이는 아주 어색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에 밑반찬이 나왔다. 깍두기와 단무지가 담긴 두 개의 종지 그릇을 노려봤다. 깍두기 하나를 조심스레 입에 넣고 평소보다 오물오물 오래 씹었다. 요리를 잘 아는 것도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요리 경연대회 심사위원 흉내에 푸욱 심취했다. 역시 흉내는 흉내일 뿐. 내 혀는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서 으흠, 으흠,,, 하며 어설픈 연기만 하다 맞은편의 승일이를 슬쩍 올려다봤다. 평소에도 세심한 목조각을 하듯 요리를 하는 그는, 식당에서는 김치만 먹어봐도 그 식당의 맛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제는 웃음이 배시시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볶음밥의 고슬고슬한 밥알에다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 치킨가스의 소스. 그래 ~ 이 정도면 됐지? 그제야 긴장이 사르르 녹았다.


눈동자에 어때? 라는 글자를 띄워서 빤히 쳐다보았는데, 그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지 않았다. 곰돌이 사장님이 오셔서 “어떠셨어요?”라고 먼저 물어보셨고 “네~ 맛있네요!"하며 시원한 웃음을 보인 게 끝이었다. 조리실에 계시던 여사장님이 나와서 옆 자리에 앉았다. 닮은 듯 포근한 인상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려서, 여기까지 오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을 이 낯선 사람에게 후루룩 풀어버렸다.


정성이 담긴 무료 카지노 게임.딱 그것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실된 그 하나가 가장 쉽지 않은 법. 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여유로워야하고, 너무 많은 무료 카지노 게임을 준비하느라 진을 빼지 않아야 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즈음은 알고 있었다. 그런 분을 수소문해서 여수, 남원까지 연락해보았지만 거리와 일정 때문에 계약을 할 수 없었다. 요리를 하는 주변 친구들을 따로따로 섭외를 해서 꾸며볼까, 마을 부녀회에 부탁을 해서 수육과 국수만 대접할까,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내다가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이 곳까지 오게 됐다는 구구절절한 사연. 사장님은 점점 높아지는 나의 목소리를 가만가만 듣고 계셨다.


“그래서 저희는 개수를 줄이고 맛무료 카지노 게임 요리 몇 가지만 냈으면 하는데, 어떨까요?”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나의 제안을 꼭꼭 씹는 듯 듣고 있다가 한소끔 쉬고는 답했다.


“메뉴가 많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데 샐러드나 디저트를 빼면 오히려 사람들이 많이 남기시더라고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몇 가지만 있으니까 그것만 가득 담아가는데, 물리니까 다 버리는 거죠. 고기를 먹다보면 채소가 먹고 싶어져요. 그러니 샐러드를 곁들이는 게 좋고요. 샐러드도 채소, 호박, 맛살 등 다양한 종류로 조금씩 준비를 하면 남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야외 행사 때는 신선도도 중요한데, 초밥도 당일 새벽에 재료를 가져와서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드려요.”


미리 메뉴 구성을 받아봤을 때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사장님은 그 메뉴 하나하나에 담은 의도를 설명해주셨다. 마치 오케스트라 단장이 바이올린1,2,3,4와 비올라 1,2,3,4를 배치하듯이 무료 카지노 게임의 맛을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한 것이었다. 열정 어린 경험과 그에 기반한 자신감을 갖춘 어른 앞에서 나의 고정된 생각은 기분 좋게 부셔졌다. 더 고민하지 않고 사장님께 결혼식 날짜를 알려드렸고, 그 날 우리는 조화롭고 넉넉한 무료 카지노 게임을 대접할 수 있게 됐다. 식당을 나오며 엉덩이를 내빼고 꾸-벅 인사를 하는데, 사장님은 맛간장 한 통을 선물이라 주셨다. 남해에 또 오고 싶은 공간이 생겼다.


“어떤 것 같아?”

안전벨트를 잠그기도 전에 나는 방방거리며 물었다.

“들어가자마자 좋았는데~?”


오잉? 무료 카지노 게임과 물건에는 깐깐하던 그가 이번만큼 중요한 순간에 혀 돌기를 꼿꼿하게 세우지 않았다니 의아했다. 조미료를 팍팍 뿌리지 않은 공간과 사람, 그는 딱 그 지점에서 마음을 정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쓸고 닦아 두는 것은 가장 좋은 실내 장식이 된다. 눈빛과 목소리에 좋은 진동을 담은 인사는 가장 좋은 향신료가 된다. 아이코, 이렇게 또 사람을 믿어버렸다. 아무렴, 사람이 주는 영양분과 기쁨은 감히 비교할 데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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