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출근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에 교통카드를 찍고 승강장에 들어선다. 운 좋게도 승강장 앞 엘리베이터를 바로 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겨 지하로 가는 층수를 누른 채, 가만히 문이 닫히기만을 기다린다. 동시에 위아래로 나를 훑는 불쾌한 눈동자들이 여럿 움직인다.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무안한 듯 눈길을 슬쩍 훔쳤다가, 이내 다시 위아래로 쓱 훑어보는 눈동자도 보이는 반면, 그저 위아래로 몇 번이고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도 존재한다.
지하철이 플랫폼에 들어온 뒤,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 내 몸을 싣는다. 더 많은 눈동자들이 나의 위아래를 쓱 훑기 시작한다. 행여나 노약자석에 자리가 있진 않을까 싶은 희망을 품어보지만택도 없는 이야기. 그곳에 앉아있는 사람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열심히 나를 위아래로 스캔한다.
눈앞에 지팡이를 한번 본 후 지팡이를 따라 눈동자가 내 몸을 따라 쭉 타고 올라오다 나의 눈과 마주친다. 그들의 눈동자는 실로 불쾌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지팡이를 처음 봤을 때의 눈빛과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그 분위기 변화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누군가는 호기심에 볼 수 있지 않겠느냐 말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눈빛으로부터 나오는 변화를 포착하는 순간 그런 단순한 호기심은 아님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단순한 호기심이겠거니 싶었다. 종종 무어라 한 마디 하고 싶을 정도로 빤히 눈싸움을 하는 눈빛도 있고, 시도 때도 없이 흘긋흘긋 곁눈질로 쳐다보는 눈빛도 있다. 호기심을 가장한 다소거친 그것들에는 만,익숙해질 것 같으면서도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그런 공격성과 카지노 게임함이 포함되어 있다.
이 카지노 게임함의 여정은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끝이 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또다시 시작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