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과의 작별'('빛의 호위' 조해진 소설집)을 읽고
봄이면, 벚꽃이 피면 생각나는 소설읽기를 통해
쌍둥이 워킹맘의 이야기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소품 하나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 소설은 활짝 피었다 금방 떨어져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덧없는 봄날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1971년 고모와 서군이 처음 만난 청계천 태영 음반사. 고모는 자신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그를 서군으로 부르고 연정을 품었다. 재일조선인 서군은 청계천에 떠 있던 젊은 남자의 시체를 보면서 언젠가 자신도 쓰레기처럼 '사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걷다 문득 태영 음반사 앞에 멈춰 서고 교복 차림의 여고생인 고모를 만난다.
소설 속 배경 설명만으로도 이때의 암울했던 시대 분위기가 전달되며, 서군과 카지노 가입 쿠폰의 아스라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서군은 갈 곳이 없다며 찾아온 고향 친구를 며칠 동안 하숙집에 기거하도록 해주었는데 그 친구가 조총련과 접선해왔던 것을 알게 된다. 혹시 모를 수색에 대비해 사물(원고 뭉치)을 고모에게 맡긴다. 왜 고모였는지 알 수는 없으며, 서군이 훗날 쓴 에세이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서군이 사물을 건넴으로써 고모는 그 사물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고모는 원고를 돌려주려다 대신 전해주겠다는 청년에게 의심 없이 서류 봉투를 건넸다가 되레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후회를 안게 된다. 그 사물이 서군이 구속당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사물을 맡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앞으로의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게 될 사물을 연인 사이도 아닌 고모에게 맡긴다. 고모 처지에서는 여러 해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조사를 받게 되면 연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맡겼기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사물을 맡기지는 않을 터이니. 어떻게든 고모 처지에서는 서군에게 조금은 특별한 존재였다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너무 여백이 많아 더 상상하게 되는 서군과 고모의 관계는 서로 확인 없이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나갔다. 고모가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일인칭 관찰자 시점의 '나'가 일하는 지하철 유실물 센터의 '사물'과 서군이 고모에게 맡긴 '사물'은 큰 대비가 된다.'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져서 더 이상 찾지 않게 되는 물건들을 보면서 그 사물들이 세계를 구성하는 조각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유실물 센터에서 일하는 것은 시간을 견디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실물 센터의 '사물'들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빠져나와 길을 잃고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것과 다름없이 때문이다. 반면 고모에게 있어 '사물'은 고모의 인생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한 연정과 죄의식의 다른 이름이다.고모는 버려질 수 있는 사물을 움켜잡고 인생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놓아주었다.
사물이 기억 속에 계속 살아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 순간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카지노 가입 쿠폰 점차 기억이 희미해지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 그 봄밤의 태영 음반사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가장 뼈아픈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런 고모를 이제는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을 것 같다. 고모와 서군을 딱 한 번 만나게 해주는 일이었다. 너무 늦은 걸까. 기억이 희미해졌다. 다 늙은 두 사람. 서로의 존재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TV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 한때 1971년 봄을 함께 했던 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 서군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ATM 기계 앞에 선 서군으로 오인된 남자에게 서군이 있던 교도소로 전달하려 했던 영치물을 건넨다. 그리고 수십 년간 묵혀둔 그 마음을 풀어낸다."나는 미안합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습니다. 다. 전부 다 잊어주세요" 카지노 가입 쿠폰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을까. 힘이 탁 풀리면서 안도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제 카지노 가입 쿠폰 더 편히 모든 것을 잊어갈 것이다. 서군의 인생에 고모의 영역은 얼마만큼인지 여전히 알 수 없다. 카지노 가입 쿠폰가 그 시절 서군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영치물도 이제 정말 알 수 없는 세계의 조각으로 유실물의 일련번호를 달고 사라진다. 덧없었던 과거와 함께. 내 옆에 카지노 가입 쿠폰가 있다면 두 손을 꼭 잡아주고 가만히 말해주고 싶다. 애썼다고. 잘 버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