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오늘의 시 한 편 (70).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끝무료 카지노 게임 두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정원*
신동호
지쳤거나 심심하거나, 새로운 기분이 필요하거나, 그저
발길 닿는 대로였거나, 강북 어디를 돌고 돌아 집이었는지
길이었는지, 오늘이었는지 먼 훗날이었는지, 공간이었는지
시간이었는지 간에.
창문여고를 지나 장위동 방향으로 오른쪽 길을 올라가는
172번 버스는 종로경찰서 앞에서 탄다. 사십년 전 어디메,
기름 자국이 밴 봉지를 들고 아버지가 오셨는데, 춘천에 생
긴 원주통닭집 길모퉁이 어디에서 돈을 세어보고 계실 거
같은 장위동. 하계동 장미아파트에서 내려 지하철 7호선으
로 갈아타는 그 자리가 큰딸이 태어나던 시절 살던 하계시
영아파트 6동 앞이다. 성북역에서 출발하는 마을버스 기사
께 차비 오십원이 부족해 절절매던 날들이 마치 지금 같아
서 등골에 진땀이 밴다. 거기서 만성 원형탈모증에 시달리
며 살았다. 동전만 한 가난도 버릇일지 모른다.
사연 무료 카지노 게임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까. 비가 오거나 눈이 내
릴 텐데. 창밖 국숫집들, 짬뽕집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
았다면, 진흙으로 귀를 막고. 111번 버스에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종로6가, 고대 앞, 종암동을 지난다. 고대 망각주는
스무살 폭풍을 감금하던 키클롭스의 술통에서 건져 왔던
것. 무교동을 출발한 항해는 의정부라는 돌풍을 만나 번번
이 수락산역 3번 출구에서 난파되었다. 되찾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였는데, 민주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이 홀로 아름다
웠음을 애석해한다.
은밀한 익명. 사명감, 책임감, 무게의 은폐.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다. ‘황석영을 통해 몰랐던 세계를 알았고 분노했
으며, 김지하에게서 시대의 슬픔을 보았고 시대와 나를 동
일시하는 법을 익혔다. 이문열은 아련했다. 이상하게도 아
련함 때문에 견딜 수 없었고,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거기다. 아련함 때문에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분노와 슬픔
은 거리에 던져버릴 수 있으나 아련함은 자꾸 줍게 된다. 시
청 앞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세번의 건널목을 뛰어, 장비의
눈물 어린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명동을 홀로 뚫고 지난다.
산둥의 말소리와 호객꾼의 외침, 네온사인과 맞붙어 4호선
명동역까지, 자룡 조운의 세련된 창 솜씨에 주눅 들어, 늘 숲
에 젖어.
밤의 시간은 언제부터 도착이었는가. 단 한번의 사냥을
위한 완벽한 휴식. 낮의 시간은 언제부터 방랑이었는가. 문
을 통해 들어가는 중이었던가, 나가는 중이었던가.
* 보르헤스의 소설 제목을 따옴. 보르헤스는 시간이 탑이나 기둥
처럼 독자적으로 솟아 증식한다고 했다. 흐르지 않았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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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없으면, 목적지에 닿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의 표현이 아닐까. 이처럼 구체적인 표현의 시는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시시콜콜 몰라도 좋을 것들을 주저리주저리 알려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전만한 가난’을 ‘아름다운 민주의 애석함’을 ‘흐르지 않고, 위로 커가는 시간’을 뒤돌아본 삶의 손에 잡히지 않는 ‘아련함’을 넋두리처럼 뱉어내고 무료 카지노 게임 알쏭달쏭을 세세하게 손에 쥐여 주듯 한 표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