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휴대폰, 지프차
졸업과 동시에 그녀는 작은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나름 학교에서 인정받는 장학생이었다. 하지만 막상 졸업을 앞두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보니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포트폴리오와 교수추천서까지 준비해 서울에 있는 패션회사의 디자인실 문을 두드렸지만,디자인실에 들어서자마자탈의실에서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하고는 줄자로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팔길이, 등길이를 잰다.때마침? 경기불황으로 피팅모델을 겸할 수 있는 신입을 뽑는다며애써 준비해 간포트폴리오보다 신체사이즈가 더 중요하게 여겨졌다.
구인이라는 것이 회사에서 필요한 쓰임새 있는 인물을 구하는 것이니, 신입인턴에게 창의적 디자인 능력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친절한 디자인실장은 의상 쪽 말고 가방이나 액세서리 디자인을 알아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이제껏그녀는 나름 꽤나 운이 좋은 편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구직활동에 실패를 반복 하자 조금 의기소침해졌다.하나둘 동기들의취업이 결정되자 조바심이 났는지 결국엔 친한 선배가 소개해준 지방의 작은 회사의 디자인실에입사를 하게 되었다.
디자인 회사라기보다 제조를 겸하고 있는 공장의 디자인실이었다. 새로이 디자인실이 생겼고, 디자인 실장 1인 평직원 그녀 1인의 소박한 디자인실이었다.
그녀의 업무는 잡지나 기존제품의 디자인을 응용하고 짜집기 해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거나, 신제품의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학교에 다니며 나름 교수님 프로젝트에 스텝으로 활동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단순하고 지시사상만 수행하는 지루한 일상이었다. 특히 디자인실의 입지라는 것이 아주 낮은 곳이어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직원은 몇 명 되지 않던 공장에서 그녀의 호칭은 김양이었다. 사무실 한 편의 디자인실 김양의 진짜 할 일은 일찍 출근해 사장실 청소와, 사무실의 탕비실 설거지였다. 장학생이었던 우수한 인력일 거라는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고, 하루하루가 무료하다 못해 무기력해지는 시절이었다. 회사에 출근할 때 No.18 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녀가 아침마다 억지로 쓰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되었다.
나름 18번 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녀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면모를 이끌어내었다. 제일 먼저 출근을 해서 사무실 정리를 하고, 디자인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익히고, 오전 시간에 할 일을 후다닥 마치는 스피디함도 장착을 했고, 사회적인 미소를 띠며모두와 원만히 잘 지내는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이면에서 불만족스러운 하루하루에 대한 투덜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18번 무료 카지노 게임은 그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지루하게 만들었다. 그런 무기력한 모습이 그녀는 몹시 못마땅했다. 어느 날 참을 수가 없을 지경에 다다랐는지, 돌파구를 찾아보자.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자.
재미에 중독된 사람처럼 재미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스노보드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한 그녀는 활발하게 온라인 활동을 했고, 눈에 띄는 고마운 우수회원이 되어있었다. 클럽의 장은 그녀가 궁금해졌고, 그녀의 생일 무렵에 생일선물을 전하겠노라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남자 1호와 그녀의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
남자 1호의 첫인상은 훤칠한 키에 붉은색 티셔츠에 커다란 프린트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난해한 프린트가 되어있는 옷이 의외로 너무도 잘 어울렸다. 그녀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그는 아직 학생이라고 했다. 유니크하다고 해야 할까?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그녀는 흰색 셔츠에 딱 떨어지는 겨자색 9부 바지를 입고, 무척이나 단아한 모습으로 그와의 첫 만남 자리에 나섰다.
무척이나 화려한 그와 조신해 보이는 그녀는 의외로 이야기가 잘 통했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몇 시에 퇴근해요? 나랑 밤바다보러 갈래요?"
"6시 퇴근이니까... 00 은행 앞에서 6시에 볼까요?"
금요일 밤. 그와의 약속을 하고, 그녀는 출근할 때 동네에 사는 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출근을 했다. 밤바다에 갈 생각에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상태로 18번 무료 카지노 게임의 그녀는 평소보다 더 상냥했던 것 같다.
저녁 6시, 그를 만나기로 한 00 은행 앞에서 그를 기다린다. 분주히 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나 보다. 20분쯤 기다렸나? 이제는 공단의 길가엔 적막한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걸까? 약속을 잊은 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 않는다. 이건 무슨 경우인가?
걱정스럽다가 화가 나다가 오기가 생겼다. 이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야 하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선택의 순간에 18번 무료 카지노 게임이 간섭을 한다. 좀 더 기다려 보는 게 어때? 이런 상황에서 아둔한 성실함이 발동한다고?! 6시 40분쯤 그에게서 그녀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예요?"
"00 은행 앞이요."
"지금 바로 갈게요. 시간을 착각하고 깜빡 졸았어요. 너무 미안해요."
그의 하얀색 지프차가 눈앞에 나타난 시간은 약속시간에서 한 시간이나 지난 7시가 되어서였다.
우리는 밤길을 달려 밤바다를 향해 갔다. 이미 해가 져버려 불빛조차 찾기 힘든 깜깜한 바다였다.
너무도 고요한, 서로의 얼굴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그저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들리는 그 검은 바다.
바다로 달리는 내내 남자 1호는 그녀에게 변명과 사과를 늘어놓았고, 사실 그녀는 그게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밤바다로 달리는 이 길이 만족스러울 뿐이었다.
그녀가 그냥 남자 1호에게 욕을 하며 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가버렸다면 그와의 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기다린 김에 더 기다린다는 마음이었을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남자 1호는 그 일을 두고두고 고마워했고, 그녀의 너그러움에 감동을 받은 눈치다. 싫어하던 No.18 무료 카지노 게임이 남자 1호와의 관계에는 조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