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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im Feb 21. 2025

너의 무료 카지노 게임, 우리의 무료 카지노 게임

햇살과 물


토요일 2시 민이가 치료실로 들어선다.

"안녕, 민아!"

내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자 고개만 꾸벅 인사하는 시늉을 하고는 정수기에서 물을 한잔 마시고내 옆을 스쳐 지나간다.


치료실로 들어와서도 이어폰을 빼지 않는다. 나와 대화를 애초에 차단한 건가? 표정도 뭔가 뾰로통하다.

조금 불편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거절되었다는 게 내게는 뭔가 불편감을 주는것 같다.






평소에는 아이들에 관한 상담을 따로 지 않으시던 어머니인데 내게 연락이 왔다.

민이 학교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대로 계속 결석을 하게 되면 등교일 수가 모자라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없으니자퇴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더란다.

어머니는 화들짝 놀라 내게 연락을 한것이다.

민이에게 학교에서 온 연락을 이야기했더니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칠 거라고 했단다.

엄마는 학교 공부도 안 하는 아이가 검정고시 준비를 하겠냐며, 밤새 게임만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도 못할 거라고 걱정을 늘어놓으신다. 목소리에서 아이에 대한 걱정과 불신이 깊게 배어 나온다.


나는 민이와 좀 더 대화를 해보시라는 말을 꿀꺽 삼킨다.


어머니는 민이가 제앞가림도 못할까 봐 노심초사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게 하시고는 내가민이와 이야기를잘해주십사 부탁과 당부를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끊고 나도 어머니와 같은 걱정을 일주일 내내 하고 있다.어머니의 걱정이 수화기를 통해 내게 바통터치된 것 같다.


아이는 왜 학교에 가지 않는 걸까?

어떻게 하면 학교에 다시 보낼 수 있을까?

무슨 말을 민이에게 해주어야 하지?

민이의 생각은 뭘까?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어폰은 빼자. 선생님 말 들리니?"


아이는 이어폰을 빼지 않겠다며, 내 말소리는 들린단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나는 아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나보다 아이에게 집중했어야 했는데, 어머니의 마음이 나에게 투영되었던지 아이를 바라보는 나는 아이가 계속 거부하고, 단절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싸여있었다.

언제 자퇴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까 조바심에 눈치를 보고 있었나 보다.



지난 시간 클레이로 캐릭터를 만들 거라던 이야기가 생각나 클레이를 꺼내주었더니 그런 말 한 적이 없단다.


"그럼 새로운 매체를 만나볼까?"


사용하기 편한 퍼니콘을 꺼내어 써봤냐고 물었더니 처음 써본단다. 사용방법을 알려주자 잠시 생각하더니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들겠단다.

민이는 고민은 오래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결정을 해버린다. 만들기를 하다 여의치 않다 싶으면 다른 걸 만들겠다고 포기해 버린다.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 자기식대로 해보고 되면 좋고 아니어도 큰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

커다란 통속에 퍼니콘이 색별로 나누어져있지 않고 섞여있어 찾기 귀찮고 힘들어하기에 살짝 도움을 주었다. 필요한 색이 무엇인지 묻고 찾아주는 형식으로...


민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들고 나는 꽃을 만들고... 민이도 나도 조용히 만들기에만 열중하는 시간이 조금 흘렀다. 정적을 깨고 민이가 첫마디를 뱉었다.


"다했어요."


던지듯 내 앞에 누워있는 통무료 카지노 게임를 놓아둔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서있지 않고 누워있다. 죽은 무료 카지노 게임 같다. 너무도 생기 없이 누워있는 통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니 내 마음이 쿵 내려앉는다. 어딘가 낙담한 민이 같다.


이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나는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지금 이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누워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너무도 슬프고 아프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이 무료 카지노 게임가 설 수 있게 돕고 싶다.


꽃을 만들고 있던 내가

"너의 무료 카지노 게임에 내 꽃을 피워도 되겠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민이가 누워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를 세워보려는 시도를 한다.


하얀색 퍼니콘을 무료 카지노 게임둥치 밑부분에 붙여 지지대를 만들어 주었더니 힘없이 누워있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우뚝 세워졌다. 몇 송이 꽃을 직접 붙이더니 노란 꽃은 초록색 퍼콘을 덧대어 기울여 붙이고 가로등 같단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다시 침묵의 시간이다. 나도 말없이가지를 붙이고 잎을 덧붙였다.


"이제 마칠 시간이야."


내 말에 일어서며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는 액션을 취한다. 조금은 과장된 그 액션에 안심이 된다. 민이는 살아있구나. 이 무료 카지노 게임처럼 꽃이 피고 잎이 나는 생기가 돌고 있구나... 나의 안심이 전달된 걸까? 어쩌면 민이가 나를 안심시키려 과장된 액션을 했을 수도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어디에 두고 싶니?"


조용히 가장 볕이 잘 드는 창가에 가져다 둔다. 어린아이들이손 닿을수 없는 높은 곳에 무료 카지노 게임를 올려놓는다.


"민이 무료 카지노 게임가 튼튼하게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무럭무럭 자랄까? "


"햇볕 잘 받게 하고,

물을 주면 되지 않을까요? 크크크"


아이의 얼굴에 장난 어린 미소가 스쳐갔다. 목소리도 명랑해졌다.



"저기에 물 주면 흘러내릴걸? 하하"


둘이서 깔깔 웃으며 작별인사를 나눈다.



오늘 이 시간이 너의 마음에 작은 햇살이길...






지금은 내가 다른 치료실로 옮기게 되어 민이를 만날 수는 없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 아이다.

첫 시간 마주 앉은민이의정수리에서 뿜어져 나오던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의 호르몬 냄새.

어머니의 손길을 받지 않은 것인지 거부한 것인지, 세탁이 깨끗이 되어 있지 않던 의복.

말은 모두 단답형에 여러 가지 제안도 관심 없음과 무시로 일관하던...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를 키우는 나였지만 참 적응하기 힘든 시간이었다.


민이의 다음 시간이 장애가 있는 민이의 형이었는데, 형과 마주치기를 극도로 꺼려하쏜살같이 사라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이 되면 시간은 들쑥날쑥했지만, 꼭 치료실을 찾아주었다.


민이가 이야기했던 햇살과 물은 어떤 것일까?


과거의 치료세션들을 회상할 때면 나의 미숙함과 적절하지 못했던 행동이나 말들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해도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치료사는 해결사가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쳐 나아가는 시간을 곁에서 지켜봐 주고지지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민이가 왜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지 이유는 여전히 모른다.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는 민이만 알고 있겠지... 민이가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나에게살짝 이야기해 주면서도움을 요청해 주었다면 좋았겠다는 바람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민이 스스로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시도가 더 중요하다. 어른들은 곁에서 안전한 가이드라인만 제공해 준다면 어려운 순간에 분명 도움을 요청해 올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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