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균형 찾기
퇴근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저녁 준비 대작전'.한 손에는 가방, 한 손에는 피로를 든 채 시작되는 숨 막히는 레이스.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조금이라도지체하면배고프다는 아우성이 시작된다. 과자 봉지를 뜯고, 우유 한 잔 따라 마시면 게임 오버. '엄마, 배부른데 남겨도 돼요?'가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저녁에 뭐 먹고 싶어?" "짜장면이요." "우리 시켜 먹지 말고 집밥으로 먹자."
"우리 애기들 뭐 해줄까?" "돈가스요." "집에 돈가스 다 떨어졌다 미안."
"오늘 뭐 먹을래?" "피자요."
"건강한 한식으로 말해 봐."
매일 이런 대화가 오고 가면 너도나도 기분이 상하기 일쑤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만 먹고 싶어 하는 것이 걱정되어서, 아이는 아이 대로 기껏 물어봐 놓고 매번 안된다고 거절당해서. 모든 카지노 게임를 준비해 놓은 뷔페도 아니고, 커다란 팬트리를 가진 흑백요리사도 아니면서 뭐든 다 해주겠다며 매일 저녁 묻는 엄마, 이제 그만뒀다.
아이들에게 저녁 카지노 게임를 물어보는 것은 사실 내가 카지노 게임를 생각하기가 귀찮아서였음을 고백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니, 나 같아도 '지금 뭐 먹고 싶어?' 하면 '떡볶이', '치킨'을 답할 것 같다. '콩나물국이요.'라고 말하는 건 좀 아쉽다. '그냥 주는 대로 먹을게요.'라고 말하면 어쩐지 독재자엄마가 된 느낌에기분이 상할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먹고 싶은 거 말하라니까.' 이거 답 없는 답정너 아닌가.
대책 없는 질문을 하는 대신'식단표'를 만들기 시작했다.적힌 내용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소고기 뭇국, 닭볶음탕, 불고기'등 평범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도, 싫어하는 카지노 게임도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식단표에 글자로 적혀 있으면 군소리 없이 먹는다. '으, 오늘 저녁은 내가 싫어하는 검은콩밥이랑 청국장이네.'라며 아침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 두고 씩씩하게먹어준다.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의 <선택의역설 이론에 따르면,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사람들은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선택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식단표라는 작은 규칙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모든 저녁 카지노 게임를 고르게 하는 대신, 정해진 카지노 게임를 미리 보여줌으로써 선택의 부담을 줄이고, 예상 가능한 안정감을 준 것이다.
식단표의 한 구석에는 '※냉장고 사정에 따라 카지노 게임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라고 작게 써 놨다. 식단표를 지키지 못할 때를 위한 작은 꼼수이다. 이 문구를 읽고 아이들은 큭큭대며 엄마도 뭐가 잘 안 될 때가 있구나라고 이해해 준다. 그리고'신청 카지노 게임 받습니다.'란도 마련해 둔다. 아이들이 먹고 싶은 카지노 게임도존중해 주는 방법이다.급식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이 있으면 꼭 써 놓으라고 당부했더니,우리집 카지노 게임도 그 나물에 그 밥에서 발전하는 것 같다.
저녁 식사 준비를 최소한으로 단축하기 위해 가족의 필승 카지노 게임 한 가지쯤 마련해 놓는 것은 어떨까. 요즘 우리 가족의 필승 카지노 게임는 부대찌개이다. 학교에서 더 먹고 싶었는데시간이 없어 아쉬웠다는 아이의 말에서 시작한 우리 가족의 부대찌개사랑. 라면 사리를넣으니입 짧은 둘째도 두 말 않고 잘 먹는다.
마트표 모둠소시지만 냉장고에 상비해 두고, 집에 있는 야채 아무거나 다 넣고 보글보글 끓여버린다. 부족한 손맛은 라면수프로 채우고, 베이크드 빈 대신 케첩 한 스푼이 나의 비법이라면 비법. (이것도 힘들다면 요즘엔 부대찌개 밀키트가 참 잘 나온다. 우리 가족은 트레이더스 킬바사부대찌개에양념 반만 넣어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기름진 음식에 찔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날 또하나의 필승 카지노 게임는 나물 비빔밥이다. '손 많이 가는 나물이라니 워킹맘 쓰러지겠어요.'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지 않은가. 그 이름도 고마우신 반찬가게 이모님. 퇴근길 반찬가게로 가서 네 팩에 만 천 원짜리 나물을 산다.
이제 집에 와서 계란프라이만 하면 된다. 밥을 넓은 그릇에 담고, 반찬가게표 나물 위에 집개를 얹어 둔다. 고추장과 참기름을 식탁 위에 올려 두면 셀프 비빔밥 완성.
(차마 반찬가게 갈 힘도 없는 날에는, 냉장실에 늘 굴러다니는 다이어트용 샐러드를 활용한 참.야.비_참치야채초고추장비빔밥_도 훌륭한 한 끼가 된다)
매일의 온도, 습도에 맞게 가족이 먹고 싶은 카지노 게임 대로장을 봐서 건강한저녁상을 짜잔 하고 차려 먹는 것. 바쁜 엄마라고 왜 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눈썹 휘날리게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터에서 종종거리고, 다시 꽁지 빠지게 퇴근하다 보면 냉장고 사정이 곧 저녁 카지노 게임가 된다. 퇴근길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고 요리까지 해내는것은 철인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정신없이바빠 집에 쌀 떨어지는 것도 몰랐다는 모 브런치 작가님의 사연도 더해 본다.)
주말 10분 투자로 식단표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휴일 저녁, 침대에 누워 마트배송버튼을 누르며 다음 일주일을 준비하면 된다. 중간중간 건망증을 보완해 줄 새벽배송도 있으니 부담없이.
어린 시절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에 순순히 따르는어린이였던 나는, '네가 고르렴.'이라는 말에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권'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선택을 완전히 존중할 수 있을 때라야 의미 있다. 받아주지도못할 선택의공을 가족들에게만 내어 주지 말자. 선택의 공을 주고 받는 균형을 찾아 보자.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 저녁카지노 게임의 규칙은퇴근길 '뭐먹지'하는 걱정으로 가득찼던나의 발걸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그리고 그덕에우리 가족은조금 더뱃속과 마음이 모두 편안한 저녁시간을 보낸다.선택의 균형은 결국 모두를 위한 것이되었다.
이번주, 가족의 식단표를 함께 만들어 보시는 것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