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안 나온다고?”
“네.”
“정말?”
방송을 듣고 하는 말이었다. 밤 열한 시 즈음되었을 것이다. 레이저 프린터가 피잉 소릴 내며 종이를 빨아들이더니 출동지령서를 책상 위에 퉤 뱉었다. 정말이었다. 여섯 글자. 똥이 안 나온다.
똥이 한 열흘쯤 안 나왔을 수도 있다. 똥은 나오라고 있는 것이지 뱃속에 묵히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똥은, 그러니까 똥은 바깥공기를 쐬야 진정한 똥이므로 119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최면을 걸며 출동했다. 이런 일로 신고를 한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가면 그때부터 괴롭다. 마음이 똥으로 가득 차 버린다.
다세대 주택 3층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벌써 걱정이 되었다. 환자가 무거우면 어쩌지. 불길한 예감은 꼭 틀리지가 않아서 침대 위에 누워서 생활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몸,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긴긴 세월 싱글침대를 거의 뒤덮다시피 불어난 몸을 마주하자 벌써 허리가 삐걱거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곁엔 늙은 남편이 병원 좀 데려다 달라고, 똥 안 나온다고 며칠 내내 나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모른다고 하소연을 했다. 침대 머리맡에 손바닥 두 개 크기만한 액자가 걸려있었다.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찍은 젊은 시절 두 사람의 사진. 이 집에 있는 유일한 사진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구급차에 싣고 들것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안전 걸쇠를 거는 순간까지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았다. 분명 3층에서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데리고 왔을 텐데. 100킬로에 가까운 거구를 들것에 뉘어 1초에 한 계단씩 밟아가며 내려왔을 텐데, 얻어맞고 잠시 기절이라도 한 듯 생각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내가 아이들 낳은 뒤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애가 어떻게 나왔는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인정머리 없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늙은 몸 둘. 그나마 하나는 움직이지도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거기에 대고 나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러게 자식 농사를 잘 지으시지 그랬어요.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큰 아파트로 옮기셨어야죠(기본 아닌가요). 늙어서 가난하고 아픈 건 큰 죄입니다. 아니. 그 말이 아무리 현실적이고 지혜를 담고 있을지언정 그리 말하진 못하겠다. 이럴 때 소방관인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어디가 아프세요.
어쩌면 세상은 서로에게 그렇게 묻는 법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