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서!
인간관계에 적극적인 편이 아닌 나는
어딜 가나 내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잘 구슬리면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다가와 준 게 고마워
그에게 더 마음을 쏟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웃음뒤에 감춰진 다른 마음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도 사람 보는 눈이 나아지지 않나 싶어
매번 자신을 탓해보지만
눈이 있어 가식에 속고
귀가 있어 달콤한 말에 녹는걸 어찌하겠나
나이가 들었다고
담장을 세웠다고
매번 도둑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둑이 이마에 도둑이라고 쓰고 오지 않아서이고
더 말끔하고 멋진 옷을 입고
매력 있고 호탕하게 웃기 때문이다.
집이 빈 시간을 귀신같이 알기 때문이다.
그럴 땐 그냥 카지노 쿠폰을 하면 된다.
그 자리에 서서
나도 모르게 이어진 끈을 슬며시 놓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