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리뷰
이 소설은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긴 세월 강요된 침묵 속에 갇혀있던 카지노 쿠폰 4.3을 세상에 처음 알린 작가 현기영은 중편소설 「순이삼촌」을 발표한 후 고초를 겪었다. 이후 현기영은 30여 년 써 온 카지노 쿠폰 4.3을 벗어나 다른 소설을 쓰려고 했을 때 꿈을 꾸었다. 카지노 쿠폰 4.3 영령들이 집단으로 나타나 “네가 얼마나 했다고 벌써 4.3을 빠져나가려고 하느냐”며 직설적으로 호통쳤다는 것이다. 이 작가가 3부작 장편소설 『카지노 쿠폰도우다』를 쓰기까지는 5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렇듯 오랫동안 카지노 쿠폰 4.3 문학은 미증유의 폭력과 쏟아져 나온 증언 구술 등 1차 자료의 중압감으로 역사적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카지노 쿠폰 4.3의 비극을 풀어내기에 참혹한 사실을 뛰어넘는 문학적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버거웠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강의 소설이 나왔다. 작가의 분신이라고 생각되는 소설 속 경하는 광주항쟁을 다룬 소설을 쓰고 나서 꿈에 시달리는데, 처음에 작가는 광주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차차 그 꿈이 카지노 쿠폰 4.3의 부름이었음을 알게 된다. 현실의 리얼리티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한강은 통나무, 바다, 묘지 등 상징이 가득한 꿈을 꾸는 것이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은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하지만 어떻게? 아무도 없는데. 나에겐 삽도 없는데. (10쪽)
이 대목은 경하가 4.3 희생자 애도를 위한 샤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 꿈의 내용이 소설 전체를 아우르면서 애도를 위한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경하는 광주항쟁을 다룬 소설을 탈고한 후 몇 년간 “껍데기에서 몸을 꺼내 칼날 위를 전진하는 달팽이 같은”(12쪽) 시간을 통과하며 다시 그 꿈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파도가 휩쓸어가 버린 저 아래의 뼈들을 등지고 가야 한다“(26쪽)라고 깨닫는다.
감은 눈꺼풀 속으로 별안간 그 벌판이 밀려들어왔다.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 위로 흩어지던 눈발이, 잘린 우듬지마다 소금처럼 쌓여 빛나던 눈송이들이 생시처럼 생생했다.
그때 왜 몸이 떨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 그걸 공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안이라고, 전율이라고, 돌연한 고통이라고? 아니 그건 이가 부딪히도록 차가운 각성 같은 거였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칼이--사람의 힘으로는 들어 올릴 수도 없을 무거운 쇳날이--허공에 떠서 내 몸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걸 마주 올려다보며 누워있는 것 같았다.
봉분 아래의 뼈들을 휩쓸어가기 위해 밀려들어오던 그 시퍼런 바다가, 학살당한 사람들과 그 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처음 생각했다. 다만 개인적인 예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물에 잠긴 무덤들과 침묵하는 묘비들로 이뤄진 그곳이, 앞으로 남겨질 내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바로 지금을. (11-12쪽)
이 대목을 읽으며 카지노 쿠폰 4.3 영령들이 한강 작가를 영매로 선택하였구나 생각했다. 경하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칼이 허공에 떠서 몸을 겨누고 있는 형국이 자신의 삶을 당겨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피할 수 없고 써야만 극복되는 천형과도 같은 작가의 운명을 생각해 보는 이 장면에서 박경리가 『토지』를 쓸 때의 심경을 토로한 글이 떠올렸다.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박경리, 『토지』 1부 「자서」 중에서)
1부 「새」에서 전기톱에 잘린 인선의 손가락이 봉합되려면 신경을 3분마다 자극시켜야 소생할 수 있다는 대목은 여러 정황들과 중첩되어 있다. 경험자의 말을 빌리면 손목이 잘려도 통증은 잘린 단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려나간 손가락 끝에서부터 온다고 한다. 인선의 어머니는 카지노 쿠폰 4.3 당시 부모는 물론 오빠와 어린 남동생을 잃었다. 그래서 두 개의 잘린 손가락은 혈연의 은유로 이해되고, 잘린 손가락의 통증은 경하 꿈속의 잘린 통나무, 잘린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제대로 애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입원한 인선은 경하에게 카지노 쿠폰의 중산간 집에 두고 온 앵무새 아마를 지금 당장 내려가 돌봐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한다. 경하는 자신이 새를 꼭 돌봐야 할 의무는 없는 거라고 살짝 비켜섰다가 자신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리고 새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지극한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른다. 죽은 새를 보며 경하는 자신을 기어이 카지노 쿠폰의 중산간 마을, 새 ‘아마’가 있는 인선의 집으로 가게 한 뜻을 감지한다. 새를 돌봐달라는 인선의 부탁은 카지노 쿠폰 4.3의 애도를 이어가라는 부탁이기도 했다. 앵무새 아마는 미증유의 국가폭력 아래 죽어간 카지노 쿠폰 4.3 영령의 은유이므로 경하가 새를 돌보러 가는 중산간 길은 타인의 고통으로 들어가는 길이고 카지노 쿠폰 4.3의 고통을 내재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는 “네가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가 되었다”라고 했는데, 다행히 경하는 한 발 더 나가 애도의 예를 갖추어 새 ‘아마’의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새 ‘아마’는 두 눈을 각각 다른 곳으로 볼 수 있는 단안시를 가졌다. 한쪽 눈이 실내를본다면 다른 한쪽이 보는 곳은 창밖의 그 무엇이다. 카지노 쿠폰 4.3을 겪고 평생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는 인선아버지도 두 세계를 산다.
(아버지는) 마치 두 세계를 사는 사람 같았어요. 한 눈으로는 나를 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내 몸 너머 다른 빛을 보는 것 같이, 어두운 방인데도 부신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올려다봤어요.(165쪽)
카지노 쿠폰 4.3을 겪은 많은 이들도 오랜 세월 강요된 침묵 속에서 두 세계를 살았다. 그들은 상처를 깊숙이 감추고 잊어야만 현실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카지노 쿠폰 4.3 유족들은 중병이나 임종의 극한 상황이 오면 생전의 기억들은 모두 사라져도 카지노 쿠폰 4.3의 기억만은 또렷이 남아 어둡고 외진 방에 숨어 지내거나 자신들이 목도한 학살 현장을 배회하곤 한다.
2부 「밤」은 죽은 줄 알았던 카지노 쿠폰들이 돌아오는 시간이다. 병원에서 인선이 돌아오고 죽은 새가 돌아온다. 과거를 돌아보며 살았던 정심의 삶은 딸 인선에게 옮겨져 카지노 쿠폰 4.3 진실 찾기 작업을 이어갔고 이제 남은 몫은 친구 경하에게로 간다.
방금까지 따뜻한 피가 돌았던 듯 생생한 적막에 싸인 조그만 몸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 끊어진 카지노 쿠폰이 내 가슴을 부리로 찔러 열고 들어오려 한다고 느낀다. 심장 안쪽까지 파고들어 와, 그게 고동치는 한 그곳에서 살아가려 한다. (150-151쪽)
강정효 사진 <미여지뱅듸#25, 2023
카지노 쿠폰도 굿 사설 말미에 나오는 ‘미여지뱅듸’는 망자의 삶과 죽음이 함께 머무는 곳이다. 저승으로 가는 동안 생전의 모든 미련과 고통, 원한 등을 미여지뱅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쳐두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라는 뜻을 담고 있는 시공간이다. 그러나 카지노 쿠폰 4.3의 많은 영령들은 아직도 구천을 헤매 다닌다. 구천이란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심장이고 작별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3부 「불꽃」에 나오는 많은 에피소드도 대부분 상징과 은유로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독자에게 질문만 던지므로 그 질문에 동참하지 않으면, 말없음의 행간을 사유하지 않으면, 작가가 의도한 ‘지독한’ 사랑의 진실에 다다르기 어렵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말하는 영혼은 기억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촛불에 의지하여 앞에 걷는 사람들이 발자국을 따라 걷는 인선과 경하의 뒤를 우리도 촛불의 릴레이처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촛불은 미미하지만 꺼지지 않는 기억의 전승이다.
젊은 시절 박경리의 『토지』를 읽으며 등장인물은 물론 삼라만상에 동등한 카지노 쿠폰을 부여하는 애니미즘 사상을 느꼈다. 대하소설 『토지』에는 600여 명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저마다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어 살아간다. 박경리는 최참판댁 지주나 머슴, 마름 그리고 땅을 부쳐 먹고사는 소작인 모두에게 카지노 쿠폰의 존엄을 부여하고, 당산나무에도 평등한 카지노 쿠폰의 관점으로 대했으며, 새끼 밴 고라니를 사냥한 머슴과 그 피를 마신 최참판댁 당주에게는 죽음에 값하는 형벌을 내렸다. 뭍 카지노 쿠폰에게는 나름의 질서가 엄연하므로 그 카지노 쿠폰을 탐할 때는 자기 카지노 쿠폰이 위협을 느낀 때만 허락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남겼던 『토지』는 문서를 둘러싼 서사가 중심주제로 전개되지만 도처에 흐르는 것은 모든 언약한 카지노 쿠폰들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박경리 소설의 카지노 쿠폰사상을 한강의 작품에서 다시 만나며, 소설은 같은 주제를 당대의 언어로 쓰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박경리가 뭍카지노 쿠폰을 대하는 마음은 연민이다. 방 안에서 키우던 꾀꼬리의 죽음을 두고 머슴 길상은 “다시는 카지노 쿠폰으로 태어나지 말라”며 애달파한다.
카지노 쿠폰은 아픔이요, 카지노 쿠폰은 사랑이다. 아픔과 사랑이 사라져 가는 세상, 아픔과 사랑이 없을 때 카지노 쿠폰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생존(生存)도 확약(確約)할 수 없는 것 아닐까? 카지노 쿠폰은 개성(個性)이다. 카지노 쿠폰에 동일한 것은 없다. 다만 동일한 것이 있다면 카지노 쿠폰은 카지노 쿠폰을 기르는 것뿐이다. (박경리의 수필 「환상의 새」 중에서)
한강도 이 소설에서 뭍카지노 쿠폰의 본성에 관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20그램밖에 안 되는 몸, 날기 위해서 뼈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고 며칠만 굶으면 바로 아사하는 연약한 카지노 쿠폰체인 새 아마는 오랜 세월 동안 애도받지 못한 카지노 쿠폰 4.3 영령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강의 새는 카지노 쿠폰 4.3 당시 토벌대의 총구 앞에 무력했던 희생자들의 모습으로 눈발과 혼재되어 시공을 넘나들고 있었다. 죽어가는 남동생의 빠진 앞니에 깨물어 피를 낸 손가락을 넣고 따뜻한 피를 빠는 미세한 느낌이 올 때 느꼈을 정심의 심정, 가출하여 생사를 모르는 딸에게 콩죽을 먹이고픈 마음, 무릇 카지노 쿠폰이란 살아있기에 아픈 것들이다.
40년 전 중산간 마을로 카지노 쿠폰 4.3 증언채록을 다녔던 적이 있다. 증언자들은 모든 것을 다 말하려 하지 않았고 내부에서 솟구치는 말을 스스로 검열하는 듯했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똑똑한 사람은 다 죽고 나같이 사람 축에 못 낀 사람만 살아남았다”라고 하며 카지노 쿠폰 4.3 당시 죽은 자에 대한 미안함과 경의를 내비치고 있었다. “본 것을 다 말하지 못한다”는 증언자들의 말속에 진실이 있는 듯했고 억눌린 말들을 제대로 꿰어야 카지노 쿠폰 4.3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소설 속의 경하처럼 폭설 속의 중산간 마을로 기어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돌이 되어버리는 상황으로 나를 내몰고 싶지 않았다. 북풍 하늬바람이 아우성치는 카지노 쿠폰도 중산간의 눈발에서 제대로 애도받지 못한 카지노 쿠폰 4.3 영령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괴로운 일이므로.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유한한 내 삶을 향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경하의 여정에 동참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문장들, 바위에 정으로 새기는 것 같았던 작가의 언어들을 힘겹게 따라가면서 몇 번을 멈추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도 경하와 함께 중산간 눈발 속을 올라가고 있었다. 작가는 언어가 정신의 지문임을 인식시키며 나에게 또는 우리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카지노 쿠폰 4.3의 아픔을 카지노 쿠폰의 관점으로 어루만지며 모든 연약한 것들에 바치는 영가(靈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