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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y 06. 2025

아무것도 안 하려고 시작한 카지노 쿠폰 2주살기

하동 3부작 - 01. 카지노 쿠폰 2주 살이를 시작한 이유


"어차피 카지노 쿠폰 안 하려고 내려온 거 아니에요?"

나무 테이블 위에 바르게 앉아 타로 카드를 배치하던 그녀 B는 새로 산 타로 카드 세트를 써먹어보고 싶다며 타로를 봐주겠다고 제안했다. 한 때 타로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당시 이런 걸 돈 주고 본다는 것을 이해 못 했던 나였다.


"타로 봐드릴까요?"

그녀의 타로카드 운세 제안에 나도 모르게 "어? 그래줄 수 있나요?"하고 대답했다. 타로라는 매개를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혹은 지금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작은 기대감도 있었다.


예전에 어플 같은 것으로 의미 없는 타로 운세 등을 본 적은 있지만, 사람을 대면해서 보는 타로는 처음이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내가 지금 선택한 이 길이 맞는지 진로에 대한 물음을 머릿속에 가득 채운 채 카드를 몇 장 뽑았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을 하고 카드를 신중하게 뽑으라는데, 사실 생각에 이끌리기보단 "저 카드가 이만큼 더 기울어져 있네" "이 카드만 비쭉 튀어나왔잖아?" "이 카드는 묘하게 서로 짝이 맞춰져 있어. 같이 뽑아볼까" 등 카드가 펼쳐진 외부 형태의 모습에 이끌려 카드를 선택했다.


그녀는 내가 뽑은 카드를 특정 규칙에 맞춰 이리저리 배치를 하더니, 이를 어떤 식으로 연결시켜 스토리를 풀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듯했다. 너무 성의 없이 타로카드를 뽑은 건 아닌지, 타로에 너무 진정성 없게 임했나 살짝 후회가 들었다. 오늘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B는 내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내 배경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그녀는 대략적인 나의 고민을 듣고 이를 앞에 펼쳐진 타로카드를 통해 꽤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B는 타로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었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다락방에서 4일을 머무르며 그녀는 밖에 나가 있는 시간보단, 숙소 앞으로 펼쳐진 녹차밭을 보며 싱잉볼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곤 했다. 인상적인 것은 항상 꼿꼿했던 그녀의 자세였다. 혹시 필라테스나 자세 교정 관련 일을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바른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매일 아침 만날 때마다 인사를 했고 간단한 스몰토크를 하다가 각자 들고 온 책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취사가 불가능한 숙소여서 "2주 동안 뭐 먹고살지" 한참 고민하며 하나로마트에서 오트밀 1 봉지를 달랑 사온 나와 달리, 그녀는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류를 비롯해 집에서 들고 왔다는 얼린 고구마까지. 그녀는 종종 이런 여행을 자주 하는 듯했다.


"어차피 카지노 쿠폰 안 하려고 내려온 거 아니에요?"


카지노 쿠폰살이 3일 차, 그래도 뭔가 밖에 나가서 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 카지노 쿠폰 지도를 뒤적거리며 혼자 고민하던 나를 보더니 그녀가 말했다. 맞다, 아무것도 안 하려고 내려왔는데 나도 모르게 "이왕 카지노 쿠폰에 내려왔으니 뭐라도 해야지"란 불안감이 들었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딘가에 다녀와야 할 거 같아서요"라고 얼버무렸지만 그녀의 이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왜 카지노 쿠폰에 내려왔을까.


항암 종료 후에 밀려오는 허무감과 강박감


2월 항암 치료를 종료하고, 외국어 공부와 약간의 일,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는 항암을 하면서도 직장을 다닌다는데, 그러기에 나는 당장 나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요소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은 혼자 집에 있어도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된다.


세계 여행을 다닐 땐 말 그대로 '현재'를 살고 있다는 감각이 좋았다. 그런데 내 존재가 대한민국 서울이란 곳에 물리적으로 위치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겼다. 아무도 강요하진 않지만, 서울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감을 주었다. 당장 돈 버는 일이 아닐지라도, 글을 쓴다던가, 외국어 공부를 한다던가 개인의 자존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생산적인 일을 해야 했다.


병원 입원 및 항암 치료 중 시간을 보내기에 가장 좋았던 유튜브 쇼츠나 릴스는 내 집중력을 파괴시켰다. 마치 ADHD 환자처럼 특정한 하나에 오랫동안 집중하기가 힘들어졌다. 영상을 보다가 하단에 자극적인 제목을 한 쇼츠가 보이면 그 쇼츠를 클릭하고 알고리즘을 타서 의미 없는 양산형 쇼츠를 보다 보면 허무감이 밀려오는 것이다. 이미 봤던 콘텐츠가 다시 뜰 때까지 의미 없이 손가락을 밑으로 내리는 것을 그만해야겠다 생각하면서도, 그게 좀처럼 되지 않았다.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도, 잠시 관련 배경지식과 정보가 궁금해 휴대폰으로 검색하다가 더 흥미로운 정보를 발견해 계속 정보 파도타기를 하다 보면 결국 원래 보던 영화나 책은 중지한 그 상태에서 놓아버리는 것이다.


다시 여행을 가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책을 가장 많이 읽고, SNS를 가장 안 하던 순간은 여행할 때였다. 여행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 세계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대만을 약 10일간 다녀왔는데, 무언가 놓으려고 다녀온 여행이라기에 너무 열심히 다녔다. 물론, 여행을 못 즐겼다는 건 아니다.


대만 시골을 여행하며 오랜만에 중국어를 쓸 수 있는 것도 좋았고, 좋아하는 음식들도 많이 먹었다. 원래 하려던 옥산 등산은 날씨 문제와 등산 동행을 끝끝내 못 찾아 포기했는데 그럼에도, 대만 10일을 너무 열심히 다닌 게 문제였다. 뭔가 복잡한 마음을 놓고 카지노 쿠폰 안 하려고 떠난 건데, 오랜만에 주어진 짧은 해외여행 (내 기준에 10일은 짧다)이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저녁에 밀려오는 공허감이 심해졌다.



카지노 쿠폰 2주 살이를 시작한 이유


한국에 귀국하면 "카지노 쿠폰 안 하려고" 국내 어딘가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5월은 날씨가 좋으니, 전국 어딜 가나 가도 좋지, 이왕이면 적절한 고립이 가능한 곳에 가고 싶었다. 뚜벅이로도 접근이 가능한 곳이어야 했다. 차를 끌고 가거나 렌트를 하면 그 기동성으로 인해 오히려 나의 의도적인 고립이 방해가 된다. 하루 5회는 운행할까 말까 하는 시골버스를 타는 등 약간의 불편함이 감수되더라도 일단 접근만 가능하면 된다.그리고 나무나 산 등 초록으로 둘러싸인 곳. 동네에 할 게 없으면 더 좋다.


카지노 쿠폰은 어렸을 적 내가 자고 나란 도시와 무척 가까워 자주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던 곳이었다. 최참판댁이나 화개장터, 쌍계사 등을 포함해 차밭이 펼쳐진 다원들도 꽤 방문했다. 수많은 카지노 쿠폰 관광지들 사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물결 모양으로 펼쳐진 차밭의 광경이었다. 동글동글하게 말린 차 물결이 경사를 따라 아래로 흘러가는 모양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 여느 논밭보다 차밭은 그 특유의 곡선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으로 감동을 자아내곤 한다.

카지노 쿠폰


내가 알기로 카지노 쿠폰에서 재배되는 차나무 대부분은 농약 없이 자라나고 사람들이 손수 찻잎을 딴다.어렸을 때 뭐가 뭔지 모르고 "어른이 시키니까" 그냥 찻잎을 따봤던 기억이 남아있다. 한 때 차 사업을 하려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 녹차, 발효차를 다기에 우려내서 먹곤 했는데, 그 덕분에 싸구려 티백 대신, 깔끔한 잎차로 우려내는 차를 조금은 아는 척하면서 마실 수 있었달까. 이후 대학 진학으로 독립을 하면서 다구를 사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생각보다 찻잎들이 비싸다는 것을 깨달으며 잎차를 오랫동안 마시지 않았다.


작은 찻잔에 따른 맑고 투명한 빛깔의 녹차를 다시 마시고 싶었다. 종종 절에 방문하면 스님들이 차를 따라주곤 했는데 풋내가 나는 연한 차가 참 좋았다. 당시엔 "왜 이렇게 감질나게 차를 조금씩 따라주는 걸까. 외국인들처럼 큰 머그컵에 차를 가득 넣고 즐기고 싶은데"란 생각으로 스님이 차를 다시 따라줄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곤 했었는데, 이 기억이 몽실몽실하게 떠오른다.


결심했다. 카지노 쿠폰에 가서 2주살이를 해야겠다고. 그동안 하던 루틴들도 잠시 내려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야겠다. 이참에 차 공부도 해보는 건 어떨까. 마침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엔 어린 찻잎 따는 시기에 맞춰 '차 만들기 체험'까지 진행한다고 했다. 마침 내가 카지노 쿠폰에 머무르는 2주는 갓 딴 찻잎으로 만든 우전 햇차를 맛볼 수 있는 시기랬다.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니, 상상만 해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대만 여행의 짐을 완전히 풀기도 전에, 카지노 쿠폰으로 부랴부랴 내려왔다.





2025년 4월중순부터 5월초까지 하동 2주 살이를 마쳤습니다. 경남 하동에 머무르면서 한 경험과 생각 등을 짧게나마 공유하기 위해 하동 3부작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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