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대는 호락호락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지난봄 동래읍성의 서장대 북장대를 들러본 후 동장대를 방문하려 했다.
충렬사에서 오르는 길이 오월 이후에나 개방된다며 철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초목이 바싹 건조해있는 산불 경계 기간이라 입산금지, 하여 출입 자체가 여의치 않아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충렬사 뒷산인 망월산 정상에 위치한 동장대, 폭염 기세 눅어진 다음에 충렬사를 다시 찾았다.
경내 일별하고 임란 시 장렬히 앞장서 싸우다 순절한 24인의 공덕비 지나 곧장 왼쪽 언덕길로 접어들었다.
어둑신한 숲 그늘 아래 녹슨 철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오를수록 과연 숲은 매우 웅숭깊었다.
등산로 외의 숲 속은 빼곡히 들어찬 소나무와 잡목들로 숨 갑갑할 정도, 그만큼 초목 빽빽하게 우거져 있었다.
하나 둘 걷기 운동하는 사람들만 지날 뿐 인적도 별로 없어 좀 휘휘했다.
그러나 인근 안락 로터리에서 차륜들이 뱉어내는 소음으로 호젓한 적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오르자 군관청(軍官廳) 안내판과 함께 간결한 기와 한옥이 나타났다.
동래부 소속 청사로 군 사무를 처리하는 군관들의 집무소였으며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곳.
어딘지 낯익다 싶더라니..... 전에 여기까지는 아이들 어릴 때 데리고 올라왔었다.
오래전 그 기억이 아~하는 탄성에 이어 형태 뚜렷하게 자리 잡으며 되살아났다.
어언 사십여 성상 흘러 흘러 아이들은 중년, 무심한 세월의 굴뚝에서는 모락모락 그리움 피워올랐다.
그때는대문이 열려있어서 깨끗하게 소제된 청마루에 걸터앉아 쉬었더랬는데 지금은 문이 굳게 잠겼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21호를 문틈으로 잠시 들여다보고는 미련 없이 휘적휘적 동장대로 향했다.
군관청 지나면서부터 오르막길, 동래읍 성터를 스친 다음 비탈길 조금 오르자 동장대가 눈앞에 드러났다.
날아갈 듯 추켜올린 팔작지붕선이 창천 배경 아니라도 무척 고왔다.
망월산 정상에 오연히 정좌한 동카지노 게임 사이트.
장대는 성밖 저 멀리를 감시하며 방어하기 위해 높은 지대에 쌓아 올린 장수의 지휘소다.
역할처럼 위엄차다기보다는 멋스러운 풍류가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이름 탓이 아닐지.
망월산은 높이 105.4m의 과히 높지 않은 산이나 동래읍성 평지 중앙에 위치해 사방이 탁 트였다.
불현듯 산이 봉긋 솟아 정상에서 바라보는 달빛이 운치 있기에 달마중 하기 좋은 산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동장대 누각 안쪽에는 망월대라고 한껏 멋 부린 편액도 걸려있다.
훤한 대낮이라 월색 감상할 계제는 아니라서 장대 주변을 돌며 탁 트인 사방을 조망해 보았다.
우선 전에 살던 동네로 시선을 던지니 눈에 익은 배산이 다가서고 그 뒤로 금련산 황령산이 푸르게 겹쳐진다.
동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백산부터 보이고 그 오른편에 광안대교, 왼짬에 마린시티가 있는 해운대가 또렷이 잡힌다.
장산은 정동 방향에 장엄하게 솟아있고 북쪽으로는 질펀한 금정산 줄기 울멍줄멍 도시를 품고 펼쳐져 있다.
서쪽에는 아시아드경기장이 새하얗게 보이고 백양산 자락이 도심을 싸안았으며 천마산 아미산 영도 봉래산도 가늠이 된다.
백 미터 급의 고도임에도 조망권이 이처럼 대단할 수가! 감탄사 절로 연발될 만큼 아주 훌륭하다.
이곳은 5월부터 11월까지만 문이 열려있는 기간이니 갈바람 불어오는 초가을, 숲에 단풍 물드는 만추 꼭 다시 들러야겠다.
앞으로 삼세번을 맞추려면 시야 맑고 하늘빛 청청한 날도 필히 올라와 봐야겠고.
부산광역시 동래구 칠산동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