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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연고 Feb 04. 2025

카지노 게임 아니고 와이트

[우리의 삶을 채워주는 것들]

어느 날 학교에 외국에서 몇 명이 전학을 왔다. 대학입시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였는데 전학생들이 갑자기 많이 생겨 모두들 놀라워했다. 한국어가 어눌했지만, 반 친구들과 쉽게 어우러져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하루는 한 과목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놀라운 표현을 했다. 누구라고 대놓고 지목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문맥상 그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 표현의 끝은.. 세상은 불공정하다... 정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두들 각자의 인생을 찾아갔다. 그리고 한참 뒤, 지하철에서 그때 외국에서 전학 왔던 친구를 만났다. 여전히 한국어는 어눌하지만 외국어는 유창한 발음으로, 그 친구는 영어 과외를 백만 원을 받고 다녀오는 길이라고 내게 말했다. 잠시 만난 그 친구는 내게 백만 원 과외를 굴리는 발음으로 말하며, 생활이 너무 쉽다고 했다. 그게 돈 버는 게 쉽다는 뜻인지, 생활이 쉽고 편하다는 뜻인지, 돈 버는 게 쉬워서 생활이 쉽다는 인지. 뭐가 쉽다는 건지, 누가 쉽다는 건지... 궁금했지만 따로 묻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가 아니라 와이트다.


배운 대로 하는 것뿐인데, 누군가가 못 알아들으면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본인 잘못이 아닌데. 이렇게 쓰는 게 익숙한 거뿐인데. 불공정함의 시작과 끝이라는 게 있다면, 그 시작을 바꿀 수 있는 어른들로 세상이 채워지면 좋겠다.



작가의 에세이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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