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가는 길, 만난 풍경과 생각들
중력을 거스르는 인간의 노력과 그 결과물에 열광하는 여덟 살 남자무료 카지노 게임를 키운다. 얼마 전 발사를 시도한 누리호의 여운이 남아 남편이 고흥으로의 여행을 제안무료 카지노 게임. 발사 현장을 직접 볼 수는 없어도 과학관이 잘 되어 있다고 들었다. 가깝다고는 할 수 없는 거리지만 쉬엄쉬엄 가보기로 했다. 어린이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잔 사느라 10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가는길에점심을먹으러꼬막정식집에들렀다. 신혼초남편과보성여행을갔을때가보려했지만그가이름을기억하지못해서결국패스할수밖에없던식당이었다. 1박2일인가에서나왔다는꼬막정식골목과는떨어진, 보성가는길가에있는데거의10년만에찾아온셈이다. 자리에앉으니횟집처럼흰비닐을탁자에깔아주더니그야말로꼬막으로한상가득음식들을내어온다.
친절하고 음식도 하나같이 다 맛깔스러웠다. 역시 한번 찾아올만하네. 생각이 들었다. 꼬막을 좋아하는지라 삶은 것, 무침, 전, 절임, 탕수, 된장에 넣어 끓인 것... 온갖 종류의 꼬막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았지만 한 번에 많이 먹지 못하는 우리 가족에겐 양이 많았다. 이런 상차림을 마주할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량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충돌하며 몸도 마음도 불편해진다.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필요 이상으로 채운 속에 거북스러움을 느끼며 다음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당량의 음식을 찾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사는 것도 비슷할 것 같다. 크게 생각하지 않고 감정에 이끌려 탐하다 보면 그것을 소화하느라 한정된 힘이 낭비되어 버린다. 정말 의미 있는 것들에 마음과 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이미 소진되어 있기 마련이다.
맛있었는데어쩔수없이남긴음식에아깝기도미안하기도한기분으로다음행선지인보성으로갔다. 입구에위치한키큰삼나무길의서늘한그늘에들어설때마다20대시절, 절친과함께한전라도여행이떠오른다. 나무는얼마만큼더자랐고, 나이테에주름을하나더새겼을까? 얼마의비바람과뙤약볕을견디고지금이렇게덤덤하게서있는것일까? 우리는얼마나많이멀리온것일까? 변한것과그대로인것은무엇일까?
마침차밭은큰매화같기도한차꽃이여기저기피어벌들을유혹하고있었다. 코를가까이가져가보니희미한향이났다. 무료 카지노 게임꽃필무료 카지노 게임의차밭의언덕을크게둘러서한바퀴걸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어릴때는엄두도내지못했던바다전망대까지가보기로하고언덕을올랐다. 걷기싫어하는녀석에게남편이계단오르기게임을제안무료 카지노 게임. 그꾀가아주쉽게먹혀들었다.
한번 이기면 1칸, 두 번째는 3칸, 세 번째는 5칸, 네 번째는 10칸.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음 수에 무료 카지노 게임의 승부욕이 불타올라 긴 계단을 순식간에 올랐다. 가파른 경사를 따라 둥그런 줄로 펼쳐지는 탁 트인 차밭의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났다. 여러 번 와서 봐도 질리지 않는 초록이 주는 평화로움과 해방감의 위안이 너그러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바다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은 땅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친 돌길이었다. 잘게 부수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에 드러난 뾰족한 돌들의 느낌을 발에 그대로 받으며 전망대에 올랐다. 어디 하나 닮은 구석은 없지만 높은 곳에 오를 때마다 신혼 초 남편과 갔던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전망대가 떠오른다.
아주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고 둘 다 말없이 전망대의 흙 언덕에 앉았다. 작은 일 때문에 오래 꿈꿨던 여행이 엉망이 되었다. 무릎을 세워 모으고 앉아 푸른 아드리아해와 붉은 오렌지빛 벽돌 지붕의 풍경을 보는 사이 서서히 시시해지고 유치해졌다. 모든 것이. 다행히 여행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아무 말 없었지만 그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아직자주그렇게싸우고화해하며살고있다. 느낀다고해서바뀌는건아니었다. 하지만가끔이렇게높은곳에오를때면그때가생각난다. 다시내려갈때즈음에는가슴속에있던작고별것아닌그에대한불만들이아주살짝누그러져있는것을느끼고는한다. 이번에도그랬다.
편백나무 숲으로 걸어 내려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원하던 녹차 맛과 우유맛 무료 카지노 게임스크림을 한 컵씩 사서 나눠먹고, 최선을 다해 떨어진 낙엽을 주워 모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도와주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는 차밭의 돌멩이 몇 개와 빨갛고 노란 나뭇잎을 요즘 최애 하는 포켓몬 카드 다루듯 귀하게 챙기더니 가게에서 비닐봉지를 하나 얻어와 고이 넣어서는 손으로 꼼꼼하게 묶었다.
돌멩이와 낙엽이 든 봉지와 다원의 풍경을 예쁜 그림으로 담은 서류 파일 하나를 기념품으로 챙겨 다시 고흥으로 가는 차 안에 올랐다. 숙소까지는 2시간 정도 가야 했다. 초행길에 네비를 찍고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갈 길을 재촉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의 요청으로 영화 < 캐러비안의 해적 OST를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버전을 들으며 갔다. 바다에 면한 갈대밭이 장관이었다.
한창달리다보니중산일몰전망대라는곳이보였다. 마침우리의오른쪽에서오늘의해가저물채비를하고있었다. 나와남편은지는해를보러, 무료 카지노 게임는얼마전에<날아라슈퍼보드를보다가졸라서갖게된장난감쌍절곤을휘두르기위해차에서내렸다.
우리 말고 몇 팀이 일몰을 구경하려고 이미 도착해 있었다. 억새 넘어 너른 평야가 펼쳐지고 평야 끝에 자리 잡은 산인지 섬인지 능선 위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한참 그대로인 것 같더니 산 아래로 떨어지는 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장비를 제대로 갖춘 사진사와 차를 몰고 가다가 우리처럼 해넘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찰칵찰칵 셔터를 눌렀다.
딱히 무엇이 좋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좋았던 오늘의 낮이 떠나가고 있었다. 역시나 좋을 것 같은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사 무탈한 이 순간에 감사를 담아 이별과 환영의 마음으로 안녕. 인사를 건네며 빨갛게 저물어 가는 해를 향해 손을 흔들고 다시 차에 올랐다. 어느새 세상이 금세 어둑해졌다. 숙소 근처에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고 해서 고흥 초입에 위치한 먹자골목에서 간단히 삼겹살 백반 정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은 정말 깜깜했다. 월초라 달도 늦게 뜨는 시기,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시골길 같은 곳을 한참 달려 약간 외따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지나쳐 오고 보니 그곳은 방조제 위의 길. 양옆은 바다였다. 체크인을 하고 시간을 보니 아직 초저녁이었다.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천체과학관에 가 봐도 될 것 같아 또 길을 나섰다.
여행준비하며홈페이지랑다확인했을때는분명휴관안내가없었고22시까지운영한다고되어있었는데그사이코로나바이러스로인한임시휴관으로문을열지않는다고안내문이붙어있었다. 마침달이잘보이지않을시기라걱정했는데괜한걱정이었다. 조금허탈했고무료 카지노 게임에게미안했지만어쩔수없는일. 다시숙소로돌아가짐을풀고씻고가져온과자와함께맥주를한캔땄다.
남편이 장을 보면서 새로 출시된 트러플 새우깡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맛을 보니 꽤 괜찮았다. 몇 개 집어먹다 보니 느끼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호불호가 갈릴 물건이구먼.' 트러플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가끔 요리에 트러플 오일이나 소스를 취향대로 넣어 먹기도 하지만 새우깡은 한 번에 10개 정도가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
요즘 거듭 고민한다. 특별하던 일이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것, 일상이 될 때 그것도 이 트러플 새우깡처럼 분명 좋은데 금세 물릴까? 맥주를 한 모금 홀짝이고 새우깡을 와자작 씹으며, 무료 카지노 게임와 남편과 함께 숙소의 TV로 명탐정 코난을 보았다. 남도일이라고 했던가? 소년이 좋아하는 한 소녀를 앞에 두고 고백하는 일에 실패하며 낭패인 표정을 지었다.
안타까움이 올라왔지만 쉽게 포기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도 소년처럼 오랜 고민은 내일의 과제로 넘기고 오늘의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달 하나 없어 그저 깜깜할 뿐이었지만 분명 거실 창 바깥에는 바다가 있다. 내일 해가 떠오르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