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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고 Nov 25. 2024

[ch3] 21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애야 해, 나를

파멸한 세계에서

코스모스들이 춤을 췄다. 나비처럼 고운 꽃잎을 팔랑이며 춤을 췄다. 땅에서 샘솟은 길고 가느다란 줄기는 공기에 흔들리면서 공기를 흔들며 춤을 췄다. 샛노란 솜털을 색색의 꽃잎이 빙그르르 감싸고 날갯짓하듯 몸을 흔들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손등을 살그머니 꽃잎에 대어 보았다.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지날 때마다 꽃잎이 손등을 간질였다. 부드러운 꽃잎에서 강인한 힘이 느껴졌다.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몸 하나로 살아내는 힘이었다.

“디오야, 정말 신비해. 흙과 비와 바람이 키운 생명이잖아. 자연이 만든 자연이야. 부들부들해서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은데, 여리여리해서 꺾일 것 같은데, 살아 있어. 윤이 나게 빛나고 있어.”


“싹이 틀 때 아팠을까? 비바람이 칠 때 추웠을까? 뙤약볕에 눈부셨을까? 꽃이 되지 못할까 불안했을까? …우리도 싹을 틔울 수 있을까?”

디오는 대답을 바라는 질문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묵묵히 듣기만 했다. 잠시 후 루다는 일어나 저 멀리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밭을 바라보았다. 꽃들 뒤에는 너른 들판이, 들판 위에는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탁 트인 풍경은 푸르렀다. 루다는 눈을 감았다. 코스모스 향과 감촉이, 청명한 하늘이, 빛나는 태양이, 상쾌한 바람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장식 없는 흰 원피스에 노란색 카디건을 입은 모습은 춤추는 코스모스 같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그만 가자. 저 느티나무를 돌아서 삼십 분은 더 걸어가야 해.”

“응. 그만 가자.”

“다리 아프지? 여긴 차가 못 들어와서. 미안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야.”

“괜찮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볼 수 있어 좋은걸. 도시는 편리하고 웅장하지만 하늘이 토막 난 것 같았거든. 여기는 하늘이 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넓어서 좋아. 오솔길을 이렇게 걸으니까 나도 이 풍경 같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디오는 나란히 걸었다.

“그럼, 디오야. 너의 다른 임무는 뭐야? 여기 오면 알 수 있다며. 그날 듣고 싶었는데 백구 아르바이트 갈 시간이 되어서 못 들었잖아.”

“아~ 그거? 전승자야.”

“전승자?”

“응. 나 같은 전승자들이 몇 있어. 각기 전승하는 게 다르긴 해. 나는 음식과 식량을 맡았어. 지금 파트리아에서 음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은…이제 거의 없잖아. 언젠가 파트리아 사람들에게 전승할 수 있게, 배우고 익히고 수련하는 거야. 오늘 가서 만날 사람들도 모두 전승자야. 저기 논에서 일하는 분들 보여?”

“그럼 저분들도?”

“응. 이 일을 주도하는 분이 그러셨어. 프로그램이나 책으로 남길 수도 있지만, 없어지면 그만이라고. 반드시 직접 전해줘야 한다고 하셨어. 그래서 선량한 파키오인을 모으고 매해 인공 인간을 구입하시지.”

“그분도 파키오인이야?”

“음. 가 보면 알아.”


오솔길은 두 갈래로 갈렸다. 길 왼쪽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었다. 세월만큼이나 풍성한 나뭇잎들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었다. 길 쪽으로 뻗은 가지들이 드리운 커다란 그림자 사이사이에서 햇빛이 화려하게 빛났다. 검은 그림자 사이의 빛은 유난히도 밝았다. 바람이 불었다. 빛도 그림자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디오는 나무가 빚은 빛과 그림자를 밟으며 걸었다. 그러고는 그림자 끝에서 왼쪽 길로 돌아서 갔다.

어느새 길에는 풍경만 남았다. 하늘을 물들인 석양과 어둠이 내려앉은 코스모스와 빛도 그림자도 사라진 오솔길만 남아서 밤을 기다렸다.




-퍽

백구가 주먹을 내질렀다. 할 수 있는 공격이 고작 배를 가격하고 멱살을 잡는 것뿐이었다. 페르는 시답잖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백구를 내려다봤다.

“어디로 빼돌렸어! 벌써 삼일 째야! 디오랑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내가 믿어? 어떻게 믿어? 애가 없어졌는데도 집에 처박혀서 있는데! 찾는 시늉도 안 하는데 믿으라고?”

“이봐, 백구. 근거가 있나? 넌 너무 감정적이어서 탈이야.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해서 찾을 수 있겠나? 사람들에게 묻는다고 소득이 있겠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여기 없어. 곧 연락이 오겠지. 그게 누구든.”

백구의 손을 가볍게 떼어 내며 페르가 이어 말했다.

“그리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찾는다 해도 뭘 하겠나. 나도 못 넘어뜨리는 주제에.”

단 두 대였다. 얼굴과 배를 한 대씩 맞은 백구는 벽 쪽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급소를 맞아 나뒹굴어진 채 꼼짝하지 못했다. 쓰러진 백구에게 페르가 천천히 다가갔다.

“내가 믿을 만한 녀석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명백한 것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넌 도움이 안 된다는 거지. 할 수 있는 게 뭔가? 입만 나불대는 백구.”


-하아

백구가 숨을 토해 냈다.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어나지 못했다.

“쪽팔린 건 아는군.”

페르가 몸을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가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할 일을 찾아. 써먹을 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몸은 글렀고. 머리는 좀 돌아가는 것 같은데, 구닥다리 지식만 있지. 가서 힘들면 포기하든 말든 너 알아서 하고. 대신 이건 잘 간수해라.”

-탁

백구 눈앞에 아주 작고 얇은 케이스를 던진 페르는 귓가에 다가와 한 마디 더 소곤거리고는 돌아섰다. 백구는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여유롭게 올라가 버리는 페르를 멍하니 봤다.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고 구둣발 소리가 났다. 백구는 잽싸게 케이스를 움켜쥐었다.

남자 셋이었다. 우두머리 같아 보이는 남자가 백구 머리맡에 앉아서 손으로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렸다.

“이놈인가? 비실하게 생겨서는! 밥값이나 하려나.”

남자가 뒤로 물러서며 고갯짓을 하자 두 남자가 킥킥거리며 백구의 겨드랑이를 잡고 일으켰다.

“아 놔. 내 발로 갈 테니. 보아하니 저 자식 조무래기 같은데, 끌려가는 꼴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말야. 그러고 그쪽 밥값이나 걱정해. 나는 머리가 좋거든. 주먹보단 머리지.”

자신을 잡아 세운 남자들을 밀치고는 페르더러 들으라는 듯 큰소리치며 밖으로 나갔다. 양손을 꽉 쥔 채 예의 그 예쁜 미소를 그리면서.




디오는 창밖의 석양을 봤다. 벌써 세 번째 해가 지고 있었다.

올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하룻밤 묵고 다음 날 식자재를 꾸려 출발하려 했다. 첫날 밤에는 이런 일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모처럼 만난 전승자들과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이야기를 듣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즐거워 보였다. 특히 이곳에서 자라나는 작물에 대해 듣는 것을 좋아했다.

밤이 깊어 손님방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들여보내고 디오는 가장 안쪽에 창고처럼 쓰이는 방으로 갔다. 환기할 수 있는 큰 창문이 하나 있는 방구석에 놓인 간이침대에 몸을 누이고 충전했다. 에너지가 거의 없어 충전하는 사이 디오는 그만 의식이 흐려졌다. 그래서 인간이 자는 것처럼 깊이 아주 깊이 아침나절이 지나도록, 세상모르고 잤다.

눈을 떴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팔다리가 모두 묶여 있었다. 아무리 에너지가 없었기로서니, 묶이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방 한가운데 마치 난로처럼 놓인 생소한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기계에는 주전자 입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젠장, 수면 가스였다. 디오는 초조해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묶여 있으면 어떡하지, 가스를 마시면 몸에 해로운데, 새턴이 보낸 사람들인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불렀다. 크게, 더 크게, 더 크게, 할 수 있는 최대의 크기로 소리쳐 불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지만, 아무런 답도, 인기척도 없었다. 집안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어제오늘 내내 집안을 드나드는 소리는, 없었다. 디오는 후회했다. 페르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함께 간다고 얘기하고 올걸. 아니, 함께 올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은 석양이 하늘을 태우고 있었다. 새턴의 머릿결이 하늘에서 나풀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주 징그러운 붉은색이었다.

“환장하겠군.”

느티나무를 끼고 왼쪽으로 돌며 페르가 중얼거렸다.





“꼴좋군.”

페르가 들어왔다.

“페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봤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손님방에서 잤어. 거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없어.”

페르가 문 옆에 있는 협탁 서랍에서 열쇠를 꺼냈다. 그러고는 열쇠를 손가락에 걸고 빙글빙글 돌렸다. 한쪽 다리를 반대편에 교차시켜 발끝을 세우고 선 채로.

“페르, 미안해.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 인헤니가 오랜만에 온다기에. 인헤니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기에. 마침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식량을 궁금해해서. 내 잘못이야. 여길 데리고 오는 게 아니었어.”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디에 있었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먼저 데리고 갔겠지. 중요한 것은 이거지. 인헤니를 믿나?”

“페르. 인헤니는…인헤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모든 전승의 시작은 인헤니야.”

“그래. 하지만 인헤니는 새턴을 사랑하지. 여전히. 그는 배신하게 될 운명이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페르가 다가와 한쪽 손목을 풀고 열쇠를 건넸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인헤니가 데리고 갔어. 처음부터 그럴 목적으로 온 건지. 그가 어떤 협박을 받았든지 중요하지 않아. 난 파키오로 갈 거다. 넌 파트리아로 가. 백구가 기다리고 있을 거거든. 한번 잘 가르쳐 보라고.”

족쇄를 풀고 따라나서려는 디오를 페르가 제지했다.

“그리고 디오. 다음번에 만날 때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없애야 해. 나를. 그러니 여기서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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