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보고 떠올린 사랑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엊그제 밤에,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봤는데 지금까지도 잔상이 남아있다. 습지가 있는 숲 속에 사는 카야는 가족이 모두 떠난 후 홀로 강인하게 살아남는다. 동네 사람들은 카야를 '습지 소녀'라고 부르며 편견에 기인한 소문들을 만들어낸다. 동네 작은 상점의 흑인 부부와 떠난 카야 오빠의 친구인 테이트만이 카야에게 선의를 베푼다.
이야기는 숲 속에서의 로맨스, 카야의 생태 지식과 결과물의 출간, 살인 사건과 재판 과정 등, 여러 굴곡을 거치며 전개된다. 내 마음에 가장 진하게 남았던 부분은, 카야와 테이트의 로맨스다. 모두가 카야를 은둔하는 마녀처럼 대할 때, 테이트는 카야의 진가를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난 영화를 보면서, 내 안에 숨어있던 사랑에 관한 판타지 하나와 대면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진가를 나만이 알아보고, 나의 진가를 그 사람만이 알아보는 그런 사랑의 모습' 말이다. '미녀와 야수'에 담겨 있던 사랑의 판타지가 내 안에도 있고, 영화나 소설이 그 지점을 지그시 누르면 난 몇 날 며칠을 그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현실이 되려면 먼저, 네가 사람들이 보기도 싫어하는 야수가 돼야 할걸?"이라고 누군가 날 슬쩍 떠본다면 난 슬며시 꼬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현실이 되려면 먼저, 모두가 고개를 내젓는 저 마녀를 좋아해야 할걸?"하고 말해도, 난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고... 하며 말끝을 흐릴 것이다. 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현실로 만들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겐 이야기가 필요하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본다. 현실에서 괴물이나 마녀보다 판타지 같은 사랑이 더 어려운 부류는, 어쩌면 평범하고 특출 난 매력이 없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마녀나 야수는 주목이라도 받잖아. 눈에 띄지 않는 누군가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하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 이게 더 어려운 판타지일지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은... 그 어려운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가득 차 있다.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그런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같은 로맨스를 거쳐 기혼자가 된 걸 보면. 그러고 보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란 건 아예 일어나지 않는 얘기가 아니라, 아주 잠깐(타노스의 핑거 스냅 정도의 시간에..) 일어났던 얘기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