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혼자 보고 벚꽃은 같이 보자
꽃피는 삼월이 벌써 다 지나가고 있다
언제 봄이 오는지 문밖으로 내다보느라 목이 빠지겠다.
지난가을에는 단풍이 언제쯤 물드는지 보러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매화는 해마다 2월 입춘이 지나고 나면 피는 꽃이었는데 벌써 3월 절반이 휙 다 지난 지금에야 한창이다. 동백꽃도 지금 한창 피고 또 떨어진다. 진달래는 양지바른 곳에 겨우 조금 피었다. 겨울이 너무 길었다.
내가 얼마나 겨울, 찬바람과 추위를 싫어하는지 알았다. 부산에서 나고 여태 살아서 추운 게 뭔지 잘 몰랐다. 그래도 우리 어릴 때는 부산도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웠다고는 하는데, 철들고 나서 이 만큼 길고 큰 추위는 처음이다. (나만 추운가) 내일은 낮 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른다고 하는데, 아 진짜 봄 없이 여름인가 싶지만 추운 거보다는 더운 게 낫다.
아직 밤은 춥다.
요즘 브런치에 글 쓸 시간이 안 나는 건 그 시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얼마나 폈나 순찰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런치 이전 글이 2월 21일이라니 한 달이 이렇게 빨리 지나다니 놀랍다.
작년 이맘때 매화원이라는 매실농장 같은 곳에 매화꽃구경을 간 적이 있다. (그때는 2월 중순이었는데, 한 달이나 매화가 늦게 피고 있다니 ) 지인들과 휴일 아침 일찍 사람들이 더 몰리기 전에 매화를 보러 갔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많았다. 올해도 그곳에 매화꽃을 보러 가자고 하는데, 나는 한번 구경으로 족하다고 했다. 매화구경은 벚꽃 구경하고는 뭔가 달랐으면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벚꽃은 요란하고 화려하고 시끌벅적하게 꽃구경 하는 게 어울리고, 매화는 조용한 게 어울린다. 꽃 사진을 찍어도 마찬가지다. 매화는 꽃송이를 가까이에서 클로즈업해서 찍어야 예쁘고, 벚꽃은 멀리서 무리 지어 핀 걸 찍어야 예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길을 지날 때마다 여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만큼 피었구나, 저기는 또 저만큼 피었구나 하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얼마나 꽃 사진을 많이 찍어대는지 폰에 사진이 가득하다.
구글포토에서 작년 오늘 찍은 사진, 재작년 오늘... 그렇게 십 년 전 3월에 찍은 사진까지 다 보여준다. 여느 해 같으면 목련은 벌써 피었다가 지고 있을 때인데 아파트 양지바른 곳에 있는 목련도 아직 피려면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삼월 말이면 벚꽃이 한창 필 때인데 말이다. 하긴 몇 해전부터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이 한꺼번에 다 피고 있긴 하다.
꽃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찍어서 카톡 프사에 올리면 나이 든 사람 티 나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딸이 일러주었지만, 나는 그냥 찍고 싶은 꽃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찍고 프사에도 올리련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