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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미 Mar 24. 2025

카지노 게임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카지노 게임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라는 노래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 이 노래를 자주 들었었는데, 나는 가사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카지노 게임하는 사람의 말이, 카지노 게임하는 사람의 존재가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렴풋이는 알 것 같아도 결코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이 노래의 가사를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이, 가끔은 위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진형이와 연애한지 햇수로 8년 차다. 그동안 진형이는 참으로 한결같았다. 한결같이 다정하고, 한결같이 나를 먼저 생각하고, 한결같이 나를 아끼고 카지노 게임한다. 그리고 같이 살기 시작한 이번 달에는 유독 진형이의 카지노 게임이 더 깊게 느껴졌다.


하지만 진형이의 카지노 게임과 별개로 삶이 때로는 참 버겁다. 우울증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 하다 보니, 기분이 오락가락할 때가 있는데 생리 전이면 훨씬 심해진다. 그렇게 호르몬에 농간에 당하면서, 바쁜 업무를 쳐내고 있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살찐 내 모습에 스스로가 보기 싫기도 했다. 거기에 나와박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하는 게, 삶의 낙과 같았는데 요새는 반응도 별로 없어서 갈수록 기운이 빠지고 있다. 여러모로 힘든 날들이었다. 게다가 계획해뒀던 네팔 여행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서, 풀이 더 죽어있는 상황이다. 예전엔 삶이 버거우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요새는 반대로 새벽에 잠이 잘 못 자기도 한다.


이럴 때 변함없이 나에게 카지노 게임을 보이는 진형이 앞에서, 나는 초라해지기만 한다. 카지노 게임을 받을 마음에 여유조차 사라진 것이다. 카지노 게임하는 사람이 든든한 지지와 위로를 보내는데도, 힘들어만 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결국 본인의 삶의 무게는 오롯이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 그 누구도 대신 들어주지 않고,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진형이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있는 것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로를 언제까지고 응원하고 카지노 게임하겠지만, 절대 대신해줄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가사가 이해되는 순간, 삶이 참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모든 것을 이길 것 같이 보이는 카지노 게임이, 한없이 연약하게만 느껴지기도 하다니.


진형이는 내가 세상에 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데 기둥과도 같은 역할이다.진형이를 생각하면, 진형이의 카지노 게임을 생각하면 마법처럼 마냥 힘이 샘솟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데 진형이가 없었더라면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카지노 게임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들이 종종 있겠지만, 내가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카지노 게임한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밤에도, 진형이는 내 손을 잡아줄 것이다. 어떤 날에는 내가 카지노 게임한다 말해도 힘을 내지 못하는 진형이를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위로가 되지 않는 카지노 게임인 걸 알아도 우린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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