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안된 집들은 모두 비슷한 모양이다. 카지노 게임이 많고, 곳곳에 아무렇게나 쌓여있고, 골고루 섞여있
다. 그래서정리를 할 때 카지노 게임들을 모두 꺼내 한 곳에 펼쳐놓고 분류를 하는 게 첫 번째 일이다.
매번 그렇게 작업을 하지만 카지노 게임들을 꺼내올 때마다 나는 경이롭다. 어떻게 한 곳에서 이렇게 다양한 카지노 게임이 나올까 하는 놀라움과 신기함.주방에 카지노 게임 트롤리에서손톱깎이,볼펜,캐릭터 스티커,로션,사탕이 나오고, 거실장에서선글라스,새양말,장난감,먹다만 과자,약이 나온다. 경이로우면서도한편으론이런 풍경을 의아하게 보는 내가 편견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지노 게임이 섞여있으면 안 된다는 건 나의 좁은 소견일지도 몰라하는... (정신 차려! 넌 정리전문가야.)
그러다 최근 이런 풍경을 신기하게만 볼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바쁘니까 카지노 게임을 사용하고 그때그때 제자리에 두지 못해서 섞인 거겠지'하고 가볍게만 본 나의 편협함을 반성했다. 카지노 게임이 그렇게 마구잡이로 섞인 건 '카지노 게임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몰라서'라는 이유가 있었다. 바빠서 정리를 못한 것도 있지만,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여기저기 손 가는 데로 두었던 까닭이 있었던 거다. 놀랍게도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 카지노 게임들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쓰기 편한 곳으로 자리를 잡아줘야지, 쓰고 다시 넣기 편하게 해 줘야지'하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이 한 곳에 얽혀있는 게 단순히 바빠서라고만 가볍게 생각했던 게, 그 카지노 게임들을 들고 어디에 둘지 몰라 방황했던 모두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상황을 겪으면서지난날 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했던걸 기억해냈다. 마음을, 나를, 어디에 두어야 편안한지 몰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했었던게 기억나고 말았다. 무엇이든 정해진 자리가 없으면, 또는 자리가 있어도 그곳이 편하지 않으면, 방황하게 된다. 그러니까 뭐든, 좋은 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