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나는 봄이 오고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괜스레 발이 지상에서 한 뼘은 떠오른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어지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다른 계절에 비해 봄에는 더 바람 부는 날의 벚꽃 가지처럼 일렁인다.
비교적 평온하게 살아오던 일상으로 생동하는 자연이 스며들며 그들의 에너지와 함께 나도 봄춤을 추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하기 때문에 주말에는 고요하게 걷거나 가족과 지내고 싶다. 하지만 호숫가 가득 눈송이처럼 벚꽃이 피어나고 수양버들 가지마다 연둣빛 물이 오르면 나는 귀한 손님을 호숫가로 초대한다.
전철역으로 손님을 마중가는 길 양옆으로 늘어선 목련이며 벚꽃, 개나리와 제비꽃들이 손님이 걸어오실 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약간 흐린 하늘도 이 환한 꽃길에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 어디를 바라보아도 탄성이 나오는 멋진 동네, 멋진 길이다. 꽃이 피어나 봄길을 걸으면 나는 늘 윤동주 시인의 '봄'이란 시가생각난다.
카지노 게임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카지노 게임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시인이 걸었던 그 시골길을 나도 함께 걷는 기분이다. '삼동을 참아온 카지노 게임 풀포기처럼 피어난다'는 표현이 얼마나 좋은지 여러 번 소리 내어 말해본다.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치는 한 마리 종달새처럼 나는 경쾌한 걸음으로 봄을 걷는다. 어느덧 발걸음은 전철역에 도착한다.
오후부터 비소식이 있어 약속 시간을 한 시간 당겨손님을 만나기로 하였다.우리 동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엔 굳이 다른 동네에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기에 기꺼이 우리 동네에서 만나 꽃길을 걷고 호숫가를 산책하기로 한 계획은 아무리 생각해도 근사하다. 2시간을 넘게 달려 손님이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손을 높이 들어흔든다. 정다운 손님도 활짝 웃으며 개찰구를나와 나와두 손을 마주 잡는다.
손님은 꽃구경을 간다고 운동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작은 백팩을 메었다. 머리도 미용실에 다녀와 예쁘게 손질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머리카락 끝을 고대기로살짝 말아 넣어 봄처럼 상큼하다. 함께 걷는세상은 온통 귀엽고 화사한 봄의 빛깔로 물들고 있다.벤치 그네 뒤로 자유롭게 가지를 뻗은 왕벚꽃이 흐른 하늘을 등불처럼 밝힌다. 한 걸음 한 걸음 아쉬워하며우린 이야기를 나누고 꽃을 본다.
수영과 점핑을 열심히 해서 건강하고 늘씬한 모습으로 나타난 손님은 나에게 운동을 권한다. 나는 열심히 걷는다지만 걷기 시간 반 꽃을 보는 시간이 반이다. 시간 날 때마다 등산을 자주 하려고 마음먹는다. 동틀 녘의 달리기와 수영도 올해는 꼭 해볼 거라고 다짐한다.
갓 구운 빵과 신선한 채소가 가득 채워진 샌드위치를 사서 연분홍 꽃잎이 흩날리는 피크닉 테이블에 앉는다. 손님은 잠시 꽃눈을 맞으시라 두고 나는 잰걸음으로 가서 따끈한 커피 두 잔을 사 온다. 벚꽃이 내리고 커피 향이 바람에 날린다. 봄은 이렇게 우리 옆에서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주고 서둘러 다른 계절을 향해 떠나려 하나보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다. 수양버들이 애벌레처럼 생긴 연둣빛 꽃을 달고 있다. 벚꽃과 수양버들의 조화는 봄의 색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뾰족하게 순이 나오던 튤립이 드디어 몇 송이씩 피어난다.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이 생겨서 걱정이야."
"신기한 것은 오늘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날들 중에 내가 가장 젊은 날이라는 거야."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웃는다.
요즘 우리가 자주 상의하는 것은 여행이다.아름다운 자연을 더 자주 만나러 가거나 작은 시골이나 지방의 정다운 마을들을 방문하는 것이다.'우리는 저 먼 우주로부터 날아온 별조각'이라는 표현을 예전에 발행한 시에 적은 적이 있다. (07화 카지노 쿠폰원에서)그렇기 때문일까? 걷고 또 걸으며 하는 짧고 긴 여행에서 나는 근원적인 나, 작고 작은 우주의 일부인 나자신의 존재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평생 걷는다.
봄을.
세상을.
우리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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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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