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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Apr 05. 2025

마법의 카지노 게임

모든 집에는 마법의 카지노 게임이 있다.

카지노 게임 문을 열면 우리는 토끼굴을 통과해 이상한 나라로 떠나는 엘리스처럼 마법의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


마음이 실타래마냥 엉키고 설킨 날이면 나는 카지노 게임 문을 연다.


때로는 단정하게, 때로는 어지럽게 놓여 있는 옷들을 꺼내 빛깔별로, 두께별로, 소재별로 차곡차곡 정리해나가다 보면 헝클어졌던 머릿속은 어느새 기억 속에 잊힌다.


아이 입학식 날 입었던 코트네. 요 블라우스만 입으면 사진이 잘 나왔었는데. 아직도 이 원피스를 가지고 있네. 옷은 곧 추억이 되어 행복했던 시간으로 데려다준다.


이번 봄에는 뭘 입어야 하지.

왜 옷을 사도 사도 정작 입을 옷은 없을까.


카지노 게임을 차곡차곡 정리하다 보면 이런 푸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그래, 이렇게 예쁜 가디건이 있었네. 여기에는 이 치마를 맞춰 입으면 어울리겠어. 내일은 좀 쌀쌀하다니까 이 트렌치코트를 입어야겠다. 여기 어울리는 스카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잡동사니가 가득한 벼룩시장에서 가끔 눈부신 보물이 발견되듯 카지노 게임 한 구석에는 이번 봄을 소생시킬 수 있는 마법의 아이템들이 숨어 있다.


지금 계절에, 현재의 내가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을 골라 카지노 게임 전면을 채운다. 이것만으로도 한 동안 쇼핑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외출 준비의 즐거움과 편의성도 한층 향상될 것이다.



이제 정말 옷은 입겠다.

이건 도대체 왜 산 거지.


반면 다른 구석에서는 다시는 입을 없을 만큼 짧은 기장의 초미니 원피스와 내가 스스로 구입한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현란한 스티치의 청바지가 발견된다.


다시는 입을 일이 없을 것임을 확신하며 스무 벌이 넘는 옷을 옷걸이에서 분리하여 바닥에 모아둔다. 이 중 일부는 중고 거래를 통해 소소한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며, 또 다른 일부는 기부를 통해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부족했던 카지노 게임 공간을 확보하고 돈도 벌고 마음도 나눌 수 있으니 카지노 게임 정리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 카지노 게임 정리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빠르게 크는 것인지. 작년에 샀던 바지는 발목도 덮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보이고 몇 달 전 구입한 티셔츠는 겨드랑이가 꽉 낀다.


얼룩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급식을 먹다, 물감을 칠하다, 놀이터에서 놀다 묻혀 온 갖은 얼룩들이 세탁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런 식으로 외출복에서 실내복으로 용도가 변경된 옷만 한 가득이다.


나의 옷을 정리함으로서 쓸데없는 소비가 제한되고 별도의 소득이 발생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면 아이 옷을 정리할 때는 새롭게 사야 할 항목들만 늘어간다.


몸이 계속 자라나는 아이에게 비싼 옷은 정말 사치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조부모가 백화점에서 비싸게 주고 샀지만 몇 번 입지도 못한 옷은 중고 거래로 이어지고 그 밖의 깨끗한 옷들은 따로 세탁하여 지인들에게 나눠주거나 복지기관에 기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옷들은 여전히 많다.


이것이 가끔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만 계속 커 가는 아이에게 새 옷을 사주지 않을 수도 없으니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카지노 게임은 비움과 채움이 공존하는 마법 같은존재이다.


우리는 카지노 게임 문을 열고 그 안을 탐색하며 마음속 근심과 걱정을 비우고 행복했던 추억을 채울 수 있다. 불필요한 옷은 덜어내고 필요했던 옷은 더할 수 있다. 때로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때로는 소소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그동안 방치했던 카지노 게임을 애정 어린 눈으로 차근히 살펴보며 우리의 봄을 더욱 편안하고 아름답게 수놓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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