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처럼
2025년 2월 1일~2일 인수봉 동계 2차 캠프
눈 내린 인수봉.
혼합카지노 게임은 처음인데 고독길로 들어서는 길조차 눈이 덮여 있어 낯설다.
배낭도 무겁고 신발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카지노 게임도 가고 있으니 너도 참 신기한 인간이다.
카지노 게임대장이 선등을 서네. 누가 선등을 하네. 주거니 받거니 하는 후배들의 대화에
'아니 왜? 니들이 나를 놔두고'
릿지화에 체인젠을 챙겨 온 의현 형님께서 길을 내려 치고 나간다.
씩 웃음~
혼합카지노 게임이 어려울 줄 각오하고 있었는데 오지게 힘들고 디지게 무섭다.
발, 손 그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던 날.
도대체 형님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길을 올랐을까?
무릎이 거듭 바위고 부딪히고 추락하면서 비명을 지른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카지노 게임이 진행이 안되니 나중엔 아예 포기할까 이런 생각에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멈춰 있었다.
그나마 기온이 높아 추위가 덜해서 망정이지 나 때문에 여럿 괴로웠을게다.
미안한 마음에 마지막 힘을 쥐어짜고 두 번째 마디를 끝낸다.
무섭다면서 그 와중에 인수야영장에 와 있는 사람들을 찾는다.
신기하게도 사람들 움직임이 모두 보이니 반가움에 큰 소리로 그들을 부른다.
그럴 땐 안 무섭지?
12시 가까운 시간에 시작된 카지노 게임은 생각보다 길어져 두 번째 마디를 끝으로 오후 4시쯤 오르던 길로 다시 하강을 시작한다.
되돌아올 줄 알고 있었던 의현 형님.
카지노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눈.
트래버스 하강을 하며 졸아있는 나에게 끝까지 차분하게 길을 알려준다.
얼마나 카지노 게임을 하면 저렇게 차분해질 수 있는 건지.
노력하지 않았기에 부러우면 안 되는 거지만 종종 우러러보게 된다.
서둘러 하강을 마치고 머릿 전등을 하기 전에 근거지인 인수야영장에 다들 무사히 들어선다.
휴우.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절로 한숨이 나온다.
후발대가 쳐놓은 가림막 쉼터가 고마운 시간이다.
원정을 대비한 이곳 훈련장이 온전히 우리 산악회의 것이다.
고즈넉한 훈련장에 스며있는 음식 냄새가 그저 고맙고 정겹다.
무거운 짐 짊어지고 서둘러 준비했을 그들의 마음이 북한산 자락에 퍼진다.
예전엔 이곳에서 산꾼들이 산노래를 부르면 다른 산악회에서 답가가 울리곤 했단다.
지금은 우리 밖에 없으니 큰 형님의 선창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산악회인 양 노래로 화답해 달라는 말이 참으로 낭만적으로 들리던 밤이었다.
여기저기 산노래가 굽이친다.
나는 의현이 니가 너무 좋다는 석봉 형님의 다정한 목소리에 더해 자일의 정이라는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는 의현 형님.
이 순간이여 영원하라.
산이 생명이라고 웃던 그 친구 산을 제일로 알고 살아왔던 그 친구
눈 덮인 설악산아 대답 좀 하려 마 나에게 한 마디만 가르쳐다오
어찌해 눈보라 속에 사라졌나 그 친구
빨간 자일을 등에 멘 친구 은빛 픽켈로 빙벽 하던 그 친구
우리는 저 산정을 원망은 않는다만 그렇게도 좋은 놈을 찾을 길 없구나
어찌해 눈보라 속에 사라졌나 그 친구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의 가사처럼 떠난 사람이 그리운 건가.
이제 카지노 게임 부르지 않는다는 의현 형님의 말에 잠시 목이 멘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형님의 존재가 여전히 여기저기 콕 박혀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별이 된 이들을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머물고 있으리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하염없이 사라진다.
우리는 이렇게 소멸로 향하는구나.
애써 외면하지도 말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