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보다 짧게 깎아 주세요."
손님이 이런 요청을 해오면 재차 물을 수밖에 없다.
"전보다 덜 깎으라는 겁니까, 더 깎으라는 겁니까?"
전에 깎았던 길이보다 더 짧게 깎으라고 들리지만 손님이 엄지와 검지 끝을 댈락 말락 카지노 게임 추천 시늉을 내면 가늠이 복잡해진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지 못해 무딘 카지노 게임 추천가 한심하다는 듯 눈총을 보내는 이가 없지 않다. 하지만 말귀 못 알아먹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행여 헤어스타일 망칠까 두려운 나머지 진의 설명에 여념이 없는 손님이 대다수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개업한 지 3년이 넘었어도 정말이지 못 알아먹겠는 관계로 절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카지노 게임 추천라는 실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곤 한다. 그러니 요즘 청소년 문해력 저하를 개탄하는 짓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금일'까지 리포트를 제출하랬더니 '금요일'까진 줄 알았다면서 왜 헷갈리는 표현을 쓰냐고 따진다거나 '이지적理智的이다'라고 칭찬하니 자기를 너무 만만하게 본다(easy)고 되레 화를 내는 게 "저번보다 덜 깎을까요, 더 깎을까요?"라고 묻는 거나 오십보백보니까.
2022년 8월께 '심심深甚한 사과謝過'가 일으킨 파장은 의외로 컸다. 한 카페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약 과정 중 불편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공지했다. 이 글을 읽은 일부 사용자들이 욕설과 함께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어느 회사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를 줌”,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 이라고 적어야 했나”라는 댓글을 달면서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심심한 사과’가 등장했다.
심심한 사과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높은 문맹률과 낮은 문해력을 새삼 체감했다고 질타카지노 게임 추천 반응과 "우리가 잘못해서 미안하다"로 쓰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일상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 표현을 갖다 쓴 것 자체가 달갑잖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을 연출했다. 건수 제대로 건진 언론은 우리나라 국민, 특히 청소년의 낮은 문해력을 우려하고 비판카지노 게임 추천 기사를 또 다시 쏟아내는가 하면 공공사회를 살찌워야 할 지식사회 언어가 대중과의 괴리를 자초해 지식인 혐오로 이어지게 해 반지성주의를 야기시킨 데서 논란이 발생한 근본 원인을 찾으려고도 했다. 다 그럴싸했지만 그 중에서도 스스로 '교양의 보따리장수'를 자처카지노 게임 추천 만화가 김태권이 쓴 칼럼은 인상적이었다.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이 나는 달갑지 않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이 쓴 <정치와 영어라는 글이 있다. "익히 보아온 비유는 사용하지 말라"거나 "외래어나 전문 용어는 그에 대응카지노 게임 추천 일상어가 있다면 쓰지 말라"거나 카지노 게임 추천, 눈길 끄는 원칙이 나온다. 우리글 우리말에 비추어도 맞는 말씀 같다.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글귀는 "깊이 사과한다"로 풀어도 된다. "내가 미안하다"거나 "이 점은 내 잘못이다"라고 또렷이 밝혀 적으면 더 좋다.(김태권 만화가, <창작의 미래-존중하되 두려운, 변화, 경향신문, 2022.08.25에서)
언어학에 조예가 깊은 고종석은 그의 저서 『국어의 풍경들』에서 라틴-프랑스어 계통의 무수한 차용어들이 영어의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영어의 문체를 섬세하게 만들었다는 의견을 내놓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이런 유의어 쌍 가운데서 고유어 계통의 말들은 대체로 친숙한 느낌을 주고, 한자어 계통의 말들은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이것은 영어의 경우와 비견할 만하다. 영어의 어휘도 크게는 게르만 계통의 어휘와 (그리스-)라틴-프랑스어 계통의 어휘로 대별할 수 있는데, 이 두 계통의 어휘가 무수한 유의어 쌍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에서도 게르만 계통의 어휘는 대개 친숙한 느낌을 지닌 데 비해, 라틴-프랑스어 계통의 어휘는 공식적인 느낌을 준다. 예컨대 영어의 inside와 interior, outside와 exterior, birth와 nativity, backbone과 spine, breathe와 respiration, work와 labor 같은 유의어들 사이의 관계는 우리말에서 안과 내부, 바깥과 외부, 태어남과 출생, 등뼈와 척추, 숨쉬기와 호흡, 일과 노동 사이의 관계에 견줄 만하다.(고종석, 『국어의 풍경들』, 문학과지성사, 1999, 56~57쪽)
그러면서 국어 순화론에 입각한 근본주의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라틴-프랑스어가 영어 어휘에 끼친 영향처럼 우리말 한자어들이 한국어 어휘를 크게 불리고 문체를 기름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놓았다(같은 책 57쪽).
고종석 의견을 그대로 좇는다면 '심심한 사과'는 '미안하다'란 뜻을 보다 기름지게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헌데도 언중들은 왜 성을 내는 걸까. 김태권은 옛날 옛적 제사장 계급의 유습과도 같은 젠체카지노 게임 추천 말은 설령 오래고 고운 말이라고 해도 사라지는 변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말한 사람한테 한자로 써보라고 하면 단숨에 써 낼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로 언중이나 괜히 야코죽이거나 '통석의 념'처럼 "잘못했다"는 말을 하기 싫어 어정뜬 표현으로 슬그머니 얼버무리려는 어려운 말이 사라지는 현상이 민주주의 문화가 가까이 온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의견에 동조한다. 더불어서 자기가 모르는 말을 썼다고 화를 내는 성난 사람이 우리 사회에 왜 이렇게 많은지 우려카지노 게임 추천 점 역시 공감카지노 게임 추천 바다. 모르는 말이다 싶음 무슨 뜻인지 설명을 들으면 될 일이지 역정부터 내는 건 너무 나간 짓이다.
그건 그렇고 "저번보다 짧게 깎아 주세요"는 언제쯤 제대로 카지노 게임 추천들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