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
우리가 차분하지 길 원하는지 화를 내길 원하는지의 문제에서 알고리즘은 중립적이다. 그 문제는 알고리즘의 관심 밖이다. 알고리즘이 신경 쓰는 것은 단 하나, 즉 우리가 계속 스크롤을 내릴 것인지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행동에는 기이한 특성이 하나 있다. 대체로 우리는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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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게시물을 '분개한 반대 의견'으로 채울 경우 '좋아요'수와 공유되는 횟수가 두 배로 는다. 그러므로 우리를 화면 앞에 붙잡아두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알고리즘은 (의도는 없었지만 불가피하게) 우리를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일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분노를 많이 일으킬수록 참여도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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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분노에 보상하고 자비에 벌을 주는 알고리즘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오늘날(비난은 더 하고 이해는 덜 하는) 이러한 태도는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모두의 반응이 되었다.
- ≪도둑맞은 집중력≫ p.203-205
IT회사에서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카지노 가입 쿠폰 일을 10년간 했었다. 처음엔 궁금해서 그 일을 시작했다. 왜 이 회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베푸는 걸까. 일을 시작할 무렵 핫 했던 용어가 있었다. User Experience. 나 또한 그 멋진 단어에 심취해 스터디도 하고, 대학원 진학까지 고민했었다. 소위 말카지노 가입 쿠폰 UX 전문가들의 의도는 순수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편안하게, 물 흐르듯 서비스를 사용하게 할 것인가. 하지만 그들이 소속된 거대 IT 기업의 속내는 순수하지 않았다. 사용자들을 어떻게든 중독시키고 Lock-in, 즉 본인들의 가두리 양식장 안에 두면서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돈으로 바꾸어 낸다는 게 그들의 큰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 성과는 대단했다. 돈을 어찌나 많이 벌었는지 거대 IT 기업들은 인간의 수명을 좌지우지카지노 가입 쿠폰데 도전하거나 우주 정복을 노리고 있다.
사람들을 서비스 안에 가두어 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텐츠라는 걸 깨달은 IT 기업들은 너도 나도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냈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콘텐츠 조회수 = 충분한 머니'로 설정카지노 가입 쿠폰. 그 맛을 본 사람들은 앞다투어 눈길을 끄는 콘텐츠를 쏟아 내었고 IT 기업들은 그 에너지를 고스란히 '돈'으로 전환시키며 더 부자가 되어갔다.
이들이 정치와 엮이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더 시끄러워졌다. 정치 세력 간 다툼을 조장하고 다른 쪽을 '악마화' 해서 "화나고 격노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댓글 조작단'의 활동은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연예계에서 큰 가십이 터지면 사람들은 정치 공작과 연결해 생각한다.
이번 12.3사태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유튜브'였다. 입지가 좁아진 정치가들과 몇몇 퇴역 군인들은 나랏일을 돌보기 위해 잠시 주어졌던 권력을 영원히 사유화하기를 원했다. 극우 유튜버들의 조회수에 대한 욕망과 권력의 사유화를 원했던 자들의 니즈가 딱 맞아떨어졌다.
이런 사례가 카지노 가입 쿠폰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사례를 통해 소셜 미디어에 유통되는 가짜 뉴스들이 사람들의 집중력을 빼앗고 호도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처음 읽었을 때엔 대충 읽고 넘겼던 부분이다. 남일인 줄 카지노 가입 쿠폰거든. 이제 남 일이 아니게 되다 보니 다시 들여다보게 되더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극우 성향으로 '막말'로 주목받아 대통령 자리에 까지 오른 인물이다.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인사다.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2022년까지 직을 수행하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하여 브라질 헌정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 되었다. 4년간 세계사에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만한 행보를 보였다. 연임에 실패하자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며 '패배 선언'을 하지 않고 버텼다.
대선 실패 후 지지자들을 자극해 폭동을 일으키고, 군 수뇌부와 쿠데타에 대해 모의한 혐의, 횡령 혐의 등으로 브라질 경찰 연방의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닥친 코로나 19 사태 때 브라질에서는 63만 명이 사망했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도 끝까지 제대로 마스크도 쓰지 않고, 물리적 거리두기 무시한 채 수시로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물놀이카지노 가입 쿠폰 기행을 고집했다. 급기야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필요한 코로나 19 백신 접종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가 재직할 동안 브라질의 아마 좀 우림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을까.
보우소나루소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자 그의 지지자들은 "페이스북! 페이스북! 페이스북!"이라고 연호했다. 이들은 알고리즘이 해 준 역할을 잘 알았다. 물론 브라질 사회의 여러 다른 요인이 작용했으며 알고리즘은 그중 하나일 뿐이지만, 신이 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가장 먼저 꼽은 요인은 페이스북이었다.
- ≪도둑맞은 집중력≫ p.216 / https://boingboing.net/2019/01/03/world-more-connected.html
그는 선거 활동을 할 때 여성, 성 소수자, 흑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걸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가난한 흑인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경찰에게 더 큰 권력을 부여해 빈민가에 더욱 강화된 군사 공격을 가하겠다고, 즉 대량 살상 면허를 주겠다고 공헌카지노 가입 쿠폰.(p.215)"
그럼에도 빈민가 지역 사람들은 보우소나루소에게 표를 주었다. 대통령이 된 보우소나루소는 선거활동 중에 언급 한 대로 빈민가에 헬기를 띄우고 총을 쏘았다. 명분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처단하기 위함이었다. 브라질 빈민가는 실제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카지노 가입 쿠폰 지역이다. 하지만 그 지역 안에도 선량한 시민들과 노약자들이 살고 있다. 빈민가 사람들은 이런 이리 발생해서 본인들의 안위를 총으로 위협할 거라고 공공연히 언급한 사람에게 왜 표를 주었던 걸까.
알레망 같은 빈민가에 사는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 퍼진 한 이야기를 깊이 우려했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그의 주요 경쟁자인 페르난두 아다지 Fernando Haddad가 브라질의 모든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교묘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경고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에서는 한 아기가 젖병을 빨고 있었는데, 병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젖병의 젖꼭지가 페니스 모양이었던 것이다. 인터넷에 유포된 이야기에 따르면, 이다지는 이 젖병을 브라질의 모든 유치원에 배포할 예정이었다. 이 이야기는 선거 기간에 가장 많이 공유된 뉴스 중 하나가 되었다. 빈민가의 거주민들은 분개하여 아이들에게 페니스 모양의 꼭지를 빨게 하는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고, 그러니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고리즘이 퍼뜨린 황당한 주장으로 나라 전체의 운명이 바뀌었다.
- ≪도둑맞은 집중력≫ p.216
황당하기 그지없는 뉴스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이 뉴스는 널리 널리 퍼져나갔다. 본인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겠다 했던 사람에게 표를 주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게 남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극우 유튜브를 보며 정치인들 안주삼아 술자리 하는 게 낙이었던, 언론과 권력은 갑질만 하고 살던 직장인을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대통령을 만들어놨다. 하루아침에 슈퍼파워를 가지게 된 그는 품어왔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 달러 환율은 1473원을 찍었다. 각종 재료를 수급해 먹을걸 만들어내는 식품 대기업의기업의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대인 경우의 시나리오는 수립해 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다음 주 월요일이 두렵고, 내년이 두렵다.
≪도둑맞은 집중력≫속 브라질의 케이스는 '카지노 가입 쿠폰만 이런 건 아니다' 싶어 아주 작게나마 위로가 되는 동시에 이게 끝이 아닐 거란 생각에 더 두려워지게 만든다.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일일 거라 생각하니 디스토피아를 다룬 SF 물들 만 생각난다.
트리스탄과 아자는 이 모든 효과가 합쳐 저 일종의 "인류 퇴화"를 낳고 있다고 믿는다. 아자는 말했다. "저는 우리가 스스로를 역설계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두개골을 열어서 우리를 제어하는 실을 찾은 다음, 그걸로 우리가 가진 마리오네트 인형의 실을 당기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한번 그렇게 하면, 머릿속의 실이 우연히 한 방향으로 홱 움직였을 때 우리의 팔도 홱 꺾이게 되고, 그러면 우리가 쥔 마리오네트 인형의 실도 홱 당기게 돼요... 이게 바로 현재 우리가 향하고 있는 시대의 모습입니다." 트리스탄은 현재 우리가 "인류의 집단적 퇴화와 기계의 진화"를 목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합리성과 지성, 집정력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 ≪도둑맞은 집중력≫ p.218
정치와 언론이 기획한 정치 놀음에 피해를 보는 일은 인류사 내내 있어온 일이다. 그 방식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정교해지고 친밀해져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발걸음을 조정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수고스럽더라도 몸도 머리도 마음도 살짝 불편한 정도를 유지하는 게 관건 같다. 정신 관리를 위해 불편하지만 복잡한 콘텐츠(긴 글, 긴 영상 등등)를 접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겠다. 긴 흐름을 읽어내는 인내심을 가져야겠다. 사건의 흐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욕망과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줄 알고 그 벌어진 사건들의 맥락을 짚어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명료한 정신을 가지고 내 의지대로 팔다리를 움직여 투표소에 들어가는 유권자로 남고 싶다.
이번 사태가, 감사하게도 아무도 다치지 않고 겪고 지나가며 면역력을 키운 계기로 역사에 남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