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책을 읽거나 멋진 그림을 보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 아주 가끔, 영혼이 구원받는 정도의 거창함까진 아니더라도 어째서인지 내 처지나 형편이 조금 나아지는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으레 그렇듯 그런 기회는 결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므로 아주 운이 좋아야 어쩌다 가끔 있는 정도일텐데, 오늘 들은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3번이 나에겐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도시에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다정하고 눈부신 계절에, 셀수 없을 만큼 여러번 들었으면서도 매번 감탄했던 곡. 처음에 템포가 다소 빨라 갸웃했었는데 이런 내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내 완벽한 아티큘레이션의 아르페지오가 들려왔다. 카덴차에서도 전에는 듣지 못했던 스타일로 연주를 했는데, 이 연주자는 여러 주법들을 시도해보지만 그게 누군가를 흉내내는 카피캣이 아니라 계속 자기 속의 자기를 찾아내고 캐내는 느낌이었다. 반클라이번 콩쿨때의 연주에 비해 모든 면에서 한 20퍼센트 정도 증강한 느낌.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된 임윤찬의 이번 카지노 가입 쿠폰는 락스타나 러시아 피아니즘이라는 말로는 수식이 모자를 정도로 거의 피아노를 부술 기세였다. 전보다 좀더 유연해진 루바토에서 훌륭한 점은 전혀 느끼하지가 않았다는 거다. 그래! 임윤찬의 제일의 장점이자 강점은 바로 느끼하지 않음에 있다. 그렇다고 투박하고 감정이 메마른 연주가 아니라, 사실은 아주 뜨겁고 울렁이고 가슴을 메이는 것이 속에 꽉 차있지만 그걸 유난스럽게 표정이나 말로 드러내는 것이 아닌,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눌러쓴 붓글씨처럼 감정을 고요히 폭발해내는 듯한 그런 연주. 감정과잉에 가득차 온얼굴을 찡그리며 흐느끼듯 치는 것이 아니라, 더벅머리로 눈은 반쯤 가린채 음표를 어깨로, 등으로, 머리칼로 뿜어내는 젊은 예술가의 당찬 기세와 진정성이 좋다.
인생에서 몇가지 장면들을 나중에 돌이켜보노라면 꼭 떠오르고야 말 오늘의 연주.다시 없이 행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