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했지만, 카지노 게임 못 참쥬?
카지노 게임이라니, 말도 안 된다.
난 분명 자신감이 있었다. 운동도 잘하고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힘도 센 편이라서 주변 사람들은 체육인이라고 말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건강과는 상관이 없단다. 아예 다른 분야였던 것이다. 어쩐지 유독 자신감이 넘치더라니.. 지긋지긋한 클리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것은 명확한 병명이 있다는 것이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
불임은 아니라니 약간의 서포트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카지노 게임"이라는 두 글자는 다소 무겁고 착잡했으나, 절망스럽진 않았다. 현대의학은 고도로 발전했고 내 몸 안에 심장이 하나 더 생기는 일은 당장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임신 도전의 기회는 한 달에 많아야 한 번뿐이었고, 그 기회를 놓치면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림 뿐이다. 일반 산부인과에서 몇 번의 도전을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나는 결국 카지노 게임센터로 옮겨졌다.
우리나라가 과연 저출산 국가가 맞을까?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예약을 해도 1시간 대기는 기본이고 늘 바글바글하다. 카지노 게임센터는 더욱 그렇다. 무한의 대기실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아주 진하게 희비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진료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엔 실로 다양한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났다. 환희, 안도, 설렘, 감격, 좌절, 허탈, 무력, 비탄, 고통, 인내, 절망, 비통, 기대, 희망, 용기, 다짐까지 정말 세상 모든 감정이 다 보이는 곳이었다. 그렇게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나도 왠지 모를 희망을가졌다가, 같이 상심하기도 하고, 선망과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2개월 동안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검사와 관리를거듭하다 보면 나에게도 시술의 기회가 주어진다. (검사와 관리 과정은생략하겠다. 그 당시는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으나, 지나고 보니 몸이 아주 많이 아프고 힘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요동치는 마음을 붙잡는 것이 어려울 뿐이니, 혹시 카지노 게임을 위해 병원을 갈 계획이라면 그다지 겁내지 마시길)
결론적으로 카지노 게임의 원인은 "자궁이 어려서"였다. 자궁나이는 약 17세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고(나이 안 따라오고 뭐 했나 몰라), 너무 어린 자궁은 약간의 약물만 투입해도 쭉쭉 흡수하며 약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어리고 팔팔한 자궁은 당연히 한 번에 착상에 성공했고 덕분에 나는 한 번에 쌍둥이를 임신하게 됐다.
이렇게 적어두니 쌍둥이 임신이 굉장히 쉽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약 7개월간 매주 병원을 다녔고, 셀프로 배에 과배란 주사를 놓고 시간에 맞춰 약을 먹었으며, 들어간 돈도 적잖았다. 많이 울었고, 예민함에 자주 다퉜으며, 알콩달콩 사랑만 할 것 같던 사람과는 전우애가 생겼다.
"아무튼, 럭키비키잖아? 한 번에 둘? 오케이- 카지노 게임 자체는 내 의지대로 안 됐을지 몰라도, 나 정도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면 이제 잘 품고 있다가 쑥! 낳는 건 일도 아니지."
-라고 또 한 번 근거 없는 자신감을 들이댔다. 분명 근거 없는 자신감의 결말이 어땠는지 겪었으면서 정신을 못 차린다. 그렇게 나는 또 진부하고 지긋지긋한 클리셰를 또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