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에야 맛집 오렌지 천국에 다녀왔다
회사의 복지 중 하나로 '대중교통 할인'이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다. 절세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매월 일정 금액이 지원된다는 것까지만 파악했다. 쓴다고 썼는데도 50유로 정도가 남았다. 안 써도 손해 보는 건 없지만 괜히 코에 이른 봄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다.
목적지는 단번에 카지노 게임로 정했다. 작년 12월에 친구들과 다녀온 곳을 두 달 만에 또 가기로 한 건 여러 가지 합당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 도시 분위기는 참 좋았는데 다들 감기몸살로 고생하느라 바다 근처에서 요양만 했더랬다. 카지노 게임는 인구수 기준으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카지노 게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할 것도 볼 것도 많은 이 도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둘, 마드리드에서 기차 편도로 2시간이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부담이 없다.
우리나라에 코레일이 있다면 카지노 게임엔 렌페(Renfe)가 있다. 앱으로 살펴보니 마침 토요일 아침 기차가 할인 중이었다. 덕분에 여유 금액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좌석을 구매할 수 있었다. 1인석인 데다 두 다리를 쭉 뻗어도 한참 공간이 남았다.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선 행복은 몰라도 작은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있다. 돈... 많이 벌 수 있겠지? 지금은 타지에서 세금을 이렇게 많이 뜯겨도...?
아무튼,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는 작년 12월의 3박 4일 여행과 올해 2월의 당일치기 나들이를 담은 기록이다. 첫 번째 방문은 바닷가에서 붙박이로 놀고먹었고, 이번엔 시내에서만 2만 보 넘게 문명화(?)된 코스로 걸어 다녔다. 쓰다 보니 분량이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누게 됐는데, 이번 글엔 카지노 게임의 대표적인 먹거리 두 가지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① 종류별로 먹어보는 빠에야
카지노 게임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빠에야. 넓고 낮은 팬에 해산물,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끓여 만드는 쌀 요리다. 볶음밥보단 촉촉한데 바닥에 누룽지처럼 밥이 눌어붙은 게 특징이라고 한다. '소카렛(socarrat)'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이 바삭하게 눌은 부분이 중요하다고. 재료부터 식감까지 한국인 입맛에 안 맞을 수가 없지.
카지노 게임는 빠에야의 본고장이다. 16세기 즈음 농부와 양치기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던 게 카지노 게임의 국민 음식이 됐다. 그래서인지 빠에야 전문점에 가면 꼭 '카지노 게임식 빠에야(Paella Valenciana)'가 메뉴에 있다. 마치 전주비빔밥이나 나주곰탕처럼. 닭고기와 토끼(!) 고기가 같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친구들과 카지노 게임로 향하는 기차에서 첫끼는 무조건 빠에야를 먹자로 입을 모았다. 바닷가 근처에 숙소를 잡았더니 도보로 갈 수 있는 빠에야집이 꽤 많았다. 우리가 고른 건 'El Trompo'라는 식당이었는데, 'paella house'라는 직관적인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날이 좀 쌀쌀한데도 바깥의 천막 자리까지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오징어 튀김과 감바스는 우리의 기대치를 잔뜩 올렸다. 신선한 해산물을 바로 튀겼으니 당연한 거지만. 곧이어 주인공인 먹물 빠에야가 나왔다. 솔직히 생긴 건 연탄과 다름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새우나 홍합 등은 먹기 좋게 살만 발라져 있어서 더 그랬다. 다행히 맛은 꽤 좋았다. 향이 좋은 해산물 볶음밥 같달까. 식감도 가운데는 촉촉, 가장자리는 꼬들꼬들, 바닥은 살짝 바삭한 게 재밌었다.
마지막 날에도 'El Coso'라는 해안가 식당에서 빠에야를 먹었는데, 감기 기운에 골골대던 우린 먹고 기운 차리자는 명분으로 빠에야를 두 개나 주문했다. 빠에야는 최소 2인분부터 시작이니 셋이서 4인분으로 시작한 셈이다. 믹스(mixed) 빠에야엔 닭고기, 오징어, 새우가 듬뿍 들어 있었고 내 입엔 감칠맛도 좋고 제일 맛있었다. 버섯 빠에야엔 양배추로 추정(?)되는 야채와 돼지고기가 토핑 되어 있었는데, 간이 세고 버섯향이 강해 손이 잘 안 갔다. 빠에야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니구나!
빠에야는 주문도 2인부터 할 수 있는 데다 인당 가격이 15유로 정도로 비싼 편이니 한번 먹을 때 신중하자. 처음이라면 육류와 해산물이 같이 들어간 믹스를 추천한다. 먹물도 색은 특이하지만 맛은 무난한 편이다. 이다음에는 취향에 맞게 토핑을 고르면 된다. 다음에 친구를 데리고 또 카지노 게임에 간다면 토끼고기가 들어간다는 현지식 빠에야에 도전해 보겠다!
② 시장과 마트에서 맛보는 갓 짠 오렌지 주스
빠에야만큼이나 카지노 게임에서 유명한 게 바로 오렌지다. 사실 카지노 게임에선 맛없는 오렌지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시장이고 마트고 과일 코너에서 가장 넓은 코너를 차지하는 게 오렌지고, 그 옆엔 꼭 주스 착즙기가 있다. 이런 나라에서 오렌지로 유명하다는 수식어를 얻다니,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있었지만 다른 지역의 오렌지와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앞서 말했다시피 우리 삼총사는 카지노 게임에서 감기로 고생했는데, 이럴 때야말로 비타민씨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오렌지를 생으로도 주스로도 많이 먹었다. 시간이 지나 기억에 남은 건 그 맛이 아니고, 골골대다 낄낄대다 반복하던 추억이지만.
이번에 혼자 갔을 때도 오렌지 주스부터 마셨다. 지난번엔 마트에서 사 먹었으니 이번엔 시장으로 향했다. 카지노 게임 중앙시장은 뾰족한 지붕에 알록달록한 타일로 장식되어 있었다. 출퇴근길에 지나는 마드리드의 산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도 그렇고, 얼마 전에 다녀온 2층 건물의 시장(Erriberako)도 그렇고, 다들 시장이 건물 안에 있다. 비도 눈도 별로 안 오는 나라에서 왜일까?
카지노 게임 중앙시장의 내부는 외관에 비해 평범했다, 해산물 코너만 빼고. 특히 새우와 굴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굴은 바로 먹겠다고 하면 접시에 레몬즙을 뿌려 담아준다. 초고추장이 있으면 먹을 텐데 레몬즙만으로는 도저히 생굴에 도전할 용기가 안 난다.
돌고 돌아 내 발걸음이 멈춘 건 과일가게 앞. 4유로 내고 갓 짜낸 오렌지 주스 한 병을 샀다.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식도를 타고 들어오니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깼다. 하루종일 시내를 누비고 다닐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어떻게 누비고 다녔는지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