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둘째가 두 살 때
"엄마와 언니가 내 카지노 게임을 망쳤어."
평일 하원 후, 엄마와 언니가 둘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둘째가 입을 삐죽거리다가 이내 짜증을 부립니다. 이 토라짐을 어찌해야 할까요. 하지만 어릴 때저를 생각하면 아이들을 나무라지도 못합니다. 삐침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절로 반성이 되거든요.그래서 딸들의 삐짐 퍼레이드가 열릴 때 일단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봅니다.저도 그랬으니까요.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닌 걸 압니다. 그걸 아는데 저는 왜 열이 받을까요? 둘이서 삐짐 퍼레이드가 열리면 집안일이고 뭐고 나가고 싶습니다. 혼자 있고 싶어요.
아무튼 그날은 안 되는 걸 안된다고 했는데 딸이 삐졌습니다. 삐진다고 매번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안 되는 걸 떼쓴다고 들어주면 바깥에서도 지켜야 하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올라올 수 있거든요. 그러면 자신을 괴롭히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든 둘 중 한 명을 괴롭히겠지요. 그렇게 둘 수는 없습니다. 엄마가 조금 피곤해도 알려줘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참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안된다고 하는 엄마는 되기 싫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줍니다. 아직 아이는 모든 걸 이해하기 힘들겠지요. 저도 부족한 엄마라 늘 아이들이 이해하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무작정 '안돼! 엄마'도 싫고 아이의 마음만 헤아려주는 '그래그래 엄마'도 싫습니다.
"엄마와 언니가 내 카지노 게임을 망쳤어."
"카지노 게임이 나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엄마와 언니가 내 카지노 게임을 망쳤어. " (반복지옥에 빠졌습니다)
"안 되는 건 안돼. 그리고 너의 카지노 게임은 다른 사람이 망칠 수 없어. 네가 결정하는 거야. 네가 정할 수 있어"
"(어리둥절) 아니야!!! 엄마랑 언니가 망쳤어"
안된다는 말, 그리고 카지노 게임을 자신이 정할 수 있다는 말이 아이에게는 어려운 말이겠지요. 저도 압니다. 육아서를 읽어도 현실에서 다양한 변수를 맞이하는 엄마는 가끔 아이가 알아듣도록 말하는 게 어렵습니다.부족한 엄마는 이렇게라도 아이에게 설명을 합니다.
아이와 엄마의 하루는한 땀 한 땀 수놓는 십자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땀에 무언가 완성될 수 없겠지요. 엄마는 오늘의 한 땀에'커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카지노 게임을 맡기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봅니다. 십자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바느질을 반복해야 합니다. 엄마의 뒷모습으로 한 땀, 엄마의 말로 한 땀, 함께 나누는 대화로 한 땀, 책으로 한 땀, 그렇게 한 땀 한 땀 수놓은 바느질로 스스로에게 편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무거운 꿈을 실어봅니다. 한 땀 한 땀으로 엄마의 마음과 잔소리는 십자수 뒤편에서 엉키더라도 아이의 앞 면은 예쁜 풍경으로 수놓아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