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 김지원 외 10인-
제주 국제학교로 아이들이 진학하게 된 것은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 대치동에서 초등학교를 보내면서 초등학교 3, 4학년만 되면 밤 7시 - 10시 수업이 당연한 것이었고 어린아이를 어떻게 그 밤까지 3시간을 수학을 공부시키냐며 안쓰러워하는 나는 이상한 엄마였다. 아무도 대치동 학원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고 그 시스템에 당연히 적응하며 더 빠르게 더 많이 공부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치동으로 용감하게 두 남매를 데리고 이사 온 나를 자책했고 세상 높은 곳으로 자녀를 올리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 가운데 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길을 무시하고 나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있었다.
엄마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에 첫째 아이는 어느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고 이제는 둘째마저 대치동 학원 전쟁에 뛰어들어야 했다. 벚꽃이 피면 꽃구경을, 단풍이 지면 단풍놀이를 가야하는 ENFP 자유 영혼 엄마의 아이들은 자주 학원을 빠져야 했고 이 시스템이 과연 올바른가?라고 생각할 수도 없게 몰아치는 속도전에서 나는 옳은가? 보다 우리가 건강한가? 행복한가? 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때 마침 한국 교육의 대안으로 강남권에는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새로운 시스템의 교육 기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고 나만 이렇게 부대끼는 것이 아니었는지 비인가 국제학교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그 틈바구니에 우리도 겨우 끼어들 수 있었고 몇 년간은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렇게 비인가를 택했기에 입시는 자동적으로 해외 유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자 제주 국제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제주 국제학교 입학 전에 읽으면 좋은 책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후략)'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어봐도 제주 국제학교의 학제나 시스템이 확 와닿지는 않았다. 한국입시를 경험했을 뿐인 나에게 국제학교 시스템은 너무나 생소했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2년여를 보낸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제주국제학교를 이렇게 상세하고 자세하게 풀어놓은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제주 국제학교 1기 졸업생들과 재학생 10여 명이 엮은 이 책은 초등, 중등, 고등의 학제부터 학교생활, 기숙사 시스템, 영어도시의 초창기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대치동 시스템에서 자신을 잃고 주어진 공부만 해야 하는 수동적 시스템에 회의를 느끼던 친구들도 있었고 어린 시절 해외 경험을 통해 유학을 꿈꾸며 제주 국제학교에 진학한 경우도 있었다. 제주 국제학교가 론칭한 1기에 검증되지도 않은 학교로 진학을 결심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의 용기와 열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이곳에서 학업뿐 아니라 다양한 클럽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잃어버린 자아와 꿈을 찾기 시작했고 특히 초창기에는 학생들의 95%가 기숙사 생활을 했기에 부모님을 떠나 독립적으로 생활하며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클럽활동이나 학문 동아리 등은 학교에서 만든 것도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의 관심사를 찾아서 새로운 클럽을 만들고 잡지를 편찬하며 자신들의 열정과 흥미를 찾아 나갔다는 점에서 '공부'가 아닌 '교육'을 하는 학교라는 저자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게다가 영국 중등 시스템인 IGCSE와 2년제 IB 프로그램은 다양한 소논문 작성과 코스워크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 암기, 지식 습득의 공부가 아니라 학문을 실체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업 방식도 20명 이하의 학생들이 한 반으로 구성되어 선생님과 질의, 응답하고 토론하는 수업이므로 보다 적극적인 수업태도가 요구된다.
카지노 쿠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높은 점수를 취득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Academy Honesty 즉, 학문적 진실성을 강조한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Coursework을 진행하며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상당한 양의 배경지식 조사과정을 거쳐 마지막에는 인용 도서 및 인터넷 사이트 목록을 모두 작성하여야 한다. 저작권에 대한 꼼꼼한 평가 및 검사가 이루어지므로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의견과 인용한 지식을 구분하고 정직하고 진실되게 자신의 논문을 작성하는 법을 훈련한다. 특히 모든 교과목의 시험들이 주관식이므로 그 이론의 근원과 증명법을 선생님과 같이 탐구하고 학생들의 창의력이 요구된다. IB 또한 인성교육을 중시하여 균형 잡힌 배려심 있는 이상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지향한다. 그러므로 6가지 과목을 공부뿐 아니라 IA라는 실험 실습을 통한 실험 보고서, EE(Extend Essay)라는 장편 에세이, CAS(Creativity, Action, Service)라는 창의성, 운동, 봉사활동, TOK(Theory of Knowledge)라는 우리가 아는 것은 어떻게 아는 것인가?라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합당한 근거와 함께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 외 학제의 정확한 평가방법과 선배들이 경험한 학교생활을 통해 제주 국제학교에 대해 한층 더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다. 한국교육의 대안을 찾고 있다면, 제주 국제학교의 진학을 꿈꾸고 있다면 꼭 읽어봐야 할 매뉴얼 같은 책이다. 학부모로서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자녀들이 시험을 잘 쳤을 때나 상을 받아오는 순간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들뜬 목소리로 배움의 기쁨을 이야기할 때, 새로운 활동에 도전했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말할 때, 실패하거나 좌절했었는데 그것을 극복하고 일어났을 때, 그럴 때 나는 아이들의 영혼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제주로 진학시킨 우리의 결정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감사함을 느낀다. 물론 비싼 학비와 거주의 어려움 때문에 일명 '귀족학교'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적어도 일렬로 세우는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닌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게 하려고 이곳에 모였음을 믿는다. 비싼 학비를 상응할 진정한 교육의 기회가 있고 평생 인생에 남을 다양한 경험들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 상대평가로 인해 1등급, 2등급 이렇게 등급을 매기는 한국 고교 시스템 대신 절대평가로 자신의 역량대로 평가받고 옆에 있는 친구들과 경쟁이 아닌 서로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곳.
성공이 중요한 이 시대에 진정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모여든 아이들..
자신을 찾아가고 알아가는 작업을 청소년기에 할 수 있다면 이곳의 끝이 성공이 아닐지라도 다양한 경험들과 성장의 시간들이 자녀들의 자산이 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창조적 인재 그룹으로 성장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