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제 이쪽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 안되요.
할머니는 그제야 카지노 가입 쿠폰를 끊으셨다.
핸드폰 번호를 바꾸었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으면 다섯 번이고 여섯 번이고 계속 전화를 거셨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으면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대뜸 물으셨다.
핸드폰 번호 주인이 바뀌었다고 말씀 드렸는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는지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누가 전화를 바꾸어 받으시더니 죄송하다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그런다고 했다.
전화는 끊겼다. 끊고 나서 화낸 내가 어이가 없었다. 사정이 그렇더라고 계속 전화를 거시면 어쩌냐니, 핸드폰 번호 주인 바뀌었다고 말씀 드렸냐고 따지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치매라지 않는가. 그 할머니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실까 싶은 생각이 드니 내가 왜 화를 냈을까 싶어 헛웃음이 나왔다.
친정 엄마가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봐온 친구들도 "본인이 잘못해 놓으시고, 참 독하시다. 진짜." 그런 말들 하며 이해 못할 정도로 딸을 싫어하신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미움 받는 딸인 나는 가까이 살면서도 몇 년 째 서로 안 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자꾸 아프단다. 당뇨에, 갑상선에 혹도 발견 됐단다. 평소에도 건강에 엄청 신경을 쓰시지만 작년에 유방암 수술도 하면서 더 그러신 걸로 안다. 그런데 아빠랑 남동생에게 들려 오는 얘기는 겉은 멀쩡한데 자꾸 아프다고 한단다.
핸드폰 번호 바꾸고 침 걸린 어르신의 전화가 나의 기분과 마음에 뭔가 알 수 없는 삶의 느낌표와 물음표들을 가져다 주고 있나 보다.
더 우낀 건 그 상황에 난 또 스토리 라인을 하나 생각해 냈다. 당장 쓰지는 못해도 지금 쓰는 소설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 해 놓은 다음 쓰려고 메모해 놨다.
"어차피 스트레스 받고, 힘든 거 똑같을 거면 내가 좋아서 하는 방송 작가로 돌아가고 싶어요."
같은 성으로 툭툭 거리며 정이 들어 가고 있는 매니저님과 점심밥을 함께 먹었다. 식당에서 해물 된장찌기애 잔찬을 놓고 한참을 먹다가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업무 프로그램 로그인 하는 방법이 바뀌고 제일 힘든 완납 날이었다. 머리가 지끈 거렸다.
"가라."
"인맥도 없고 안 받아 줘요."
"여기서도 안 받아 줄 거 받아 준 거야."
그냥 그래요, 하며 웃었다. 달리 대답할 말이 없었다.
참 말들 예쁘게 하신다. 몇 몇 매니저님들하고는 정도 들어가서 그냥 웃는다. 그런데 몇 몇 매니저님을 보면 진짜 왜 말을 저렇게 까는 식으로 밉게만 할까 싶을 때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칭찬에 참 인색하다던데, 칭찬은 아예 생각도 안하는 분들 같다. 처음엔 여기는 왜 이리 사람에게 못났다, 못한다 등의 까는 말만 입에 달고 사시는지 이해가 안갔다. 집 안에서 자식들한테도 저렇게들 못난 말만 하시나 싶은 정도였다. 영상으로 그 모습들을 다 찍어서 보여 드리며 반응을 보고 싶을 정도였다.
이 날 따라 기는 딸리고 이상하게 더 힘든 기분이라 뭐라 더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그런데 매니저님이 한 마디 툭 던지셨다.
"그런데 너 요즘 얼굴이 말랐다?"
나는 그냥 슬쩍 웃으며 조그맣게 대답했다.
"피곤해요."
그래도 이 매니저님은 은근히 또 챙기는 말을 툭툭 던지신다. 그런 정이 은근 친이모 같아서 은근 따르는 매니저님이다.
퇴근 후 아들을 데리러 가야는데 시간이 좀 남았다. 아이 쇼핑을 하다가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베이글이 너무도 맛있어 보였다.
빵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자주 먹거나 구입을 하는 편도아니다. 그런데 이 날은 베이글을 보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서 충동 구매를 했다.
피곤했다.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은데 그냥 뭔가 허기져서 나도 모르게 입 안에 조금씩 우겨 넣었다. 부드럽게 쫄깃한 베이글 빵을 손으로 뜯어서 집어 넣고 씹었다. 다 없어질 때까지 손으로 뜯어서 계속 입 안에 넣고 씹었다.
어쩌다 베이글을 사 먹어도 한 번에 한 개 밖에 안 먹던 내가 한 자리에서 네 개를 다 먹어 치웠다.
다시 더 멋지게 당당하게 작가로 돌아가진 못해도 나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글을 쓰려 한다.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