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피 지망생 Jan 11. 2025

달리 보면 카지노 게임 것을

<내 마음속에 비친 내 모습 - 유재하

인생 전반전, 20년의 지난한여정도이제달 남았다. '히피지망생'이라는 아이디로 가끔씩 글을 써오던등교사 온라인커뮤니티 '인디스쿨'에마지막 글을 남겼다.



아직 올해 명예퇴직자명단이 나온 건 아닙니다만, 교육청카지노 게임교감으로 명퇴하고 싶은 사람은 공적조서 내라고 연락온 걸 보니 합격(?)같카지노 게임.

(이거 축하 받을 일 맞죠?^^) 이에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여담입니다,교감으로 명퇴하면 뭐가 좋냐고, 돈5만 원이라도 더 챙겨주냐고 봤더니그런 거 없다. 그럼 왜교감 타이틀 달고 퇴직할 사람을조사하고 물어봤더니,말그대로'명예'라고합니다.됐다고 했카지노 게임. 하하.


아무튼 명퇴 확정된 걸로혼자 결론짓고, 바람 잘날 없던 학교 현장의 모진 풍파와 싸울 때마다 든든한바람막이가, 때로는 뒤카지노 게임 배를 밀어주는 순풍이, 때로는 한줄기 빛과 같은 구원이 되어주었던 인디스쿨 선생님들께 마지막 인사 올립니다.


선생님을 하는 동안 먼저 퇴직하시는 분들을 보며 퇴직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었는데, 막상 퇴직을 코 앞에 두니 별다른 감상이 들카지노 게임. 학기말이라는압박때문에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젠 끝이구나감상에 젖을라치면,이거 내라, 저거 내라...선생님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아시죠?하하.


수료식날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감정이 섭섭함카지노 게임 시원섭섭함으로, 시원섭섭함카지노 게임 시원함으로 변해오는 동안 교직에 대한 제 마음이 학교에서 점점 멀어져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카지노 게임. 그래도 단 하나만큼은 제 마음에 오래도록 아련한 감정을 남길 것 같카지노 게임. 이 단어가 불러오는 감정은 조각칼로 파낸 듯 또렷이 남아, 희미해질지언정 사라지진 않을 것 같네요.


'사람'이라는 단어요. 교직에 있는 동안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 것 같카지노 게임. 제가 어디 가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겠습니까. 오래도록 그리울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저와 함께했던 참 좋은 분들이 붙잡을 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카지노 게임. 경기 안 좋다고, 여기가 전쟁터면 바깥은 지옥이라고,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니 잠시 바람 피했다가 다시 시작하라고,1년만 더 같이 하자고, 붙잡을 때마다 대답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이젠 대답에도 요령이 생겨 어떻게 대답하면 더 이상 붙잡지 않는지도 알게 됐카지노 게임.

(혹시나 저와 같은 갈등을 겪게 될 분들을 위해 대화 예시문 나갑니다.)


"힘들어서 나가는 게 아니에요. 저는 작년과 올해가 교직 인생카지노 게임 젤 편했어요. 교직 말년에 저랑 딱 맞는 학교(학급당 학생수 10명 미만이고, 수업 지원 교사 있고, 함께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이 좋은 학교)를 만나서 좀 더 해볼까 갈등도 많았지만, 이런 학교만 찾아다니면 끝까지 버틸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이렇게 끝까지 가서 마침내 끝에 닿았을 때,이 길의 끝카지노 게임 '그때 다른 길 가보고 싶었을 때 가볼 걸' 하는 후회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전 만약 그런 순간이 오면 눈 감고 못 죽어요."

이러면 다들 그냥 보내줍니다. 그래도 안 보내주면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를 BGM으로 틀어줄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의 초등 교사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제가워낙 자존감 뿜뿜한 사람이라 제 앞에 어떤 정체성(좋은 사람, 좋은 아빠, 좋은 시민 등등)을 갖다 붙여도 최소 중간 이상은 갈 자신이 있는 사람인데, '초등교사'라는 정체성 앞에서는 도저히 자신이 없카지노 게임. 중간이라도 가보려고 노력하는 것조차 저에겐 너무 버거웠네요. 저에게 대한민국 초등 교사는 그저 넘사벽이었카지노 게임. 그만큼 어려운 일을 당신이 하고 있카지노 게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어쩌면 저는 당신처럼 할 수 없어서 떠나는 걸지도 모릅니다. 교직을 떠나더라도 학교 밖카지노 게임 늘 당신을 응원하고,끝까지 서포트하겠카지노 게임.


제가 격하게 애정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마지막 장면을 오마주 하여 마지막 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때는 2084년, 한때 초등교사였던 '히피지망생' 씨가 인생을 회고하며 인터뷰에 응한다)

히피지망생 : (회한에 잠시 표정을 지으며) 일전에 손주 녀석이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할아버지는 훌륭한 초등교사였나요?"

전 그랬죠.

"아니다. 영웅들과 함께 잠시 교실에 있었을 뿐이야."


그동안 감사했카지노 게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언젠가 소풍의 길목카지노 게임 만나요.


카지노 게임


후회라는 감정을 가장 싫어한다.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버스는 이미 떠났는데,저만치 멀어져가는 버스를 잡으려 내카지노 게임면,힘만 빠질 뿐이다. 그렇게 버스를 놓치고 투덜투덜대며정류장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다가오는 버스마저 놓칠 수 있다. 한 직장카지노 게임 20년을 근무했으니 20년 세월 동안 있었던 일을 어찌 몇 문장으로 요약하겠는가. 지나간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자꾸만 후회되는 일이 생기고,이제 와서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냐며 못 본 척고개를 돌리고, 그러다가도 또다시 지나간 자리 되돌아보게 되고... 그렇게 못다 버린 미련에 회라는 감정이 스물스물 고개를 들 때, 유재하의 <내 마음속에 비친 내 모습를 듣는다.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카지노 게임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 유재하, <내 마음속에 비친 내 모습



그렇다.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이다. 앞으로는 못 그린 내 빈 곳무엇으로 채워나갈지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해본다. 남은 여백을 잘 채워캔버스 위에 아직 남아있는 스케치 실수 위에,그것이 마치 의도한 실수인 마냥 덧칠을 할 수 있을까?그것은전적으로 앞으로의 나에게 달려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