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아무나 되나요
이곳에 내려온 첫 해에는 무턱대고 배추를 209포기나 심었다. 7월 말 여름의 한 복판에 내려왔으니 봄부터 기르는 작물은 시도할 수 없었고 시기상 배추, 무 같은 가을 무료 카지노 게임 작물이 가능했다. 고작 두 사람이면서 209포기나 심은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첫째는 전부 다 자랄 리 없다, 절반만 건져도 성공이다라는 생각이었고 둘째는 수확한 배추를 절여서 친정 엄마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배추 209포기를 심고 허리가 아프다며 징징대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나 무료 카지노 게임 아닌데, 무료 카지노 게임인데.’라는 문구와 함께.
지인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무료 카지노 게임이네’ 소리를 질러 댔다.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정정해 주었지만 지인들 눈에는 역시 우리 땅이 넓어도 너무 넓다. 아니 내 눈에도 넓다. 고추 300포기를 심을 때도 마늘 20접을 수확할 때도 서리태를 150평 밭에 심을 때도 어김없이 무료 카지노 게임무료 카지노 게임 논란이 일자, 관전하던 한 분이 물었다.
두 개 차이가 뭐예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짓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농업인, 농부, 농민.
‘농업인’은 법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1000㎡(대략 3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하거나, 생산한 농산물 판매액이 연간 120만 원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나는 농업인이다. 500평의 밭에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짓고 있고 농업경영체도 등록하였다. ‘농부’는 무료 카지노 게임짓는 사람이다. 작은 땅에라도 작물을 심어 기른다면 농부라고 할 수 있겠다. ‘농민’은 무료 카지노 게임짓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이 재배한 농산품에서 나온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분들이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이렇게 시골로 내려가서 농민이 되는 일을 뜻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시골로 가서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아닌 다른 일로 밥벌이를 하며 사는 걸 말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을 수는 있겠지만 농민은 아닌 셈이다.
나는 시골에 살면서 농업인, 농부는 되었지만 농민은 아니다. 우리 부부가 소꿉장난 하듯이 짓는 무료 카지노 게임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돈을 얻어내야 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을 능력도 없고 농업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생계 수단이 되는 순간 지금처럼 설렁설렁, 되면 되는대로 말면 마는 대로 지을 수는 없게 된다. 모든 에너지와 시간을 작물을 어떻게 다수확 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상품성을 확보할 것인지, 어느 판로로 판매해야 이득이 더 있을 것인지 등에 쏟아야 한다. 제품의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농민은 전천후 멀티플레이어가 아닐까.
우리가 무료 카지노 게임 치고는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많이 짓긴 한다.
집을 짓고도 대략 500평의 밭이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그 밭에 심을 온갖 작물들을 고르고 구획을 나누고 별 상상을 다 했더랬다. 땅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욕심도 부렸다. 여기 와서 직접 해보니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기에는 땅이 넓어도 너무 넓다. 무료 카지노 게임 선배들은 작물 가꾸는 땅은 100평이 넘지 않는 게 좋다고들 말한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땅에 메이게 된다고. 역시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은 틀림이 없다. 농민은 아니지만 우리도 대체로 땅에 메여 산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진즉에 집어치웠다. 계절마다 필요한 채소들은 집 옆의 열다섯 평 작은 텃밭이면 충분하다. 넓은 밭에는 저장성이 좋은 네 가지를 재배한다. 한국인이라면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고춧가루용 빨간 고추, 별 재료 없는 비빔밥도 휘휘 두르기만 하면 끝장나는 맛이 되는 들기름용 들깨, 일 년 삼백육십오일 모든 요리에 필수인 마늘, 콩장도 해 먹고 콩물도 만드는 서리태가 500평을 책임지는 주요 작물들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저장성이 좋아서 다수확을 해도 문제없다.
작년에는 고추 300포기를 심어서 150근의 건고추를 수확했다. 덕분에 친정과 시댁은 기본이요, 외할머니에 남편의 외삼촌, 형님의 어머님까지 두루두루 챙길 수 있었다. 마늘도 스무 접을 수확해 여기저기 나눠주고도 아직도 먹고 있다. 바로 짠 들기름 맛은 어떤가. 질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저리 가라다. 꽃향기는 대체 어디서 나는 건가 의아하기만 하다. 서리태로는 이삼일에 한 번씩 콩장을 만들고 있다. 남편이 그렇게 콩장을 좋아한다. 나는 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오늘은 이소플라본 섭취 좀 해줘야겠는데? 싶을 때만 조금씩 먹는다.
무료 카지노 게임하려면 무료 카지노 게임짓는 땅은 몇 평정도가 적당할까.
이건정말개인의사정과성향에따라다르다. 생계를위한일외에시간을많이낼수있고무료 카지노 게임의고단함도수용할수있으며체력이된다 하면300평에서500평사이쯤지어도괜찮을것같다. 농업경영체등록을하면정부보조금과농협조합원등록등몇가지혜택이있으니기왕이면300평(정확히는1,000㎡) 이상짓는것도좋겠다. 시간은많지만한여름뙤약볕에서일하는건아무래도힘들겠다하면백평을넘지말자. 시간도많고무료 카지노 게임도적성에맞지만체력이약하다면역시백평이상은무리겠다.
무료 카지노 게임과 무료 카지노 게임의 차이를 묻는 지인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고 대답했다. 지인이 다시 말했다. “생계가 뭐 따로 있나요, 스스로 먹을 거 무료 카지노 게임지어 먹으면 되는 거죠.”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농민’이라는 단어에 과도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그래도 내 생각은 여전하다. 무료 카지노 게임를 지어 이윤을 내고 자신만의 무료 카지노 게임 철학을 가진 농민이 내게는 위대해 보인다. 나는 그 이름을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는 그냥 무료 카지노 게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