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에 걸렸다고 모두 회색인간은 아니야
처음 카지노 게임이 발병했을 때 그 사실을 꼭꼭 숨겼다.정신질환 치료 사실이 알려지면 취직이 안 된다는 헛소문 정도는 가볍게 쳐낼 수 있지만, 혹여나 친구들이 나를 안 좋게 보거나 피할까 두려웠다. 가족에게도 숨기다가 의사의 설득으로 겨우 말했다. 지나고 보면 그리 어려운 고백이 아닌데도 그랬다.
그리고 네 번째 발병을 겪는 지금, 나는 필요한 상황에서 발병 소식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 현재 카지노 게임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성실하게 치료받고 있다고 말이다. 다시 병원에 다니며 재발을 안건 오직 남편이었다. 그런데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남편도 내가 사람을 만날 때면 자꾸 걱정했다.주변에 알리는 건 조심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포털에 검색을 해봤다.‘카지노 게임을 주변 사람에게’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가동했다. 주변 사람에게 알려야 할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꽁꽁 숨겨야 할지. 정답이란 결코 없을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가동한 뒤 기다리던 그날이 찾아왔다.
그날은 오랜만에 나가는 독서 모임이었다. 내가 7년 넘게 운영하는 모임인데 자격증 공부 때문에 2달 정도 모임을 쉰 상태였다. 그 2달 사이 카지노 게임이 극에 치달았고, 치료를 시작했고, 이명이 생겼고, 공황도 찾아왔다. 시험도 끝났으니 다시 모임에 나가고 싶은데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다.
‘사람들이 나 카지노 게임 재발한 거 눈치채면 어쩌지?’
‘이명이 심한데 사람들 말을 못 들으면 어떡해.’
핑계 대고 나가지 말까 생각도 해봤지만, 언제까지 집과 병원만 오갈 순 없지 않은가.
‘그래 내가 얼마나 사회화가 잘 돼 있는데, 큰일이 생기겠어. 모임에 나가보자!’
모임 장소로 가는 전철에서 왼쪽 귀엔 공장 소음 같은 이명이 괭괭 울리고, 아직 사람 많은 곳이 어려워 전철에서 소량의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철에서 내린 다음, 예상치 못하게 카지노 게임 재발 소식을 알리는 상황이 생겼다. 독서 모임을 함께 하는 언니를 길에서 만난 거였다. 두 달 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카페로 함께 걸어가는데 언니가 이것저것 안부를 물었다.
“그런데 얼굴이 많이 상했다. 어디 아파?”
물어본 사람은 그저 안부인데 나만 괜히 뜨끔해서 말이 꼬였다.
“어, 그냥 여기저기 안 좋아졌어. 병원 다니니까 괜찮아.”
“아…. 카지노 게임 온 거야?”
순간 화들짝 놀랐다.
“언니, 어떻게 알았어? 티 나?”
말 몇 마디, 함께 걷는 몇 걸음으로 카지노 게임 재발이 티 나면 어쩌지? 양손을 탈탈 떨어가며 묻는 내게 언니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 그냥 그럴 것 같았어. 공부 열심히 하면 그럴 수도 있잖아.”
언니는 마치 카지노 게임이 떼버리면 그만인 눈곱인 양 가볍게 말했다.
“어, 맞아. 카지노 게임 재발해서 병원 다니고 있어. 약 적응기간이야.”
“병원 다니면 괜찮아질 거야. 병원 안 가는 사람이 문제지 병원 다니면 뭐가 문제겠어.”
언니는 다시 카지노 게임을 눈곱 대하듯 덤덤하게 말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언니도 한때 카지노 게임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모임 장소에 도착했고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날은 정말이지 카지노 게임 재발 소식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렬한 날이었다. 우리 독서 모임은 카페의 미팅룸을 빌려서 진행한다. 살짝 폐쇄된 공간이 대화에 집중이 잘 되고 인원수가 많아 일반 테이블은 다소 산만하다.
그런데 공황장애를 함께 앓고 있는 내게 그 장소는 숨 막히는 큐브와 같았다.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하고 머리에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명은 심해지다 못해 귀에 압이 차올랐다. 압을 줄이느라 자꾸 귀를 만지고 머리가 지끈거려 머리를 만지고 사람들과 와하하 웃으면서도 마음은 안절부절못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나 카지노 게임 재발하면서 공황장애가 같이 왔어. 이 장소가 조금 힘든데 나 잠시 카페 앞을 걷다 와도 될까?”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모임에 참여했고, 집에 돌아와 보니 티셔츠 등 쪽이 찰박하게 젖어있었다. 그리고 소심한 나를 미워했다.
‘모임 사람들이 나의 질병을 비난하거나 수군거릴 사람들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못 믿고 있을까.’
‘카지노 게임이 어때서, 공황장애가 어때서.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것도 아니잖아.’
내 상황이 너무나 비루해 울다가 웃었다. 이럴 바엔 시원하게 털어놓기나 할 것이지 혼자 아등바등하느라 고생만 하다 온 오랜만의 모임이 서글프게 끝나버렸다.
그날 이후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고, 실천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요즘 건강은 어떠냐고 물으면 “응, 나 요즘 카지노 게임 재발해서 치료 중인데 예후가 좋대!”라고 답하거나, 가족 중에 누가 정신과에 방문하면 좋겠다고 토로하는 고민에 “나 다니는 병원 의사 선생님 정말 좋으셔. 생각 있으면 한 번 방문해 봐도 좋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혼자 오만 고민을 다 하며 티셔츠가 쫄랑 젖도록 땀 흘린 날이 무색하도록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다. 주로 “그래? 요즘 카지노 게임 많이들 겪지. 이 김에 좀 푹 쉬어!”라고 답하거나 “너 다니는 상담소 이름 좀 알려줘. 나도 가보고 싶어.”라는 답을 돌려받기도 한다.
약속 장소를 잡을 때 “나 사람 많은 곳 징글징글하다. 사람 적은 **에서 보자.”라고 말하면 친구는 “이번엔 내가 맞춰줄 테니 다음엔 나한테 맞춰줘.”라며 시원하게 대답한다. 어쨌든 내 발병 소식을 들은 사람의 100%는 덤덤했다. 카지노 게임을 접하는 지인들의 자세는 나의 우려보다 훨씬 따뜻했다.
또 내가 편하고자 털어놓기도 했지만, 카지노 게임 걸린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흔히 카지노 게임 환자라고 하면 기운이 없고 축 늘어져 낮고 어두운 목소리로 겨우 말을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을 앓고 있는 나는 말이 많고 잘 웃고 본업도 곧잘 해내고 집안도 늘 깔끔하고 산책도 많이 한다.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며 병을 잘 제어하고 완치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에 걸렸다고 모두 회색 인간이 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총천연색의 카지노 게임 환자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의 발현이다.
얼마 전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자녀가 카지노 게임 약을 먹는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반대하실 거냐”라는 질문글이 올라왔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대부분 반대한다며 카지노 게임은 유전이다, 배우자가 평생 고생한다, 가정 파탄 난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우매한 사람들을 봤나! 그래서 다짐했다. 더 카지노 게임 발병 소식을 떠들고 다녀야겠다. 더 열심히 돌아다니고 놀고 활발하게 지내야겠다. 카지노 게임이 재발하면 한동안 고생하지만 얼마든지 완치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했다.
내가 느끼는 카지노 게임은 위염과 닮았다. 만성으로 앓기에 완치가 힘들지만, 약물치료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고, 질환이 있다는 걸 잊고 살만큼 건강해질 수도 있다. 곳곳에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있고, 도움이 되는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개선방법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위염에 걸렸다고 배우자가 평생 고생하고 가정 파탄날 걱정은 하지 않듯, 카지노 게임도 그리 불치병 취급할 이유는 없다. 그러니 괜한 편견에 오들오들 떨지 말고 필요한 순간엔 눈 딱 감고 말하자.
“내가 평소와 좀 달라 보인다고? 맞아, 나 카지노 게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