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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머리카락에 손만 대도 한두 가닥씩 빠진다. 언젠가부터 미용실에 가면 "혹시 머리숱이 없는 편인가요?"라고 물어본다. 미용사에 따라 "머리카락이 얇아서 그렇지 숱은 많아요"라거나 "많지는 않은데 괜찮아요"라는 두 가지 대답으로 나뉜다. 지인이 미용실을 개업해서 축하할 겸 머리카락을 자르러 갔다. 그녀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머리카락이 얇아서 그렇지 숱은 많아"라고 해주었다. 머리카락을 예쁘게 잘라주었기도 했지만, 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어 당분간 거기서 머리를 할 예정이다. 그녀는 알까? 머리카락만큼이나 얄팍한 내 마음을.
그녀가 솔직한 대답을 해주었길 바라지만, 때로는 솔직하지 않아서 좋을 때가 있다.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사는 나로서는 아마 "어떡해. 머리숱이 많이 비었어"라는 말을 들었다면, 탈모가 아닌데도 탈모를 걱정하며 스트레스성 탈모를 유발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는 머리숱이 아주 많고 아직도 빼곡하다. 엄마의 굵고 반질한 흑모를 나는 물려받지 못했다. 대신 아빠의 굽실굽실하고 가는 반곱슬의 머리카락을 물려받았다. 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다. 언니는 엄마를 닮아 머리숱이 많고 많다. 같은 머리끈이라도 나는 여러 번 돌려 묶는데, 언니는 두어 번 돌리는데서 끝난다. 우리는 서로를 신기해한다. 내가 아빠한테 물려받고 싶은 건 머리숱이 아니었는데. 이 글을 보면 아빠는 조금 슬퍼하고, 엄마는 기뻐하겠지. 이런다고 머리숱이 덜 빠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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