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카지노 게임 만드는 힘
보물카지노 게임를 발견한 기분은 어떨까?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지르겠지.
보물카지노 게임를 여는 기분은 어떨까?
상자 안에 어떤 보물이 들어 있나 잔뜩 기대하는 마음에 흥분되고 떨리겠지.
드디어 카지노 게임를 열었는데 그 안이 비어 있다면 어떨까?
조금 전까지의 흥분과 긴장은 눈 녹듯 사라지고 깊은 탄식과 실망만 남겠지.
그러면 그 카지노 게임를 보물카지노 게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쓸모없는 빈 카지노 게임라고 하지 않을까?
홧김에 발길로 차서 카지노 게임를 부숴버리지는 않을까?
대부분은 그렇게 취급할 것이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지금은 빈 상자이지만 거기에 보물을 담으면 보물상자가 되는 것 아닌가?
보물카지노 게임가 따로 있었나?
애초에 그냥 카지노 게임였을 뿐이었다.
거기에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상자가 되고 옷을 담으면 옷상자가 되고 보물을 담으면 보물상자가 되는 것이다.
내 인생도 하나의 카지노 게임이다.
어떤 카지노 게임가 될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영국 빅토리아시대에 보물상자 같은 여성이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부잣집 사람이었다.
자메이카에 넓은 사탕수수 농장도 있었다.
수입도 꽤 많았다.
12명의 형제 중 큰딸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똑똑했다.
네 살 때부터 시를 쓸 줄 알았고 8살 때는 희랍어를 읽을 수 있었다.
천재였다.
아버지는 큰딸을 위해서 서재를 열어줬고 런던에서 책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 자랑거리였다.
열네 살 때까지 그녀는 보물카지노 게임 같은 삶을 살았다.
그리고 열네 살에서 열다섯 살로 넘어가는 겨울에 드디어 보물상자의 뚜껑이 열렸다.
참담했다.
말을 타다가 사고가 나서 척추를 다쳤다.
몇 년 후에는 가슴의 혈관이 터졌다.
평생 가슴앓이와 고질적인 감기에 시달리게 되었다.
스물다섯 살 쯤에는 아버지의 사업이 파산했다.
몇 년 뒤에는 그녀를 돌보던 남동생이 물에 빠져 죽는 사고가 있었다.
보물상자가 순식간에 쓰레기상자로 변해버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쓰레기상자로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사랑하며 카지노 게임 만들어갔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시를 썼다.
그 시들을 모아 1844년에 <시집을 출간했다.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살아 있는 시인 중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 시집을 읽은 한 청년은 그녀의 시들이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며 사랑 고백을 하였다.
당연히 그녀의 집에서는 반대하였다.
마흔 살에 중병을 앓고 있는 노처녀에게 여섯 살이나 어린 창창한 청년이 결혼하겠다니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을 보물상자로 만들기로 했다.
부모님을 떠나 그 남자와 결혼하였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부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이 되었다.
“바렛 양, 당신의 시를 온 마음 다해 사랑하고, 당신도 사랑합니다.”라는 브라우닝의 편지에 엘리자베스가 보낸 답장을 읽어 보자.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나의 미소, 나의 모습, 나의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당신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생각 때문에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나 당신 마음에 들기 위해 변할 수 있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얻은 사랑은 그렇게 잃을 수도 있어요.
내 뺨에 흐르는 눈물 닦아 주고픈 연민 때문에 사랑하지도 말아 주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받으면 눈물을 잊어버리고 그러면 당신 사랑도 떠나갈 거예요.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 당신 사랑 오래오래 지니도록.”
엘리자베스는 15년간 행복하게 살다가 1861년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사랑의 힘으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보물상자로 만들었다.
